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논산 훈련소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천주교만 갔습니다.
자대가서는 호기심이 생겨서 딱 한번 불교에 가봤구요.
훈련소에서
종교 3관왕을 달성한 사람들이 저에게 말하더군요.
너 정말 독실하구나.
제가 말했습니다.
아뇨 그냥 버릇이에요.
집에다가 성당 안간다고 말을 하면 독살 할 것 같거든요.
(독실이랑 발음이 비슷한 점을 이용한 유머였는데 아무도 안 웃더라구요)
단순하게 성가가 좋았어요.
이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부대에서 종교활동 갈때 매주 빠지지 않았던 이유가
성가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이기적이고 싶을 때마다
혼자서 성가 부르면서 삭히고
(집중을 다른 곳에 하면 욕심이 흐려지는 것 같아요)
종교 행사 크게 할 때 잘 안 가던 후임들이 가고 싶다고 하면
양보하고
후임 대신 근무서면서 성가 흥얼 거린 기억이 있네요.
헌신이라든지 사랑이니 희생이니 뭐니
그런 거창한 마음으로 해준게 아니라
군대에 묶여있으면서
해보고 싶은 거라도 맘껏 해보지 못하면
실망감이 클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웃을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후임들을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으로 보고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누구는 마음에 들고 누구는 마음에 안 들어서
누구에게는 누구보다 더 잘 해주고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끌려왔으니
기분 상하는 일이 최대한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되니
기분 전환이라도 최대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했던 것 같고요.
근무 서고 있으면 음료수랑 과자 사주고
휴가 일정 잡고 있는데 근무 때문에 걱정하고 있으면 대신 서주고,
제가 근무 짜는 짬이 됐을 땐
요번달엔 고생 많았다 싶으면
오전 근무에만 집어넣어주고 했던 것 같아요.
*위병 근무나 불침번은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동기들한테 잔소리를 참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호구냐 아무도 안 알아준다
헛짓이다 등등..
남이 내 행동을 알아주기 보단
남의 힘듬을 알아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뭣도 없는 사람이었으니
다소 주제 넘는 행동이었죠.
후임들에 대한 평은 별로 좋진 않았습니다.
말이 별로 없던데다가 데면데면하고
똑똑한 모습을 보인적도 없었고
야간 근무서면서 의자에 앉아 졸기일수 였거든요...
졸린거만 빼면 야간 근무만큼 생각에 잠기기 좋은 근무는 없는 것 같아요.
생각에 잠기다 잠이 들곤 했던게 문제지만 ㅎㅎ
출처 |
내 인생 중에
내 마음이 따르는 것을 선택했던
몇 안되는 시절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