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SBS 토론 때 선방해서 이번엔 다소 방심한 것 같습니다.
4 대 1이 될 수밖에 없는 난상토론을 약간 안이하게 생각하고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뭔가 입장이 분명하지 않고 말바꾸기를 하거나 문제를 회피한다는 인상을 약간 주었습니다.
다음 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해서 만회하기를 바라며 몇가지 구체적으로 지적합니다.
- 상대방의 의도에 말려들면 안됩니다. 상대가 함정을 파놓고 질문을 던질 때 그 의도를 간파하고 강하게 맞받아쳐야 합니다. 오늘 작은 질문들에선 몇번 그런 모습이 보이기도 했는데, 진짜 중요한 질문에선 상대방 함정에 여지없이 빠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 특히 '북한 주적' 관련 질문에선, '대통령으로서 주적 발언 하는 것 적절치 않다'는 식으로 상당히 부적절한 답변을 했습니다.
앞으론 이렇게 답변하십시오.
"북한은 당연히 군사적으로 우리의 최대 안보위협이고 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튼튼한 안보가 우선이다. 그러나 북한은 동시에 헌법에서 명시한 평화통일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꾸준한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어내야 한다. 즉 북한은 우리에게 적이면서 파트너다. 대북 관계에선 이런 이중적 측면을 고려해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북핵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핵 불용이란 원칙에서 강한 제재를 해야 하지만,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각도로 대화와 협상을 모색해야 한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여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다. 000후보는 이런 제재-협상이란 투트랙전략 이외에 어떤 다른 북핵 해결 전략이 있는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면서 상대방에게 역공을 가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연스레 공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퍼주기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더 많이 퍼줬다" 이걸로 끝내면 안됩니다. 너무나 수세적 대응이지요.
이렇게 답변해야 합니다.
"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대북 협력과 교류를 활발히 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때는 안보도 튼튼히 하면서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겉으로는 안그런 척 하면서도 속으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보다 더 많이 퍼줬다. 문제는 그러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은 고사하고 안보면에서도 완전 형편없이 밀려서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그리고 북핵고도화 결과만 낳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다 잘한 것은 아니다. 북핵을 포기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최소한 군사안보적으로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적이 있나? 맨날 안보 타령하던 이명박근혜 정부가 색깔론을 정치에 이용한 것 말고 안보 국방에서 잘 한 게 뭐가 있나?"----->무조건 김대중, 노무현 정권 옹호하기보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 안보면에서 이명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교우위를 주장하며서 역공을 펼쳐야 합니다.
- 사드 관련 입장이 모호하다, 말바꾸기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답변 역시 불충분합니다. 좀 더 분명한 입장제시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사드배치는 우리의 국방 자주권 사항이다.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 필요하면 중국이 아니라 설사 미국이 반대하더라도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진짜 우리 안보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이 부분에 대해 일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절차적으로도 엄청나게 문제가 많았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견을 좀 더 모으고,최소한 그 대표자들인 국회에서 좀 더 논의해서 이를 근거로 미국이나 중국등과도 협의를 해서 가장 우리 국익에 맞는 방향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000후보님은 사드 결정에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이나 국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보시나요?"---->사드 문제를 주권자인 국민과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역공을 펼칩니다.
- 노무현 640만불, 기무사령관에 대한 국보법 반대 지시 마타도어, 송민순 회고록 등에 대해 '그런 일 없다, 책임지셔야 한다'는 답변은 이미 한번 써먹은 거라 효과가 적습니다. 이렇게 답변하십시오.
" 000후보는 비겁하게 돌아가신 노대통령 자꾸 끌어들이지 말라. 살아계실 때도 그렇게 물어뜯더니 돌아시고 난 뒤에까지 그러냐? 인간이 그러면 안된다. 특히 지금 뇌물사건에 연루돼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사람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국보법이나 북한 인권 결의안 관련 주장은 그 분들의 일방적 주장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 국보법은 당장 7조 개정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맞춰 장기적으로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 인권 주장하면서 정작 우리 내부에 반인권적인 독소조항을 가진 법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남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당시 남북대화를 고려해 기권했으나 이후 민주당론으로 이미 찬성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북한인권개선에 누구보다 앞장 설 것이다. 그런데, 000후보님,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인권결의안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시나요? 남북경제교류등을 통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것이 실질적으로 인권개선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무현은 패륜 프레임으로 받아치고, 국보법, 북한인권 결의안 문제등은 실질적인 인권개선이라는 점에서 역공을 펼칩니다.
- 그 외 유승민이 지적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나 심상정이 지적한 복지 정책 축소 비판에 대해서도 다소 소극적이고 수세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이렇게 하십시오, "큰 틀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야 하고, 노령사회에 맞게 노인복지 등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재정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재원대책에 대해선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더 세심하게 손을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연금 요율 등 국민들의 직접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일방적인 재원 대책을 발표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대타협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오늘 토론회에서 안철수도 잘 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한가지 배울 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폄하할 때, 대답의 시작을 "아닙니다...블라블라...."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냥 '수세적으로 방어논리만 펼치는 것보다는 말머리에 강하게 반박을 하고 시작하는 것이 듣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자기 주장과 소신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 다음 번 토론에서는 좀 더 자신에 차고 분명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일정한 카리스마를 가지기를 대중들은 바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