제가 살던 동네는 서울 남쪽 중심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유동인구도 많은 곳이라 이곳 지하철 역 이름을 대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도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초등학생 저학년부터 대학생 중반까지 지냈습니다. 나름 십년 가까이를 지냈죠. 제 동네에 대해 말씀드리면 90년대 초에 판자집들을 싹 밀어버라고 아파트와 연립주택(벽돌로 지은 2, 3층 건물들)들을 지은 곳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파트반, 주택 반 정도 되겠네요. 현재 저층 주택지역 곳곳이 재개발 구역으로 되어 철거예정입니다.
1) 재개발
올망졸망한 주택단지들이 아파트로 변한 곳도 있고 변할 예정인곳도 있습니다. 그중에 아파트로 변한 한 곳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근처에 주택단지를 형성하던 그 마을은 지하철역과 역 중간에서 애매한 위치였지만 학교로 들어가는 길을 중심으로 나름 상권을 형성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꽤 있던 곳이었습니다. 제가 그 동네를 떠난 뒤, 아파트로 변한 그 마을에 다시 가보니 꼭 유령동네 같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파트들은 반듯한데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너무 조용했습니다. 어머니께 물어보니 원래 살던 사람들은 다 떠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적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어떤 분은 그 마을에 단독주택을 소유했던 분인데 본인돈 수억을 얹어 아파트를 분양받아 들어갔는데 관리비가 부담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가셨다고 합니다. 그분도 수입이 적은 편이 아니였는데도 그정도면 제가 알던 제 초중학교 동문들은 거의 다 떠났을 겁니다.
2) 비싼 아파트
제가 앞서 말한 곳은 지하철 역과 역 사이에 어중간한 위치에 있습니다. 어느역을 가든 최소 30분은 걸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파트가 수억대에 이릅니다. 준강남에다가 길건너 학군에 희망을 걸만 하고 그나마 가까운 역이 교통의 요지라서 그렇가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다른 비싼곳에서 아파트를 팔아 평수를 늘리려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보통 젊어도 40대 후반, 보통 50, 60대가 많죠. 일반적인 신혼부부는 꿈도 못꿉니다. 사회에 갓 적응한 신혼부부가 수억을 준비하기란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물론 저층주택시절에도 이 동네는 나름 높은 가격을 유지했지만 전세에 작은 평수로 시작하면 신혼부부도 괜찮은 동네였습니다. 지금은, 애초에 아파트 주 수요층을 평수를 늘리고 싶어하는 고액아파트 출신을 노렸기에 작은 평수는 없습니다.
3) 늙어가는 동네
저층주택들이 아파트로 변하고 제가 느낀 가장 큰 충격은 초중학교의 학생수 변화입니다. 물론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생수가 준다는 건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학년당 반 수가 한자리대 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제가 재학중일때만 하더라도 중후반은 됐는대 말이죠. 학교 바로 앞 저층주택단지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등교하다가 한순간에 증발해버니 학생수가 반토막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학교 주변을 둘러 싼 모든 저층주택들이 재개발 구역이 돠면서 '철거예정'이라는 빨간 스프레이 글씨들이 많이 보입니다. 머지 않아 서울 한복판에 있는 초중학교의 존폐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르겠네요.
저출산 재개발로 인해 부쩍 뛴 부동산 가격 신혼부부의 집값 부담 여전히 큰 평수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아파트들
오늘도 제가 살던 마을은 늙어 갑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돈 때문에 말라죽어가는 초등학교를 보며 마음이 착잡하네요 30년 후, 지금 아파트에 들어 살던 50,60대 거주민들이 삶의 마지막을 보낼 때 쯤이면 마을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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