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중이라 유툽으로 문후보 유세현장 보고 흐뭇해서 들어왔더니
어제 난 기사하나 때문에 뿔나신 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먼저, 문후보의 성평등 선언문에 대한 제 의견은 '대환영' 입니다.
기대하지도 않았거든요.
다섯가지 항목 다 얘기하고 싶지만 글쓸 시간이 많지 않아서...
< 임기 중 남녀동수내각을 실현하기 위하여 여성 장·차관 비율을 ‘단계적 50퍼센트’로 확대 추진하겠습니다. >
1. 남성에 대한 역차별 문제, 이 사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내각(장관) 인원 20명도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내에서 남녀 아홉명씩입니다.
30명 짜리 학급 내에서 반장 남녀로 한명씩 뽑자는 게 아니에요.
여자 입장에서 기분 나쁘다 라는 댓글을 봤습니다. 기계적 성평등하지 말고 능력대로 뽑자고요.
그 말은
남성장관이 90%인 현 시대에는 그만큼 장관 할만한 여성이 없다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말이거나,
한 국가에 능력 있는 여성이 없어서 장관 자리 열 개도 못 채운다는 얘기입니다.
남여 막론하고, 장차관 자리 꽉 채우고도 남을 인재들 널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남성 장관들, 정말 모든 여성 전문가를 뛰어넘는 최고의 능력자들이라서 장관 한 게 아닙니다.
고만고만한 이들이었습니다. 못난 이들 더러운 이들도 수두룩하고요.
수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남성이었어도 다른 이유로 후보군에도 못 올랐겠죠.
남성 중심의 관료사회에서 여러분이 목격한
강금실, 이정미 재판관, 여명숙 위원장 등은
같은 직급의 남성보다 훨씬 더 높은 허들을 넘어야만 했을겁니다.
그 허들을 낮추는 시도에요.
여성들의 노력이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고요.
2. 여성장관 20명을 가정해봅시다.
국방부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인재 풀에서, 장관 전원이 여성이라도 업무 면에서 별 문제 없습니다.
이 가정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문제는, 국가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최고위 행정관료들이 모두 여성일 경우
의도하던 의도치 않던
국민의 절반인 남성들이 정책으로부터 소외되거나, 사회적 약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은 이 허황된 가정의 반대쪽 극단에 놓여있습니다.
여성이 국민의 절반인 나라 대한민국에서(현재 국민 중 여성이 더 많습니다)
이승만 정부 이래 역대 국무위원 900여명 중 여성은 총 30명 정도입니다. 30:1.
최근에 눈부시게 발전해서 10:1 입니다.
문재인 씨의 선언은 이 불균형과 비정상을 바로잡는 최소한이라는 생각입니다.
3.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장관이 임명된 게 참여정부 초기입니다.
내각 20명 중 4명이었죠. 20%.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파격인사로 시끌시끌 했습니다.
한명숙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가, 강금실은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씨는 참여정부 중심에서 모든 인사를 낱낱이 겪었습니다.
내각은 대통령이 곁에 두고 도움 받고자 하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면서 조력자여야 합니다.
어쩌면 능력 있는 장관, 총리를 가장 원하고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은
대통령 본인입니다.
박근혜처럼 윤진숙같은 장관을 뽑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다들 보시지 않았습니까.
이같은 선언을 한 것은
지킬 생각 없이 거짓말을 내뱉은 것이거나
선언을 지키며 자신이 원하는 최선의 내각을 꾸릴 확신이 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4. 사진은 2015년 캐나다 내각입니다
캐나다인의 자랑이라고 전에 베오베에 올라온 적 있죠.
총리까지 포함해서 32명, 세다보면 남녀남녀로 배치된 점이 재밌더군요.
아프간난민, 토착원주민, 외국출신, 시크교도, 무슬림, 무신론자, 유방암환자, 맹인, 휠체어이용자, 게이...
우리가 캐나다 따라갈 역량이 되느냐... 라고 물으시면... 저는 아직 멀었다고 말할텐데요...
캐나다의 자유, 인권보장은 세계 국가들 중 최전방을 달리고 있거든요.
근데 문재인 씨는 그렇게 생각 안 하시는 모양입니다.
5. 참고 : 관련 수치
1990년 초 공직 여성비율 20% 초반
7,9급 공무원 여성 합격자 비율 30% 이하
5급 행정고시 여성 합격자 비율 10% 초반
1996년 여성채용목표제 도입 -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을 최소 20% 이상 뽑아야 한다
2003년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변경 - 한쪽 성의 합격률이 30% 미만일 때 해당 성별의 응시자를 추가로 합격
2010년 이후 남성이 혜택을 받기 시작함 - 2014, 2015년 추가합격자의 80% 이상이 남성
2010-2015 지방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 해택을 받아 추가 합격한 616명 중 남성 458명 (74.4%), 여성 158명 (25.6%)
2015년 국가공무원 여성 31만 5,290명 (49.4%)
2015년 지방자치단체 7,9급 시험 여성합격자 비율 60% 이상
2016년 국가직 공무원 여성합격자 1,262명 (48.7%)
2016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옛 외무고시) 최종합격자 41명 중 여성이 29명 (70.7%)
2015년 고위공무원(1-3급) 여성비율 3.7%
2016년 고위공무원(1-3급) 여성비율 4.5%
남녀 임금격차 평균 36%
유리천장 지수 OECD 최하위
6. 하나더. 여성고용의무할당제에 대해
5번에 자료 보시면 이미 96년도부터 여성채용목표제라는 비슷한 제도를 공무원 시험에 20년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3년 참여정부때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변경했구요.
5:5 비율로 뽑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한쪽의 합격률이 30% 미만일 때만 적용하는 식으로 해왔고, 2010년 이후 역으로 남성 혜택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사를 봐도 공식 블로그를 봐도 '여성고용할당제' 이 단어 하나 뿐이고 그 어떤 세부사항이 없는데
다들 굉장한 비약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남초나 여초가 극단적인 직종에도 5:5를 적용한다는 가정 하에 비난하시는 분도 많고요.
고용 전체가 아닌 일부를 떼어내서 그 내에서 5:5 할당을 할 수 있는거고 가능성은 많습니다.
다들 어떤 사회를 바라보시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몇년간 본 바로는 대체로 직업 구하는 데 어려움을 더 겪는 성별은 여성이고 경력단절도 흔하며
많은 기업들의 채용에서 외모라던가 스펙의 상한선이 여성에게 더 불리하게 적용됩니다.
분노하시는 몇몇 분들은 단순히 한 정책의 명칭만을 가지고
군대 문제나 메갈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시는 거 같은데
그렇게 억울하다는 건 능력이 동일할 때 남성이 항상 커트라인에 있고 무조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7.
오유 눈팅 하루 한번은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보다가도
순식간에 돌변하는 모습이 불안불안합니다.
조용하게 불만 털어놓는 분들을 보면 다들 견해가 다르니까 그럴 수 있지 뭐... 이해를 하다가도
평소에 안 달리던 공격적인 댓글들이 갑자기 확 늘어나고
방문수가 적은 이용자들 댓글도 많이 보이고 하면 의심도 걱정도 되네요.
2주 좀 넘게 남았는데 왜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뭔가 계속 터지긴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