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번 눈팅으로 오유보다가 요새 마음이 심난해서 어디 터놓을데도 마땅치 않아서
이렇게 오유에 가입하게 된 신입입니다.
고민거리는 제목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미국 석사"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렇게 까지 왔을까 싶네요. ㅎㅎ
군대 병장이 되고 할게 너무 없어서
"아... 남들이 안하면서 뭔가 꿀빠는 직업이 뭐 없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사색, 번민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 지금와서 다시 생각하는데 그런건 없더라카더라 )
그러다가 학교홈페이지를 찾다가 비파괴연구? 라는걸 보고 뭔가 촉이 왔죠.
"이게 10년 뒤면 뜰 직업 중 하나란다!" 중학교 기술 선생님의 말씀이 귓가에 들리면서
그래 이거야! 하고 홈페이지를 찾아 교수님에게 메일공세를 보냈죠.
이 모습을 본 교수님은 제가 흥미가 있어서 그런지 연구실 어시를 제안했고
전역하자마자 2학년 1학기부터 연구실 생활에 돌입했습니다.
연구실 생활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노예생활이다... 뭐다하면서 걱정했지만
그런건 별로 못느낀거같아요. (제가 워낙 둔해서 그런거도 있지만)
워크샵이라던가 학회에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형들하는거 어깨너머로 들으면서
배우기를 2년 동안이나 했어요. ( 그닥 성실하게 한거 같지는 않은거 같아요. 노는데 더 열심이였죠 ㅎㅎ )
4학년 1학기 때, 교수님이 저를 부르더니만 저에게 미국 교환학생을 제안하셨습니다.
수능 영어가 똥망이였던 저에게 교환학생이란 제안은 고맙기도 하면서 걱정이였지요...
공부도 그냥저냥이던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건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돈이 엄청 깨진다는 주변에 말때문에 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안하는거보다야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토플책을 사들고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 무슨 시험 영역이 4개나 되냐 ..... )
한달 정도 공부를 하고 ( 공부가 거의 손에 안잡혔죠 ... ) 무작정 시험장에 갔습니다.
시험장에 딱 들어가서 시험을 치는데..... 토익은 그냥 장난이더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구요.....
그리고는 그냥 반포기 상태에서 시험결과를 기다렸죠. 근데 교환학생 커트라인을 넘더라구요?!?
이렇게 되니 안가기도 뭐하고 가기도 뭐한 애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걸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죠.
그렇게 여유로운 형편도 아닌데다가 취직준비가 아니라 교환학생을 간다고 하니 어머니께서는 반대하셨지만 아버지의 지지로
허락을 간신히 받게 되었어요. 허락은 받았지만 돈이 문제였죠. 한학기만 해도 최소 1천이 든다는데 이걸 어찌해야하나 싶더라고요.
제 등록금은 국가 장학금 + a 로 해서 문제는 없었지만... 동생도 학교를 다니는 마당에 1천만원을 구한다는건 눈앞이 깜깜한 일이였어요.
가기 한달 전까지도 가야하나, 취직을 해야하나로 끊임없이 고민했었지요. ( 누구한테 이걸 말할수도 없고 말한다고 뭐 바뀌는게 있나 싶기도 하나 )
그러던 어느날 교수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2년동안 연구실 생활 열심히 했다고 교환학생을 지원해준다고 하셨어요!
정말 교수님 앞에서 울컥할 뻔했는데 간신히 참았습니다. ㅠ.ㅠ 그말 듣고나니까 공항가는길이 정말 무지개길처럼 빛나더라고요. 히히
7월 중순에 인천공항에서 출국해서 댈러스에서 MSY 공항까지 열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려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자원봉사자분의 차를 타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시골이야 시골....
인터스텔라 오프닝에 나오는 그 옥수수밭이 떠오르더군요..... ( 미국을 미드로 배우면 큰코다칩니다. ㅠ,ㅠ )
한시간이 지나 숙소에 도착하니 방하나 댕그러니 놓여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가 과연 어떻게 해야하나. 잘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첫 날밤 ,11시에 숙소에서 나와 학교 분수대에서 혼자 멍하니 분수대만 처다보기도 했었어요. 너무 막연해서 말이죠.
근데 운이 좋아서인지 몇일 뒤,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서 한국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도움으로 정착할 수 있게 되었어요 ㅎㅎ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8월 중순 부터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홍수때문에 일정이 좀 늦춰졌죠 )
저는 한국연구실과 협업중인 교수님 밑에서 연구를 도우면서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게 굉장히 자유로웠어요. (그냥 중간중간 모르면 질문하고 그럼 바로 이야기 해줘요.)
그리고 수업시간이 짧았죠! (월-목! 불금X, 불목 소리 질러!!!)
그리고 수업이 재미있어! ( 댄스 쩔어! 영어 토론 재미있어! 양자역학 빼고!!! 지금 생각하는데 그건 최악이였어요. 내가 왜 들었지? )
뭔가 한국생활과는 다른 것에서 신선함을 느꼈고 배움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었어요 하여간.
