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하고 사나운 고향 말투(특히 엄마ㅋㅋ)가 싫어서 서울남자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요, 저희 아빠처럼 재밌고 다정한데 말투까지 부드럽기 그지없는 남편은 같이 살면 살수록 참 마음에 쏙 들어요. 저희아빤 재밌고 대구남자치고 가정적인 편이지만 말투는 강호동 100%거든요. 소리라도 한번 크게내면 아주그냥 깜짝 놀라요.
저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서울말도 잘쓰고 하지만 모태 사나움(프롬 마미)덕분에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특히 싸울땐 머리회전이 아주그냥 잘되버려서 싸움꾼 소리 들었거든요. 근데 남편 만나고 나서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남편은 경상도 4년+군대8년을 보냈지만 젠장 외엔 욕도 일절 안하고, 화가나도 언성을 높이지 않아요. 기분이 왜 상했는지 조곤조곤 설명해주고 잠시 자기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이죠. 그러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말투가 부드러워졌어요. 남편과 사귄지 반년쯤 됐을때 친한언니가 "너 요즘 분위기가 온화하게 바뀌었어"라고 하더라구요.
저희 엄마도 저랑 싸우다가 "니 남편한테 말할땐 안그러면서 엄마한텐 왜그래!" 하셔서 "울오빤 나한테 엄마처럼 말 안하거든!!!"하고 대꾸했더니 엄마도 좀 나긋나긋해지셨어요ㅋㅋ 물론 저도 엄마한테 말할때 전보다 훨씬 신경써서 하구요.
참 여러모로 남편 만나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는데요, 문제는 고향 내려갔을때였어요.
남편은 인사성도 참 밝아서 버스 탈때 인사를 꼬박꼬박해요. 저도 붙어다니다보니 버릇이 좀 됐는데 서울 기사님들은 열에 일곱정도는 받아주시거나 고개라도 끄덕여주세요.
근데 제고향 대구는 여전히 시크하시더군요..ㅎㅎ
인사한번 했는데 기사아저씨부터 앞자리 승객들의 '뭐여'하는 눈빛에 당황했지뭡니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