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D.I.K.I. the Actor coffee~ story~!
굴 몇개 넣어줄까?
디키가 넣어 달랬는데... 없는거라도 넣어줘야지... ㅋㅋㅋ
뭐야?? ㅡㅠㅡ;;?? 굴을 왜 넣어....
널 웃게 해줄수 있으면 굴이든 뭐든 ㅋㅋㅋㅋ
지금 시작합니다.
지인2 : 어.. 형.. 전화와요...
테이블 위에 올려둔 내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다.
지난번 첫 방문때... 가게에 들어가기 직전에 전화했었던 그 사람이었다. (편의상 지인3)
지인3 : 오늘은 꼭 전해줘야되요...
디키 : 으으은 부끄럽단 말야... 못전해주겠어...ㅡㅠㅡ;;;;
지인3 : 안돼... 꼭 전해줘요. 분명 좋아하실거야...
디키 : 알았어. 전해줄게..
지인3 : 꼭! 줘야되.
디키 : 알!았!어! ㅋㅋㅋ 이따 연락할게..
지인1,2 : ??? 뭐..? 뭘 줘요?? 뭐 갖고 왔었어..?
디키 : 응....
그렇게 내가 가지고 왔던 그 작은 종이가방엔 ...
17년동안 미연이에게 주고 싶었던...
17년동안 고이 간직해온 그것이...
어렸을적...
미연이를 처음 만났을때 생각 했던 소원 하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 직장인 월급의 3~4달 치를 모아야
요즘 나오는 핸드폰 카메라 성능의 10%도 미치지 못하는
저화질의 사진을 뽑을수 있었던 20세기 말과 21세기가 만나던
2001년...
집에 있던 아버지의 펜탁스 필름 카메라에 미연이의 모습을 담는것이 소원이었다.
(이 카메라와 거의 똑같이 생겼었음)
2001년 베이비복스 5집 활동 후 휴식기와도 같았던 늦가을/겨울 시즌...
대구에서 베이비복스 팬사인회가 열렸다.
그 사인회장에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미연이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아버지 몰래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한일극장 (현재의 동성로 cgv) 옆 쇼핑 매장에서 진행되었던 팬 사인회.
오후 6시 쯤 진행되었던 그 팬사인회를 위해서 아침 11시부터 팬클럽이 집결했다.
당시 내가 거주하고 있던 지역은 대구라서 오랜만의 홈 그라운드 행사이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들뜬 마음이 앞섰다.
필름 끼우는 법이라든지 조리게, 셔터스피드 조절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행사장 근처의 스튜디오에서 필름을 사서 점원에게 끼워달라고 요청을 했고
행사장의 조명 수준을 설명하고 셔터스피드를 맞춰달라고 부탁했다.
팬클럽이 모이는 장소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릴까 꼭 안고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팬클럽 인원들이 모이길 기다렸다.
오늘이면 드디어 미연이를 내가 사진으로 담아볼수 있겠구나.!!
들뜬 마음으로 카메라를 꼭 안은채 ... 혹여 잃어버릴까... 혹여 떨어트릴까
전전긍긍하기도 하면서..
팬클럽 임원들, 회원들과 함께 모여서 점심도 먹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면서
베이비복스 관련 굿즈를 찾아다니면서 구입하기도 하고..
3시 즈음까지 싸돌아다니다가 행사 관계자 측과 함께 행사 진행 협의가 있어서
행사장으로 가서 기다렸다.
어느 걸그룹의 사인회 - 디지털 사진이 정착되기 전이라 이런 소소한 행사 사진은 뉴스에 안나오던 시절
요즘의 사인회는 주최측에서 경호원도 붙이고 가이드 라인도 설치하고 하는듯 하지만
그당시의 사인회는 주최측은 그저 돈주고 장소/의자등의 제공을 통한 홍보에만 관심이 있고
진행 자체엔 별 관심이 없었는 듯 했다.
그래서 소속사에서 진행 방식을 별도로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2001년 늦가을/겨울 그때의
사인회 역시 그렇게 진행에 있어서 팬클럽 회원들의 도움을 요구하였었다.
