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끼던 예능이 변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글을 써 봅니다.
1박 2일의 기본 포맷은 여행, 게임, 복불복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 포맷을 10년 간이나 유지해 왔으니 한계라면 한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가재 PD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색다른 테마들로
매 회를 풍성하게 꾸며줬습니다.
(서울여행, 금연여행, 너희 집으로, 하얼빈특집 등등..)
잘 짜여진 각본 아래 한 회 한 회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1박 2일은 전체적인 그림 그리기를 실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회를 이끌어갈 굵은 주제를 세워놓고 그 아래에서 디테일을 마련한다기보다는
지엽적인 게임 아이템 몇 가지만 제시하면서
어때, 어때, 이거 재밌지? 기발한 아이디어지? 하며 내놓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게임 룰 설명하는 무도리 PD 목소리에 웃음이 묻어 나올 때가 많죠.
본인은 너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는 듯한~)
그 순간 순간 게임이 재밌다고 치더라도
왜 그 게임이 필요한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은 중심을 잃고 산만해보이기만 합니다.
오늘은 해장국 로드라고 하여 멤버가 두 팀으로 나뉘어져
각 도시에서 음식 식사권을 걸고 게임을 펼쳤죠.
그 중에 손님이 식당에 들어서는 발이 오른발인지 왼발인지 맞추는 게임에서
각 팀에 다른 룰이 적용이 됩니다.
차태현팀은 오른발을 찍었으나, 손님이 왼발로 문턱을 밟고 그 다음 오른발로 완전히 들어오며 실패로 판정이 되었죠.
(심지어 자막으로 '선에 걸쳤다고 주장해 보지만' 이라고까지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준호팀은 왼발을 찍고, 손님이 오른발로 문턱을 밟고 그 다음 왼발로 완전히 들어오는
차태현팀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었으나,
완전히 들어오는 발 기준이라며 성공으로 판정이 되었습니다.
최근 게임 룰에 상관없는 느슨한 운영으로도 논란이 많았는데,
대놓고 이렇게 같은 게임에 다른 룰을 적용하는 것은
사전에 디테일한 게임 룰에 대해서 제작진 내에서 의논도 부족하였다는 반증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 진 팀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한 벌칙이 있다고 하면서...
아침에 기상해보니 전 스탭들은 자리를 떠나 있었고,
스스로 촬영 및 미션을 하라는 지시만 남아있었죠.
이전에도 멤버들만 남겨두고 아침에 스탭들이 몰래 사라졌던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에야 신선한 몰래카메라로 받아들여지지만,
오늘 성의없이 종이에 적어내린 쪽지만 남겨놓고 떠나버린 스탭진들은
그냥 대책없이 모든 걸 멤버들에게 맡기고 손을 놓은 걸로만 보여
직무유기로까지 보여집니다.
정말 가재 PD + 구탱이형 시절 매번 아껴보던 예능을
이제는 보고 싶지도 않아졌습니다.
앞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저는 일부러 일요일 저녁 시간을 내어
1박 2일 본방송을 시청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