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당신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당신을 압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같은 지하철을 타고 심지어 환승역까지 같았고, 환승하고나서도 같은 칸에 탔기 때문이죠.
환승하기 전, 지하철에서 현란하게 화장하시는 모습...참으로 감탄스러웠어요.
비꼬는게 아니라 이건 정말로 감탄스러웠어요. 왜냐면 저는 흔들리는 곳에서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당신이 메포 UHD 프레스드 파우더를 큰 파우치에서 꺼낸 순간, 아차 싶었지만 만원 지하철이라 저는 다른 자리로 옮길 수도 없었고,
당신이 그와 짝꿍으로 불리는 가부키 브러쉬를 든 순간, 아! 이제 저 미세한 파우더가 저의 코 점막에 달라 붙겠구나 싶었답니다.
앉아있는 당신은 앞에 서있는 제 존재 따위 쿨하게 무시하고 이마를 비롯한 얼굴 전체에 파우더를 꼼꼼히 얹어주었지만
저는 당신이 그 공정을 마칠 때까지 억지로 숨을 참아야 했어요.
왜냐하면 굳이 미세먼지까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들이마시는 이 사회에서 당신의 파우더까지 마시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제 굳센 의지가 무색하게 파우더는 제 코로 들어가고 말았고, 덕분에 저는 출근길 내내 콧물 훌쩍이는 신세였답니다.
환승 후에 제가 엄청 빨리 뛰었음에도 우린 같은 칸에 탔고, 어느 순간 당신은 보이지 않았어요.
사실 정중하게 요청하고 싶었지만, 당신의 아침과 제 아침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놔둔걸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다음부터는 그런 공정은 회사 사무실 도착하셔서 화장실 가서 해주시기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