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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에 관한 짧은 생각.
게시물ID : military_699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너부너부리
추천 : 2
조회수 : 27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17 15: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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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계속된 군게내의 병역의무 관련 논란들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병역의무의 부조리와 성평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시는 것을 읽으며 저도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여전히 거칠고, 좀 많이 늦은 뒷북이지만 정리해 본 저의 생각을 남겨 보겠습니다.


1. 병역의무 부과 근거의 불합리

현재 시행중인 병역법 중 병역의무의 대상을 규정하는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3조(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개정 2011.5.24.>

②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병역의무에 대한 특례(特例)를 규정할 수 없다.

③ 제1항에 따른 병역의무 및 지원은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병역의무자로서 6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刑)을 선고받은 사람은 병역에 복무할 수 없으며 병적(兵籍)에서 제적된다.  <개정 2013.6.4.>

[전문개정 2009.6.9.]

저의 경우, 4가지 세부조항들은 읽어보면 몇 항목들은 그 근거를 특별한 지식을 가지지 않더라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2는 기술적인 조항이기에 넘어가도록 하고, 3의 경우 인종차별을 왜 금지해야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4의 경우, 6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은 대상자들이 군에서 발생시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잠재적 비용을 고려한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6년이라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고, 전과자에 대한 차별을 문제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 법조항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부조항 1조 에서는 모두 잘 아시다시피 남성 전체와 여성 지원자를 복무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여성의 경우 지원자에 한하기에 의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의무 복무 대상자는 남성에 한정됩니다.

이것을 납득하려면, 혹은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4번 조항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의무 복무 대상자에 포함되었을 때 발생한 문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일까요?

혹은 남성이 병역의무에 더 적합하다는 암묵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일까요?

저 조항이 이러한 의심을 사는 것을 막으려면 분명한 제외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이요.

제12조(신체등급의 판정) ① 신체검사(현역병지원 신체검사를 포함한다)를 한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병역판정검사전문의사 또는 제12조의2에 따른 군의관은 다음 각 호와 같이 신체등급을 판정한다.  <개정 2016.5.29.>

1. 신체 및 심리상태가 건강하여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를 할 수 있는 사람: 신체 및 심리상태의 정도에 따라 1급·2급·3급 또는 4급

2.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를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역 복무를 할 수 있는 사람: 5급

3.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 6급

4.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판정이 어려운 사람: 7급

② 제1항에 따른 신체등급판정의 정확성을 심의하기 위하여 병무청·지방병무청과 신체등급판정 사무를 담당하는 병무청 소속기관에 신체등급판정 심의위원회를 둘 수 있다.  <개정 2016.5.29.>

③ 지방병무청장은 제1항제4호에 따라 7급 판정을 받은 사람(현역병지원 신체검사를 받은 18세인 사람은 제외한다)에 대하여는 치유기간을 고려하여 다시 신체검사를 받게 하여야 한다. 이 경우 다시 신체검사를 받게 할 수 있는 기간은 신체검사 결과 7급 판정을 받은 날부터 2년 이내로 한다.  <개정 2011.5.24.>

④ 제1항에 따른 신체등급의 판정기준은 국방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6.5.29.>

⑤ 제2항에 따른 신체등급판정 심의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병무청장이 정한다.  <개정 2016.5.29.>

[전문개정 2009.6.9.]

[제목개정 2016.5.29.]


 1번 조항에 의해 병역의무 대상자에 포함된 남성들도 병무청의 신체검사, 그리고 여러 정상 참작 상황에 따라 의무가 면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면제에 대한 분명한 근거가 존재하기에 1조에서 여성을 면제시키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 의견으로, 이 조항은 전통적 성역할에 의지하는 조항이라고 생각됩니다.

 강한 남성들은 병역이나 근로활동 등 외부 활동에 더욱 적합하며, 약한 여성들은 양육, 가사 등에 더욱 적합하다는 그 성역할말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 1번 조항의 근거가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남과 여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명시적, 상식적 근거가 제공되지 않은 채로.


납세, 교육, 근로의 의무에서는 저런 구분을 찾아볼 수 없는데 유독 병역의무에서만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 임의적인 구분으로 인해 병역의무에 대한 문제는 '해당자' vs '비해당자' 에서 '남' vs '여'의 구도가 되어버립니다.



