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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슬픈 어린시절 동물이야기 셋. (슬픔주의)
게시물ID : animal_1791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새벽여명
추천 : 1
조회수 : 4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07 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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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3.jpg
동물게시판에는 처음 글을 써보네요.
 
어린 시절 동물 이야기 셋.
 

병아리 한 마리를 동네 누나에게 얻었다. 그 병아리는 샛노랬고, 꿀밤을 때려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병아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작은방에서 병아리를 방목하고, 오후에 방영하는 만화영화를 봤다. 만화영화를 정신없이 다보고 나니 병아리와 놀고 싶은 욕구가 갑자기 치밀어 올랐다. 병아리를 찾았다. 그 좁은 방에 병아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 병아리는 내 엉덩이 밑에 깔려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앉아서 엉덩이를 축으로 360도 돌았던 것이다. 진짜 돌았었다. 불쌍한 병아리는 엉덩이에 눌려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가엾은 병아리가 죽어가던 모습이 스냅사진처럼 생생하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강하게 느꼈고, 자신에 대한 분노도 치밀었었고, 죽어가는 병아리에 대한 여러 감정들이 빅뱅처럼 폭발했다. 병아리를 텃밭 양지 바른 곳에 묻었다. 마크툽.
 

병아리를 비극적으로 잃고 난 1년 뒤. 하교 길에 내 모든 필살의 용돈들을 다 끌어 모아서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 한 마리를 샀다. 1년 동안 충분한 반성의 시간들을 거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생명체를 입양했다. 나는 거북이에게 최상의 사랑을 주고 싶었다. 거북이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거북이를 키우기 시작하고 3일쯤 되었을 때, 화장실 욕조에 물이 가득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거북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사랑은 넓은 물에서 맘껏 헤엄치게 하는 것이다.’ 거북이를 욕조에 살짝 던졌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욕조의 물은 어머니가 샤워하시려고 받아놓은 뜨거운 물이었다. 조금만 헤아렸더라면 뜨거운 물인지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거북이는 네 다리를 넓게 벌렸고, 고통스러운 듯 입을 벌렸다. 거북이 껍질이 약간 주황빛으로 익었다. 거북이를 꺼내면서 그 물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손으로 느꼈다. 거북이는 그날 죽었다. 1년 만에 다시 텃밭을 찾았다. 마크툽.
 

거북이를 비극적으로 잃고 난 몇 달 뒤, 동네 냇가로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물고기의 서열을 알고 있다. 피라미가 제일 아래고, 그다음이 붕어, 그 위가 미꾸라지, 등급의 최상에는 메기가 차지한다. 메기는 그만큼 귀하다. 특히 새끼 메기는 메기 중에서도 최고대접을 받는다. 그날은 약간 흐린 날이었는데, 냇가 귀퉁이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새끼 메기를 한 마리 잡았다. 운이 좋았다. 나는 새끼메기 한 마리를 잡자마자 최상의 표정으로 메기를 통에 들고 집으로 왔다. 그날 오후에 가족들은 다 들로 일하러 가고 내 혼자만 있었다. 나는 잡아온 새끼 메기를 어디다 둘지 고민하다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변기 뚜껑을 열면 맑은 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임시로 잠깐 메기를 넣어두었다. 솔직히 말해서 변기 뒤쪽에 뚜껑을 열고 새끼메기를 넣어 둔다는 발상 자체가 재밌고 참신해서 그렇게 한 측면이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만화영화를 보았고, 꿀보다 달콤했던 그 시절 만화 영화는, 새끼메기의 존재를 망각케 했다. 만화영화를 보고 난 뒤 쉬가 마려워 아무 생각 없이 볼일을 봤다. 그리고 물을 내렸다. 그 순간이었다. 새끼 메기와 눈이 마주친 순간..., 새끼 메기의 존재가 우주 전체보다 크게 다가왔던 그 찰나의 순간. 메기는 우주에서 가장 큰 원망을 나에게 던졌고, 나는 1년 전, 그리고 몇 개월 전 생명들을 떠나보낼 때 느꼈던 바로 감정을 현실보다 강하게 복습했다. 찰나의 순간동안 마주쳤던 새끼메기의 눈빛은 마속이 죽기 전에 제갈량에게 보냈던 눈빛보다 원통하고 애잔 했다. 마크툽.
 

나의 동물이야기는 슬프고 슬프고 슬펐다. 아 나의 소년시절, 나의 동물 이야기.

 
출처 본인의 해마속 장기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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