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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고 써보는 썰 2
게시물ID : love_258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개음흉
추천 : 0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02 01:05:56


말 그대로 머저리나 다름없었던 순간이였다. 그사람을 보는 순간 모든게 멈추어버렷었다. 그렇게 삶에 지쳐 잊어가던
아니, 잊었노라 애써 위안하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가는 순간들이였다.

퇴근길에 마주친 그사람은, 일년이란 시간속에 몇일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핏대선 눈에, 제대로 옷을 갈아 입지 못해
꾀죄죄했던 그날의 차림도, 어느새 위안거리라고는 술과 담배말고는 없어져있었던 그 모습들에도 개의치 않은듯
다가와 인사를 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는 순간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수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잘지냈느냐고, 행복했느냐고.
나는 그시간동안 정말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는데 너는 그래도 행복했느냐고
나는 잊지 못했노라고, 그날의, 또 그 이전의 너와의 이야기들을 시간들을 잊지 못했다고,
아직도 나는 그날의, 그 추억들의 순간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노라고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을 무렵 조금 떨어진 곳에 서, 한여름의 더위때문이였을지,
그저 몇일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내 순간의 착각이였을지는 모르지만
한껏 상기되고 긴장된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건내어 왔다

잘지냈느냐고,그 한마디에 머릿속을 메우던 어떤 말도 생각이 나질않았다.

보란듯이 잘지내고 있었다고 해야했는데,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저 그 순간의 일년이란 시간동안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보다 못해 이제는 그 선마저 희미해졌던 추억들을 눈에 담기 바빴다.
그렇게 한참을 그사람을 머쓱하게 세워두다 대답했다.

잘못지냈다고, 사실은 언제고 살다보면 또 너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수많은 대답들을 떠올리고 연습했는데
막상 이렇게 만나니 잘 못지내고 있다는 이런 말 밖에 내뱉어 지질 않는다고

너무나 창피하고 초라해진 마음에 발길을 돌려 뒤에 나를 부르며 무어라 하는 그사람의 말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미 갈라질만큼 갈라진 마음이 다시 한번 갈라지고 있었다.

남들은 참 쉽게도 헤어지고, 쉽게도 만나던데 나는 왜 멍청하게도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러고 있는건지
자괴감이 들었다. 어떻게 집에 들어온건지 기억도 안날만큼 머리가 복잡해졌고
그저 현실에 치여 묵혀만 두었던 상처들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날, 억지로 잠을 청하던 그 밤.
나는 또 그사람을 꿈꾸었다.

현실은 드라마와 달랐다. 그저 이별의, 재회의, 아픔으로 아무것도 못하던 주인공들과 달리
매일 같은 시간에 다시 눈을 떠 출근을 해야만 했다. 혹시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바꾸지 못한 핸드폰번호와
여전히 친구상태인 SNS에서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미 끝난 사이임을 분명히도 아는데, 그 한번의 만남으로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음을 아는데도
꿈에 나온 그사람이 너무 따듯하여, 한 여름임에도 추운 겨울속에 사는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어서
미련이 남아서, 많은 걸 해보지 못한 순간들에 아쉬움이 남아서라는 핑계로 그사람을 떠올렸다.

그렇게 다시 마주치고 또 두어달쯤 지났을까, 친한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저앉아 한참을 그사람의 번호를 찍어두고 망설였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잊고 살고 있었음이 분명한데도, 그 한번의 만남으로 모든것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그 말도 안되는 욕심에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통화연결음이 나오다가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하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술기운일까 감성적으로 변해버린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영화속 주인공처럼 소리없이 울지도 못하고 꺼이꺼이 목놓아 울어버렸다.

안도감이 들었던거 같다, 아직도 내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던건지, 나 임을 알고도 전화를 받아준
그사람에게 한없는 감사함과 또 다시 악몽처럼 떠오르는 그날의 순간들에

한없는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상황속에
아이처럼 울어버렸다.

그런 나를 억지로 달래지도, 당황하지도 않은체 한참을 울음소리만 듣던 그사람의 어디냐는 물음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다시 너를 보게 된다면 돌이킬수 없을거같아서, 또 그사람이 너무나 좋아질것만 같은 기분이기에
그저 바보처럼 울고만 있었다. 

너희 집근처 우리가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항상 막차시간을 넘기도록 앉아서 얘기하던 그벤치아래 내가 있음을
말하지 못했다.
이곳에 있는것 하나로 내 마음을 모두 들키게 되어버릴까봐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 목놓아 울기를 한참

눈앞에 그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을이 무르익어 추운 새벽에 잠옷차림으로 뛰어오는 그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걸까, 보여서는 안되는 모습에 심장이 멈추는듯한 기분이였다. 어느새 눈물은 그쳤고
멈추어버린 심장과 함께 숨조차 멈추고 시간조차 멈춘듯 그사람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 순간에 나는 어쩌면 믿지도 않는 신에게 소원을 빌었었을수도 있었던것 같다.
제발 이사람과 내가 악연으로나마 끊이지 않고 서로를 배회하기를 그리고 그 악연이 언젠가 끝나 인연으로
운명으로 서로를 마주할수 있게 해달라고.


멈추어버린 세상속 오롯이 우리의 시간만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또 다시, 악연의 시작이였다. 


출처 http://todayhumor.com/?love_2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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