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솔로로 지낸지 24년째 되는 해이다... 나는 쓰레기통에 구겨진 종이들 마냥
주머니에 손을 넣고 쭈그린채 걷고있었다
내 주위에 건물들 친구들 모든 것들은 다 변하지만 내가 연애를 못한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전혀 변할기미가 안보였다..
하지만 그날은 좀 달랐다 뭔가 다른 느낌이 났다 앞에 10m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 당당하게 걸어오는 여자에게서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와 나는 정확하게 눈을 마주쳤다
나는 부끄러워 눈을 피하고 힐끔힐끔 보는 정도에서 그쳤지만 그녀는 나에게 눈을 고정했다
약간 먼 거리지만 레이저 같은 그 눈빛은 나를 보고있는게 분명했다
그러면서 그녀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져 왔다 8m,7m,6m...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나도 드디어 솔로를 탈출할수있다는 신의 계시구나! 라고
나는 당당해지기로 했다 그녀의 눈빛과 나의 눈빛을 맞추기로 결심했다
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혹여나 솔로를 탈출할수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거리가 좁혀짐에 따라 그녀의 얼굴이 더욱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키는 조금 작지만
조금만봐도 빠져들것같은 눈 오똑한 코 봄의 계절에 어울리는 핑크빛 입술까지 완벽했다
나는 이 사람이 내 운명이구나 생각했다 강렬한 그녀의 이미지에서 헤어나올수없었다
그녀와 마주치려는 찰나 나는 너무나도 완벽한 그녀에게서 자괴감을 느꼈다
이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 너무도 완벽하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탐하기에 그녀는 너무 아름다워..
그래서 나는 그녀의 앞쪽으로 걷던 다리를 오른편으로 옮겨 빗겨 걸었다(우측통행 지킵시다!)
그 순간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저기요라는 말이 낯설어서가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 또한 너무 아름다웠다
어떻게 해야하나 나는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무시하고 갈까? 남자답게 대답할까? 애는 몇명이나 낳을거냐고 물어볼까?
결국 나는 남자답게 네! 라고 대답하기로 결심했지만..
"네헤?!" 삑사리가 나고 말았고
그녀는 내 눈에 자신의 눈을 고정시킨채 웃으면서 대답했다
"얼굴에 복이 참 많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