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갔다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는 길.
골목길 입구에서 까만 고양이를 만났다.
얼굴 일부만 하얀 털이 난 귀여운 고양이가 나를 보고 '냐~앙'하고 울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마누라의 채근에 나는 아쉽게 발걸음을 옮기고 만다.
조금 천천히 걸으니 나와 보조를 맞추며 따라오던 그 녀석.
대문 앞까지 따라와 나를 보며 또 '냐~' 하며 운다.
한 쪽으로 비켜 서주면, 곧장 따라들어오기라도 할 듯한 자세.
문을 닫으려던 손이 쉬이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낮에는 사람이 없는 우리집. 너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우리 아들에게는 개/고양이 알러지가 있다.
동물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녀석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는 알러지.
아쉬운 손으로 문을 닫고 돌아서니
걸음걸음마다 까만 고양이가 눈에 밟힌다.
동네 고양이들의 캣맘역할을 자처하는
옆집 횟집아주머니께서 잘 돌봐주시겠지.
스스로 달래보지만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귓가에서 맴도는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