그 요구가 있었든 없었든 당시 그곳에 모여있었던 팬클럽 회원들은 "대 안티전"을 준비하는
역전의 전사들이라 그런 도움의 요청이 없었어도 자리를 지키고 행사장 곳곳에 포진해서 그녀들을
지켜주고자 했었을 것이다.
일몰이 시작되던 시간 즈음...
행사를 알리던 광고 전단들을 보고 몰려든 사람들이 어느덧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모여있던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녀들이 왔다!!!
주최측과 상의된 대로 팬클럽 회원들 약 30여명이 먼저 사인을 받을 차례.
나름 앞쪽 순서였던 내가 미연이 앞에 도착했다.
미연 : ?? 디키 왔네..? 대구까진 또 언제 왔어.. ^^
디키 : 응... 나 원래 대구 살아. 오는데 춥진 않았어?
미연 : 응...? 디키가 대구 살았구나.. 그래서 5집땐 공방을 자주 못왔구나?
2000년 베이비복스 4집 활동 당시...
안산지역에 취직을 해서 주말마다 음악프로그램/드림콘서트 같은 공개방송에
찾아갔었지만...
2001년 5집 활동때엔 다시 대구로 돌아오게 되어 그렇게 자주 갈수가 없었다.
미연이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
미연 : 자! 여기 사인~! ^^
디키 : 저기.. 있잖아...
미연 : 응..?
디키 : 나 사진 한장만 찍어도 되?
미연 : 카메라 갖고 왔어?
디키 : 응... 이거..
미연 : .. 응! 그래!! ^^ 이쁘게 찍어줘야되..?!
디키 : 알았어.. ^^ 고마워 ^^
지금에야 행사 진행측에서 동반 사진 촬영 지원이라든지 그런 사인 외 추가 팬서비스를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추가적인 것을 할수 있지만 당시엔 그런걸 생각 조차 할수 없었던 때였다.
사실상 사진 촬영도 팬클럽 / 연예 기획사 차원에서 금지하던 시절이었지만...
어떻게든 팬클럽/회사 차원의 "멤버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허락을 득했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찍게 된 미연이의 사진..
20여장의 필름을 5분도 안되서 다 쓰고.
난 진행에 도움이 될수 있도록 맡은 포지션인 미연이 앞 인간 바리케이트를 섰다.
미연인 사인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난 미연이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3시간 정도 진행된 사인회가 끝나고 베이비복스는 몰려든 관중을 향해 인사를 했다.
다음에 또 만나요~
행사 시간동안 큰 문제 없이... 극성 안티 출몰 없이 잘 끝난 행사..
행사가 끝나고 하루밤 자고 가는 팬클럽 인원들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다.
사실상 행사를 진행하면서 멤버들의 사진을 찍은 첫 행사이기도 했고
팬클럽 인원들간에 기대가 엄청 컸다.
사진이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사실상 카메라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나는 그 카메라를 그대로 들고 다음날 스튜디오에 가서
필름을 수거하고 현상하고 인화하도록 통채로 맡길려고 했었는데...
같이 저녁을 먹던 팬클럽 회원이 카메라가 신기하다고 만지작 하다가 대형 사고가 터졌다..
로버트 카파의 마음이 그러 했을까...
필름 커버가 철컥하고 열려버린 것...
우선은 커버를 잽싸게 다시 닫긴 했지만
사진의 ㅅ자도 모르던 그땐 그게 그렇게 큰일인 줄 조차도 몰랐다.;;;
다음날 카메라를 맡기고 원래 계획대로 현상을 주문했다.
몇일 뒤 집으로 걸려온 전화...
점원 : 이거 사진이 거의 다 날아갔는데 인화하기 전에 사진을 좀 고르셔야겠는데요?
스튜디오에 나오실 수 있으세요?
디키 : ... 네.. 일단 갈게요.
집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던 스튜디오..
도착한 스튜디오에서는 불판(형광등으로 아래에서 위로 비춰주는 판)에 내가 맡겼던
현상된 필름이 놓여져 있었다.
대충 이런 식...
점원 : 여기 보시면... 시커멓거나 허옇게 보이는거 있죠??? 이게 다 사진이 날아간거에요.
