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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유 안에서 메갈리아와 워마드부터 군문제까지 여성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에 반해, 정작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이것도 제가 개인적으로 찾아 본 것이고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긴 합니다만 다른 분들도 참고 할 부분이 있었으면 합니다.
페미니즘의 태동은 결국 인권 운동과 괘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도 소극적인 의미의 인권운동 및 인권선언문이 있었지만, 인류사에서 가장 최초의 의미 있는 인권선언은 프랑스 대혁명시기의 인권선언 (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 천부권에 대한 시각이 정립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인권선언서는 무산자와 여성을 배제하고 유산자인 남성만을 권리의 주체로 상정함으로서 진정한 보편적 인권을 말하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선언문이 발표될 당시 올랭프 드 구주 (Olympe de Gouges)는 당 인권선언에 여성이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해 ‘여성이 교수대에 올라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연단에 올라갈 권리 역시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합니다. 당시 시대상의 한계로 그녀는 결국 이러한 주장으로 인해 교수대에서 처형당하지만, 페미니즘의 태동과 과 보편적 인권의 태동이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미국 남북전쟁과 세계 제 1, 2차 대전을 통해 인종과 신분 차별이 (비교적) 급격하게 사라지는 와중, 초기 페미니즘이 태동합니다. 대규모의 총력전을 통해 기존 경제 주체인 남성은 전쟁을 수행하느라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고, 그 빈자리를 여성이 채워나가면서 최초로 여성이 대규모로 가정 밖의 역할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로써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을 마치고 노동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수효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그에 따라 여성권에 대한 목소리 역시 약해집니다.
제 2 차 대전을 겪으면서 다시 국가적인 장려를 통해 여성은 경제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다시 여성의 기본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이는 여성 참정권, 교육권, 근로권, 생식권 등의 법적인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합니다. 이걸 제 1의 물결 여성운동 (first wave feminism)이라고 합니다.
이후 베트남 전쟁과 냉전 기간 동안, 대학생을 주체로 한 반구체제 문화 운동인 68혁명이 발생합니다. 이 운동을 통해 기존의 우파와 좌파, 기독교, 거대권력 중심 정치 체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인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을 장려합니다. 이는 여성권은 물론 성소수자, 유색인종, 장애인 등의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이 시기의 페미니즘은 제 2의 물결 (second wave feminism)이라고 불리며 단순한 법적 권리 이상의 사회적, 문화적 성평등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까지의 페미니즘은 여성문제의 범위에 대한 의문에 자유롭지 못했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 3의 물결 페미니즘이 시작됩니다. (각 개인은 다른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가 여성이기 때문에 생기는 불평등이고 어디부터는 외적인 요소로 인한걸까? 같은 한계) 이 시간의 페미니즘은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의 시선이 아닌, 좀 더 광범위한 시각으로 성문제를 봅니다. 즉 남성과 여성을 넘어선 젠더, 나이, 문화, 경제 등 개인을 정의하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인식합니다.
이런 큰 흐름을 봤을 때, 제 사견으론 결국 주류 페미니즘은 생물학적인 의미의 여성을 넘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모든 인간의 평등한 권리를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과격한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정의하는 사람들이 성평등이 아닌 편파적인 주장을 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개인적으로 전 그 주장이 학계의 큰 흐름과는 상관 없는 주장이기 때문에, 그 소수의 목소리가 페미니즘 전부를 정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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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최근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얼마 전 성평등을 주장하는 분들이 페미니즘 보단 이퀄리즘 (equalism)이란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에 이퀄리즘이라는 건 없는 말이라며 비판하시는 분들이 보이더군요. 아까 제가 위에 프랑스 혁명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혁명의 구호가 자유, 평등, 우애인건 많은 분들이 아실겁니다. 여기서 평등을 프랑스어로 하면 이갈리테(Égalité)고 영어로 하면 이퀄리티(equality)입니다. 그래서 만인이 평등하다고 믿는 사상을 이갈리테리아니즘(egalitarianism)이라고 합니다. 이 표현은 스탠포드 대학이 발간한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에도 나와있는 표현이니 족보가 없다고는 못하겠죠. 프랑스어 기준으로 이갈리테리아니즘이라고 하면 존재하는 표현인데 영어로 이퀄리즘이라고 하면 없는 말일까요?
아, 참고로 메갈리아는 메스르 겔러리와 이갈리아의 딸들이란 소설에서 나오는 가상 국가 이갈리아의 합성어라고 하던데요. 이분들이 이퀄리즘이란 말을 참 싫어하더라구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1. 페미니즘 나쁜 거 아님.
2. 편파적 주장하는 사람이 페미니즘 딱지 붙이고 그 말 한다고, 페미니즘이 다 그런 건 아님.
3. 페미니즘이든 이퀄리즘이든 이갈리테이라니즘이든 맛만.. 아니 인간이라면 모두 같은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만 담고 있다면 되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