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한줌 들지않은 한평 남짓의 이 공간에서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르는채 나는 그렇게 썪어 가고 있었다. 소음을견딜수없었다.
가구하나 남아있지 않은 방 천장에 빛을 잃어가는 백열등이 수명이 다된듯 느리게 깜빡 거렀다.
그 깜빡거리는 박자에 맞춰 눈도 느리게 깜빡 거렸다.
퀘퀘한 내가나는 벽을 길게자라 깨지고 부서진 손톱으로 긁었다. 손톱 밑으로 곰팡이가 밀려 끼이는 느낌이 들었다. 소음을견딜수없었다.
눈가도 입가도 옆구리도 팔 다리 모두 곰팡이가 핀듯 얼룩덜룩했다. 폐까지 좀먹어 버린듯 숨쉬기 불편했다 쌔액쌔액 숨소리가 샌다.
'상관없어.' 나는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음을견딜수없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푸른것이 하늘이었는지 바다였는지 저 들판이였는지. 어쩌면 곰팡이 핀 이 벽이었는 지도.
더 이상은. 이제 이 이상은.
잠궈뒀던 문을 열었다.
덜컥 소리에 뒤를 이은 끼익-하는 녹슨 소리가 소음을 덮었다.
야구배트를 휘두르며 가구를 부수던 남편의 붉은 눈과 부어터진 붉은 눈이 마주쳤다.
'퍼억'
머리로 휘둘러진 야구배트에 붕 날아 쳐박혔다.
찝질한 무엇인가 흘렀다. 곰팡이 냄새가 났다. 썪어있었구나 역시.
지잉 하고 귀가 울리더니 일순간 모든 소음이 멈췄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