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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를 알고 새 삶을 찾은 여징어입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3367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삐리삐리빠빠
추천 : 8
조회수 : 40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7/23 1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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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오유인 여러분!

저는 지난 필리버스터 사건 때 오유 시사게를 입문해서..

 지금까지 오유에 정착해서 직접 글을 쓰기보다는 댓글로 활동을 주로 했는데

이번 넥슨사태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봅니다.

 


1. 여성주의로 새 삶을 찾은 계기

 

한국말로 여성주의지 영어로는 페미니즘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혐오주의와 함께 여성주의가 모두 소위 꼴페미로 몰리거나, 

남성혐오로 귀결되는 상황이 정말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저는 아들을 낳지 못 했다고, 밖에 나가 씨받이라도 해와야지 맏며느리로써 밥값을 못 한다고 구박을 받는 어머니를 보며 

제가 여자로 태어난 사실을 죄송해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남자아이들보다 더 좋은 성적과 더 좋은 성과로 

내가 아들이 아니지만 아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결국에 제가 듣는 이야기는 네가 아들이었어야 하는데.’ 였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남들보다 빠른 성장에 브래지어 착용을 시작했고 월경을 시작했는데 당시엔 큰 충격이었습니다.
성장기 남자아이들에게 제 가슴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고


자연히 저는 큰 티셔츠를 입고 가슴을 움츠리고 다니며 생리통까지 겹치자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난 것인가'라는 자괴감을 다시 한 번 맛봤습니다
.

 

허나 원최 긍정적인 탓에 여자친구들에게 생리를 시작하면 먼저 조언을 해주고,
 
브래지어 착용을 시작하면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주며
남들보다 먼저 경험한 대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극복하려 노력했습니다
.

그런 제 노력을 다시 한 번 무너트린 건..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려 하자 선생님은 회장은 남자가 나가야 하니
너는 부회장으로 러닝메이트를 해서 나가라,.” 고 하실 때 분해서 출마를 포기하며
저는 남자로 태어나지 못 한 이상 항상
2인자에 머물러야 하는구나...
무얼 해도 나는 남자가 아니라서 인정받지 못 하는 구나... 라는 스스로 저를 한계에 가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가서 여성주의와 관련한 수업을 들으며,
이게 제 자신을 가두며 사회에서 규정된,
혹은 길들여지길 바라는타자의 시선 속에서 저를 생성해왔다는 걸 깨달았고..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며, 제가 왜 난 여자로 태어났을까?”라는 자책을 하는 게 아니라

왜 이 사회는 여자가 여자답길 강요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며

여자로 태어난 게 결코 잘못이 아니며, 이 모든 게 제 잘못이 아니라는 답을 얻으며

유리천장을 깨어가는, 제 삶을 더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2. 진짜 여성주의의 의미

 제가 배운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 여성과 남성이 모두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진정한 행복을 고민하며 이를 찾게 만드는 학문이었습니다
.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남성들에게 소위 남성다움을 강요하며 요구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자주 마주합니다.

 

결혼할 때 당연히 남자는 집을 해와야지.”

남자는 능력이지.”

이런 건 당연히 장남이 해야지.”

넌 남자가 왜 그러니?”

 

남자가 아니라,(가명을 철수라고 한다면)

그냥 철수일 뿐입니다.

여성주의는 젠더권력을 벗어나 상식적인관계맺기를 위한 학문입니다.
 

남성인 철수라는 개인이 여성인 영희라는 개인과 만나 우정을 나누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결혼을 할 때 두 인격의 만남일 뿐이지

남성과 여성으로써 강요되는 어떤 젠더권력이 작용하는 순간

관계는 왜곡되기 시작합니다.

 

지금의 남혐, 여혐이라는 성대결로 치닫는 거죠.

 

3. 내가 오유에 정착하게 된 이유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고, 교수님을 전공 교수님처럼 따르며 논문과 책을 읽으며 배운 건

여성주의는 이제 단순히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 학문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여성주의의 등장은 존재자체를 증명하기 위해 과격했고,

어느 순간 그 과격한 페미니즘적 운동은 여성들에게 되려 거부감을 일으키며

차차 과도기를 거쳐 다양한 갈래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감수성으로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소외받는 이들과 연대하며

공동체로 더불어사는 법을 고민하는 학문으로 여성주의는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에코페미니즘처럼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에 대한 페미니즘으로 학문이 발전하기도 했고
지나치게 서구중심적인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으로 탈식민주의 여성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
LGBT
와 연계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옹호를 이어가는 방향성을 가진 연구와 학문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오유에 정착하게 된 까닭도
댓글 콜로세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치열하게 벌어지는 건강한 토론,

한 성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성별의 유저들이 의견을 나누는 다양성과 

그 속에서 오는 조화와 감수성이 참 멋지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4.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일방적으로 한 성에 치우쳐 한 쪽 밖에 보지 못 하는 집단은한 쪽 날개만 가진 새에 불과합니다.

새는 좌우로 나는 법인데 결국 제대로 날아가기 어렵겠죠.

우리 커뮤니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토론을 두려워하지 않는 포용성과

양성이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함이라고 생각합니다.(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모두 포함!!!)

(결혼게시판이 처음 생겼을 때정말 신의 한 수라며 양성의 조화를 꾀하는 분위기가 있었듯이요!)

 

한 오유 회원님이 작성하신 메갈리아를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뚱뚱한 여성은 별로다라는 내용이 은유된
, 외모비하적 성격이 담긴 메퇘지라는 표현은 지양하자는 게시글을 보고
저는 뒤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 거기까진 저도 생각 못 했는데 역시 오유다!! 싶었거든요.

 
제게도 메갈리아의 등장은 초기에는 흥미로웠습니다.
(소라넷 폐지를 이끌거나 몰카 금지 운동, 진선미의원님 후원열풍 같은 모습에서요)

그러나 미러링을 바탕으로 남혐분위기를 굳혀가면서

메갈리아=페미니즘 이라는 등호로 몰고가는 게  두려워지고 화가나기 시작합니다.

또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순간 님 메갈 아닌가요?’라는 검열적 발언으로

여성주의에 관한 무조건적 부정적 시각이 형성될까봐 우려됩니다.

(어쩌면 이 글을 쓰고도, “메갈리아 아니야????”라고 댓글이 달릴 수도 있겠지요)

 

특정 성을 매도하면서 비판이 아닌 분노와 비난으로 몰고가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모두가 지낼 수 있는지,

현실과 온라인에서 행복하게 서로의 주체성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남녀/여남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안을 제시하고, 선진적인(?) 커뮤니티로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작금의 남혐과 및 '여혐' ,증오로 얼룩진 사태로

페미니즘에 대해 무조건적인 부정적 시각으로 여성주의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오유에서만큼은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 되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썼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게의 삼성관련 글들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우리마저 외면하면, 진실은 또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일인 양,
원래 그랬던 것처럼 지나갈 지도 몰라요.

목숨걸고 취재하고 보도한 뉴스타파 취재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p.s : 무조건적인 매도와 분노적 글로 분탕하는 일베, 워마드 유저들이 분명존재한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잘 필터링해서 즐거운 오유생활을 이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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