디키 : ... ㅡㅠㅡ;;; 제가 사실 사진을 잘 몰라서.. 맡기기 전에 필름 뚜껑인가 그게 잠깐 열렸었는데
그래서 그런건가요?
점원 : 네.. 필름 안말고 열으셨으면 그거 때문이겠네요.
디키 : 하나도 뽑을 사진이 없는건가요? 중요한 사진들인데...
점원 : 여~기! 요 부부은 뽑을수 있을거 같긴한데 상당부분 가려져 있고
그래도 이 사진 하나는 살아있는것 같네요. 지금 고른거 뽑아 드릴까요?
사진이 잘 안보일수도 있으실 거에요.
디키 : 네.. 우선 뽑을수 있을만한건 다 뽑아주세요.
점원 : 예. 우선 접수는 되셨습니다.
디키 : 잘 부탁드립니다. 꼭 좀 살려주세요.
큰 수술을 앞둔 보호자가 의사에게 부탁하는 듯한 심정으로 점원에게 부탁을 했다.
처음으로 담은 미연이의 모습인데...
이렇게 떠나보낼수는 없었다...ㅠ.ㅠ
그래.. 그때 그랬었지...
지인 2 : 형... 그게 뭐에요?
디키 : 아.. 예~~~~~! 전에 주려고 했던건데 이걸 못주고서 17년이 지나버렸네..
지인 2 : 17년 전이면 언제야....;; (참고로 이녀석은 올해 24살)
내 손에 들려있던 작은 종이가방..
그 속에 있던 그때의 물건..
그 종이가방을 들고 미연이가 앉아 있던 바에 다가갔다.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가슴이 쿵쾅쿵쾅...
나 긴장하고 있는건가....
생글언냐 : ?? 이제 4차인거에요?? ^^ 미연아~ 주문~
바에 다가가는 내 모습을 본 생글 언냐가 주문을 하려는 건줄 알고 미연이를 불렀다.
미연 : 응?? 뭐 줄까?
디키 : 아니.. 이번엔 주문이 아니구, 이거...
조심스럽게 바에 올리고서 살며시 미연이에게로 종이 가방을 밀었다.
생글언냐 : 오... 바.. 바바밤 바~ 밤~~ ^^ 밤~~~
생글 언냐가 분위기를 북돋워주는 배경음악을 입으로 연주해주고 있다 .ㅋㅋㅋㅋ
디키 : ㅋㅋ 그게 뭐에요 ㅋㅋㅋ
생글언냐 : ^^ 이런게 있어야죠 ㅋㅋㅋ 분위기 있게... 바바밤~ 바암~~
미연 : 이게 모야..?
미연이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었다.
미연 : ㅋㅋㅋㅋ 이것봐 ㅋㅋㅋㅋ
생글언냐 : 응?? 모야모야??
미연 : 가방안에 있는거 바로 안보여줄려고 뒤집어져 있어 ㅋㅋㅋㅋㅋ
생글언냐 : ^^ 모야모야... 얼른 꺼내봐요.. ㅋㅋㅋ
가방안으로 손을 넣고 그 안에 있는것을 꺼내 본 미연.
두근두근 두근...
미연 : 어?? 이거 나 있는데..?
뭐시라???
미연 : 이거 나 있어.... 이 사진...
디키 : ??? 진짜??? 갖고 있어??
생글언냐 : 모야모야.. 사진이야? 우와... 이쁘게 잘 나왔다..
미연 : 응... 아~닌가? ㅡㅅㅡ;;
사실 이 사진을 찍고난 뒤 군대를 가면서 경상도 지역 임원이었던 팬클럽 회원에게 몇장
더 인화해서 말 잘듣는 팬클럽 회원들에게 선물로 주라고 준적이 있는데 그게 미연이에게로
전달된건가...
디키 : 아닐거야.. 내가 이거 내가 찍고서 널 준적이 없는데..
생글언냐 : 직접 찍으신거에요? 오... 이게 언제적이레...
디키 : 한.. 17년 정도 됐어요... ^^;;;
생글언냐 : 우와.. 그때부터 미연이 팬이셨던거에요..?