그러다가 어느날 연구실 친구랑 같이 이야기를 하는데 ( 저는 물론 386컴퓨터의 로딩속도로 말합니다. )
석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미국 친구가 "교환학생 끝날고 뭐할꺼임? 와우각? "이러길래
전 "와우는 굴단까지만 잡고 석사는 여기서 할수 있으면 좋을꺼같은데? ㅋㅋ" 이러고 넘어갔어요.
연구하고 PPT만들고 발표하면서 두어달 지날 즈음 어느날 미국교수님이 저한테 이야기하더군요.
" 너 석사 공부에 관심있다면서? 공부해볼래? 장학금도 줄게."
이 말을 들었을때, 전 예전보다 더 혼란이 왔었어요... 과연 이걸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말이죠.
부모님에게 지원을 받는건 꿈도 못꾸는데 조교하면서 돈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많은편은 아니더라구요... ( 집값내고 밥먹으면 딱 끝 )
한국으로 귀국하기 몇일전까지 고민했을꺼에요... 할까? 말까? 할까? 말까?
그러다가 딱 결심했어요. 딱 2년만 미국에서 군대에서 살듯이 살아보자. 최대한 아끼면서 하면 죽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자전거타면 20? 30분 거리에 월마트도 있으니까 뭐... 생필품도 문제 없구. 한번 도전해보는거지 뭐!
그렇게 미국 교수님께 " 저 석사 하겠습니다 " 라고 딱 말했어요. 그러니까 교수님이 이야기를 하기를
" 넌 지금 수준으로보면 낮은 레벨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보여서 너에게 제안을 한다." 라고 이야기 해주시더라구요. ( 내가 멍청멍청하다니 ㅠ.ㅠ )
그리고 한국에 오고나서 졸업하고 바로 GRE시험 준비를 시작했어요. (장학금 심사가 얼마 안남아서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더라구요.)
근데 GRE는 토익, 토플이랑 다르게 난이도가 높더라구요. ㄷㄷㄷㄷ 그래서 그런지 학원비도 비싸!!!!!
그래서 1월에는 백화점에서 설날 알바를 하면서 돈을 모았고
2월에는 그 돈으로 GRE학원에 등록하고 수업을 들었어요. (열정은 넘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어앞에서 금새 무너지더라구요...)
결국 최소요구조건만 맞춰야지 하는 마음으로 작문과 수학에 올인했죠... 그리고 3월초에 시험을 봤고 통과했죠 간신히... 헤헤
시험이 끝나고나서 교수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추천서를 받기 시작했어요. 3장을 받아야하는데
2장은 미국담당교수님과 한국담당교수님께서 써주신다고 하셨고 나머지 한장은 누구한테 받지?
누구에게 받아야 할까? 하다가 고민하다가 화장실에서 A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종종 인사하고 수업들으면서 질문도 하구... 면담도 하구... 자주 봤었죠 )
"오랜만이다, 이번에 졸업했니?"
"네 교수님 이번에 졸업했습니다."
"요새는 뭐하고?"
"석사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다가 제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다름 아니라 교수님 제가 석사를 가야하는데 추천서가 필요합니다. 혹시 써주실 수 있나요?"
이 말을 들은 교수님은 저를 연구실로 데려가시더니
"물론이지, 널 예전부터 봤는데 정말 긍정적이고 보기 좋더라. 언제까지 제출해야되니?" (여기서 또 울컥할뻔)
너무 고맙더라구요. 전 뭐 한거도 없는거 같고 그냥저냥 인생 산줄 알았는데 ㅠ.ㅠ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제가 미국 석사 길에 발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근데 잘 모르겠어요. 내가 잘하는건가... 한국의 취업경쟁에서 도망치고자 괜한 무리수를 던지는건가...
미국에서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과연 석사과정을 마치고 무사히 취직해서 제구실을 할 수 있을까?
전공 분야도 이게 비전이 없는건지 있는건지 감도 안오고...
오만가지 생각이 요즘 머리속에서 헤엄치네요... 논문을 읽으면서도 집중이 잘 안되고 멍만 때리고 있어요.
막노동이라도 해야하나 싶기도 한데 몸이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라 오히려 돈이 더 깨질까 걱정이구.....
하암..... 모르겠네요. 하루가 지나면 자신감 만땅, 그 다음날은 자신감 제로.....
옆에 친구들은 잘나가는데 난 반백수처럼 이러고 있고... 이런건 뭐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없나? 싶어서 뒤져도
알바끝나면 10시인데 지쳐서 제대로 뒤적이지도 못하고 뻗어버리네요.
술을 먹어서 더 그런진 모르지만 오늘따라 더 생숭싱숭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PS. 6개월 미국생활 했지만 아직 모르는게 많은 뉴비입니다. 팁같은거 있으면 알려줘요.
예를 들자면 먹는거! ( 거기서 파스타랑 퍽퍽한 고기랑 부리또만 먹다가 미칠뻔했어요. )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있으면 알려주세요! 참고할게요 ^^ 저는 앞으로 루이지애나에서 2년간 공부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