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사람들이 "볼만한 뉴스는 JTBC 밖에 없다" 고 말할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세월호 사건 이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JTBC는 '공정한 보도' 라는 언론의 제 역할에 비교적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손석희 사장의 역할이 컸다고 보고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공론화하는데 큰 기여도 했습니다. 세월호 보도도 그렇고요.
언론이 다 죽었다고 느끼던 절망적인 순간에 JTBC, 그리고 손석희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현실이 다음엔 위험할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정한 보도를 기대할만한 매체가 JTBC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고 생각했습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아무리 성인 군자라 하더라도 권력 사용에 욕심이 생깁니다.
그러다 단 한 번이라도 권력을 잘못 휘두르면 무시무시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죠.
권력이 집중된만큼 그 파괴력이 강한 것이죠.
그래서 민주주의 제도에는 권력이 독선적으로 흐르지 못하도록 다양한 견제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권력 기관과 마찬가지로 언론도 건강한 상호 비판 환경에서 견제 받지 않는다면 독점적인 언론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최근처럼 JTBC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전폭적이었던 환경에서 그 매체의 보도 하나가 갖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합니다.
툭 던진 기사 하나가 여론을 형성되거나, 기존 여론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하니 정말 무시무시한 가공력이죠.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선거를 앞 둔 상황에서 여론은 결국 유권자의 투표 행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지금처럼 언론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JTBC의 영향력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또는 특정 권력 기관이 언론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언론을 통해 여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언론 환경이 그러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위 '언론 적폐' 의 해소는 국가 권력을 견제하는데 중요합니다.
특정 권력이나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상호 비판하는 언론이 많아질수록,
권력이 독선적으로 흐르는 것을 견제함과 동시에, 왜곡을 일삼는 언론이 설 자리도 빼앗는 이중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과 몇 달 전에 공론화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권력 견제 및 감시 기관뿐 아니라 언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니까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없습니다만, 언론 권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더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믿음의 대상이 아닙니다. 특정 매체에 대해서 "믿을 만한 언론" 이라고 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 매체에 대한 '까임 방지권'은 그 매체가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할 때에만 유효한 것이지, 평생은 아닙니다.
어느 언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기 시작하면, 비판적 사고가 무뎌지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지 못합니다.
특정 언론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다른 매체보다 조금 더 공정한 보도를 하는 언론" 이라고 표현하면
그나마 언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왜곡 보도하는 언론에는 적극적으로 항의도 해야하구요.
어느 매체든 한 순간에 돌변하거나 왜곡 보도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자들이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다가 본의 아니게 실수할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