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자유론의 핵심은 소극적 자유이다. 자유는 단지 타인의 방해 혹은 간섭의 부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20세기에 들어와 이러한 소극적 자유를 가장 열렬하게 설파한 인물은 이사야 벌린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였다. 그들은 냉정적 상황에서 좌파적 이상주의가 서구 사회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혼신을 다해 자본주의적 자유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려 했다. 특히 벌린은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대비시키면서 자유에 대한 서양인의 관념 가운데 왜 소극적 자유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그는 적극적 자유를 자신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의지로 규정했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우선 이성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 비합리적인 욕망이 자신을 지배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이성적 인간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에게 늘 이성적 삶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에 따르는 것이 자유로고 강요한다. 벌린은 이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존재론적 전제라고 주장한다. 적극적 자유에는 비이성적 인간들은 이성적인 인간들과 공동체의 지도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지도가 아무리 자애로운 것이자 선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전제에 불과하다.
-조승래, <공화국을 위하여> 中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현대 자유주의의 거장인 이사야 벌린이 공화주의자들을 비판하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더군요.
벌린은
1. 공화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개념의 자유는 적극적 자유이며 2. (위의 인용문엔 안나와있지만) 그들이 참여, 참여 하면서 노래를 부르다보니 3. 결국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이성이 있고 덕이 있고 교육을 받은 자기들'의 지도에 따르라고 강요한다며 비판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 코멘트를 하자면 공화주의에서 말하는 자유는 '적극적 자유'와는 다른 개념이기에 벌린의 주장은 좀 가혹한 감은 있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공화주의자다보니까 굉장히 부들부들하지만 말입니다....(그리고 오해를 막기 위해 쓰자면, 저 책은 벌린의 주장에 찬성하는 책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