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달이는 원래 여집사와 3년을 함께한 도도한 고양이였습니다.
사진1. 촬영 당시 3세의 고고한 조풍달.
애초에 어릴적 어미에게 유기되어 쓰레기통에서 죽어가는 손가락 몇 개 만한 아이를 여집사가 발견했고,
아무것도 몰랐던 여집사는 미디어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우유를 사먹였습니다.
그리고 꼬물이 풍달이는 폭풍 설사를 시전하시고 황천길 초입으로 접어드셨으나,
화들짝 놀란 여집사가 급히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됩니다.
이후 풍달이는 다른 고양이와의 접촉없이 오직 여집사와 살게 되었고,
무럭무럭 잘 커나갑니다.
그런데 어느날, 여집사의 사정으로 인해 풍달이는 집에서 방출됩니다.
난데없이 나타난 이상한 것에 납치되어 끌려간 곳은 남집사의 집.
고고했던 풍달이 삶의 격변이 바로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사진 2. 양말바구니를 보금자리로 선택한 조풍달 선생.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깔끔했던 예전의 집과는 달리 온갖게 널부러진 새로운 집은 마치 디즈니월드 같았고,
풍달이는 그 곳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사진3. 어린 진태평
어느날 갑자기 태평이가 등장합니다.
남집사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어린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 것이죠.
생후 2달여에 남집사의 집에 들어온 태평이는
2달간 어미의 보살핌을 충분히 받고,
2달간 형제자매들과 충분히 놀며 의사소통을 익힌,
딱 그 나이의 평범한 고양이였습니다.
사진4. 이사 온 첫 날, 태평하게 침대에서 주무시는 진태평.
성격은 온화했고 애교도 많았으며 말도 많았습니다.
장난기도 많아 남집사를 깜짝 놀래키는 경우도 많았죠.
태평이 또한 남집사의 디즈니 월드를 며칠간 마음껏 즐기고 살았습니다.
사진5. 디즈니 월드에서 방충망을 찢다가 휴식 중인 진태평.
그리고 며칠 뒤, 두 고양이가 대면합니다.
합사라고 하죠.
태평이가 만나온 고양이는 어미와 형제자매.
풍달이가 만나온 고양이는 없ㅋ음ㅋ.
태평이가 풍달이에게 치근대고 풍달이가 괴생물체에 놀라 하악거리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사진6. 아직은 대면대면한 고양이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서로 낯이 조금은 익숙해질 때 즈음,
태평이가 풍달이에게 과감히 다가갑니다.
사진7. 선을 넘은 진태평-1
사건은 태평이가 풍달이의 보금자리인 양말바구니에 합석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태평이가 양말바구니에 올라갈 체력이 갖춰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겠지요.
태평이가 울든 말든 모른척하면 그만이던 풍달이는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만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그리고 태평이는 그것을 자신의 승리로 해석하고
사진8. 선을 넘은 진태평 -2
급기야 권력의 상징인 캣타워 최상층까지 점령해버리고 맙니다.
둘 간의 본격적 영역다툼이 벌어질거라고 생각해서 여러모로 긴장했던 남집사는,
의외의 허무한 마무리에 허탈해하면서도 다행스러워했습니다.
안다치는게 제일이죠.
그러나,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풍달이는 태세를 정비하고 반격에 나섭니다.
애초에 인간들을 물고 할퀴며 단련해 온 그의 현란한 기술들,
그리고 나이에서 오는 압도적 체력과 체격차로 인해
태평이는 곧 현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사진9. 정리된 서열 - 2
캣타워의 최상층을 되찾아 왔으며
사진10. 정리된 서열 - 1
양말 바구니를 재탈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서열이 안정되기까지 수많은 다툼이 있었습니다만,
안정된 이후에는 두 고양이 모두 그 관계에 대체로 만족하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2달여가 지나고,
태평이는 온 집안에 오줌을 싸기 시작합니다.
남집사는 이틀에 한 번 이불을 빨고 옷들을 버리는 생활을 버틸 수 없었고
그렇게 태평이는
2. 예외적 상황 - 부랄을 잃은 자를 위한 양말 바구니 양보.
중성화됩니다.
그런데 중성화 이후, 뜻밖의 성격변화가 태평이에게 일어납니다..
점점 의심이 많아지고, 종종 흉폭스러움을 보이며, 주체할 수 없는 식욕과 괴성으로 온 집안을 들썩거리게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풍달이에게 본격적 시련의 시기가 도래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