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animal_1792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eluga
추천 : 13
조회수 : 61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4/07 22:10:43
나는 아직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운다
누가 내게 고양이가 잘 지내냐 물으면,
고양이가 꾹꾹이를 해 주느냐고 물으면,
사람이 오면 반가워 하긴 하냐고 그러면,
잠깐 속으로 큰 숨을 삼키고서 대답한다
잘 지낸다고, 만날 꾹꾹이 해준다고, 엄마 껌딱지라고
천장을 잠시 올려다보고 눈을 깜빡거리며 필사적으로 딴 생각을 떠올린다
카드값, 방세, 시집 안(못)간 철부지 내신세...
그렇게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인 것처럼 하루를 살아내고 나면
집 밖을 다섯바퀴 쯤 돌다가 들어간다
달려나오는 발걸음이 없다
에옹에옹, 얼른 들어오라는 울음이 없다
걸음, 걸음마다 다리를 감아오는 꼬리짓이 없다
그저, 밥만 주면 아무나 다 좋은 바보 고양이 하나 남았다
한달이 지났는데,
가만히 있으면 주륵주륵 울고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오질 않고
어쩌다 잠들면 울면서 깨는데
내가 울면 내 품에 폭 안기던 하나가 없다
팔베개 없이는 잠들지 않던 하나가 없다
내년에 친구가 독립하게 되면 나를 떠날 둘째만 남았는데
내 새끼 없다고 남들에게 말을 하면 진짜 없어질까봐
나는 매일 거짓말쟁이가 된다
내 고양이는 열 네살이 되지 못했는데
내일 또 나는 열 네살짜리 고양이가 있는 여자가 된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