디키 : 아니.. 그건 아니구.. ^^;;;;
미연 : 나 1집때부터 팬이었어...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미연이는 시선을 고정한채 생글언냐의 궁금증에 답을 해줬다.
미연 : 생글언냐, 나.. 이 옷 아직 집에 있다? ㅋㅋㅋ
생글언냐 : 아.. 선글라스도 있어? 선글라스 이쁜데..?
미연 : 아~닐껄~ 선글라스는 아마 없을것 같아... 이때 머리 브릿지 넣은것두 그렇구..
우연때 인거 같은데... 맞아?
디키 : 우연 전에... 5집때 사진이야.
미연 : 응? 아닌데... 나 우연때 브릿지 넣었는데...
디키 : 5집 활동 거의 끝날 즈음에..
이 사진이 5집 인형 활동 당시의 사진 미연이의 머리에 브릿지가 이미 들어가 있다.
맨 오른쪽 심은진의 머리가 5집 활동 시작 당시에 워낙 짧게 잘랐던 터라 저런 번개머리밖에
할수 없었고 저런 머리는 5집 후속곡 인형 활동 당시에 했던 머리기 때문에 미연이에게
심은진의 머리를 설명하려고 입을 열었다.
디키 : 그때 은진누나 머리가..
미연 : ...
미연이가 아무말 없이 뚫어져라 사진을 보면서 상념에 잠긴듯 사진속 미연이의 볼을 쓸어내리며
액자를 만지고 있었다.
생글언냐 : 옛날 생각 많이 나..?
미연 : ... (끄덕..)
미연이의 고개가 짧게 끄덕이는듯 보였다.
베이비복스 활동 당시의 힘든일이 생각난 건지...
그때의 즐거웠던 일이 생각난 건지...
내가 내 욕심에 미연이에게 괜한 것을 선물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의 사진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어 보였다.
더이상의 설명엔 의미가 없어 보였다.
미연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 안쪽 선반에 사진을 올려놓고
사진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생글언냐도 뭔가 뻘쭘한듯 나와 미연이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계속 그 자리에 서 있기엔
분위기가 요상하게 흘러가는 듯 해서 이내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내 욕심에 괜한 선물을 한건가....
지인 1 : 선물 주니까 좋아해요??
디키 : .. 응.. 좋아하네.. ^^;;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냥 상황을 무마시키고 넘겼다.
지인1은 지인2와 어느새 친해져서 이젠 나를 제외하고 둘이서 잘 놀았다.
같이 만나기로 했던 또다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척 문상이 갑자기 생겨서 김해를 내려가야한다고 한다.
디키 : 야.. 이제 우리도 가자.. 지인4 못온댄다. 갑자기 초상났다고..
여기 분위기도 반 초상이었지만.. 뭐.. 지금 내가 사라져 주는게 그나마
분위기를 살릴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것저것 짐을 챙기고 자리를 일어났다.
지인2 : 형.. 간다고 인사는 하셔야죠.
디키 : ?? 뭐.. 바빠 보이는데.. 조용히 가자..
때마침 들어온 손님에 미연이가 살짝 바빠지는 조짐을 보이자 그틈을 타
매장을 빠져 나오려고 했다. 생글언냐는 감기기운이 있어서 조퇴를 했고 미연이 혼자서
가게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사라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인1 : 형.. 인사는 하고 가셔야겠는데...
디키 : 왜... 그냥 가자니까...
지인1 : 형... 형...
디키 : ....
나라고 인사를 안하고 가고 싶겠냐... 근데 내 욕심 때문에 그럴 분위기가 아닌거 같게
만든거 같아서 도망치는건데..ㅠ.ㅠ
자꾸 인사를 하고 가라는 지인의 권유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미연이와 또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미안해서 눈도 못마주치겠는데 가려는 내 모습을 또 빤히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면 되는데 구지 왼쪽으로 몸을 돌려서 다시 바로 향했다.
디키 : 커피 맛있었구... 다음달에 또 올게
미연 : (끄덕끄덕..) 조심해서 가고...
디키 : 응~ 안녕~
미연 : 안녕~ 또 와~^^
디키 : 응.. 또 올게 ^^
왜 다음달에 온다고 했는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