2. 군인에 대한 처우 및 병역의무에 대한 보상

앞서 언급했듯이 남성들 또한 신체검사 등을 통해 면제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남성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역을 수행하는 사람은 국가의 판단을 통해 선발된 복무가능자에 한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의무라는 이름으로 이 인원들에게서 2년동안 여러 권리를 박탈합니다.

의무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분명히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봅니다.

물론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권리를 침해당한 개인에게 국가가 무슨 배상을 해준들 그것을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국가는 적어도 가능한한 그들의 권리침해에 대한 보상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군대 내 생활환경과 군인들에 대한 처우를 최대한 마련해 주는 것으로 부터 시작해서 복무 후 보상까지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 보상은 남자라서 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권리를 침해받은 개인이기에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애당초 여성들은 이 과정에서 제외되어 버렸기 때문에 마치 남자만이 특혜를 입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신성한 병역의무

그러나 현재 국가는 위와 같은 병역의무 수행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우가 형편없기에 병역의무 대상자들 입에서 자조적인 군바리라는 소리가 나오게 되고, 자연히 복무자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아 집니다.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래서 국가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식어를 갖다붙이는 행동들을 통해 그들이 국가를 위해 위대한 자기 희생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납세, 교육, 근로의 의무 앞에 '신성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을 본 일은 없는 듯 합니다.

이 덕분에 복무자들은 자신의 희생이 정당한 것인양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의 권리가 침해당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대가없는 숭고한 희생, 그리고 그 숭고함은 개인의 피해가 클수록 더더욱 커집니다.

똑같은 대우를 받지만 더욱 고생한 사람이 더욱 당당하게 자신의 복무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현실은 모두가 동등한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처지인데 말이죠.

(물론 병역의무가 존중받을 필요가 없다는게 아닙니다.현실에서 전혀 존중하려는 노력없이 미사여구로만 포장을 하는 그 행태를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신성한' 복무 프레임이 제공하는 '대가없는 숭고한 희생'이 복무자들의 정당한 보상에 큰 장애물이 됩니다.

희생에 대한 정당한 대가 요구가 마치 '찌질함' 으로 비춰지게 되는 것이죠.

거기다 '대가없는 숭고한 희생' 이 마치 정당한 것인양 인식되게 되면,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은 부당한 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4. 남여 대결구도


위에서 언급하였듯 남성들 중 복무를 수행 중이거나 수행한 사람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채 희생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범사회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면 사회구성원 다수의 문제에 대한 공감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은 애당초 이 논의에서 제외된 상태입니다.

공감대를 만들기위한 경험의 공유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위에서 지적한 개인 대 국가간에 벌어진 권리침해를 겉으로만 드러난 남성 대 여성의 구도로 몰고가는 시도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병역의무에 대한 보상 문제는 사회의 절반이 반대하는 이슈가 됩니다.

애시당초 어떠한 남성, 여성도 이러한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것은 남성과 여성의 싸움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5. 결론

복무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처우 개선 문제는 국가와 개인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병역의무 제도는 분명 암묵적 성차별이 전제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는 전 사회적인 문제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이 문제는 마치 남성과 여성간의 보상을 둘러싼 대립으로 보여질 수 있으며 이 점을 악용하는 주장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한 주장들은 이 문제를 성대결로 이끌어가며 자신들의 행동이 성차별의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차별을 악화시키거나 국가에 의한 희생당하는 개인들의 권리 보호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것이 성대결 구도로 가는 것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현실적인 피해를 경험하는 대상인 남성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공감이 필수적입니다.

성대결 구도가 진행되어 사회가 찬반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버린다면 갈등만을 위한 갈등으로 치달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많은 여성분들은 병역 의무 경험이 없으며 따라서 여기에 대해 남성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것이 성대결이 아니며, 본질적으로 국가의 성차별과 개인권리 침해의 문제임을 설득하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남성이라 생각됩니다.

출산, 육아, 보육, 가사노동 분담 등의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임이 당연시되어왔던 일들 또한 여성들의 주장 위에 남성들의 공감이 이루어지며 서서히 변화하고 있듯이 이 논의가 변화에 이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과정이 쉽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논의에 참여하시는 여러분 모두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출처 동물게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려 했으나 업로드가 되지 않아 군게로 와서 글을 남기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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