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애견인입니다..
16년간 키웠던 강아지가 하늘나라 간 지 벌써 4개월 정도 돼가네요..
제 나이가 25인데
제 입장에선 인생의 절반을 같이 살아온 친구에요
이 친구가 갓난 아기때 와서
어머니께서 강아지 젖병으로 밥먹이던게 엊그제같은데
어느덧 저는 이만큼 자랐고
그 친구는 우리가족을 두고 멀리 갔습니다
제가 갓스물이 되었을 때 이미 느끼고있었어요
이 친구가 이젠 늙었구나 기력이 딸리는구나
새벽까지 알바를 하고 들어와도
현관문소리에 터벅터벅 걸어와서 인사하고 다시 터벅터벅 가서 자던 친구인데
어느샌가 귀도 어두워져서 잘 듣지못하더라구요
군대 갈 때에도 부탁하고 부탁했습니다
조금만 더 같이있어달라구요
전역하고나서도 꽤 오래 같이 있었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친구도 제 부탁을 들어주려고
하루하루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 힘겨워하고 잠만 자면서 지내다가
어느날부터 아무것도 먹지않더라구요
음식은 입에도 안대고
물만 마셔도 다 개워냈어요
동물병원 아저씨께서 이젠 영양제를 맞아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에 말없이 눈물만 흘렀습니다
귀는 거의 안들리는 상태고
눈도 안보이게 된 지 꽤 됐다고 하더라구요
여태 소리로 절 찾았었나봐요 난 그것도 몰랐는데..
우리 친구가 많이 힘들어하는거 오래전부터 알고있어서
머릿속에서 수없이 이별하는거 연습했는데
도저히 못받아들이겠더라구요
떠나기 전 날 밤, 알바를 바치고 집에 바로 왔습니다
방에서 옷갈아입고있는데 이 친구가 터벅터벅 걸어왔어요
이렇게 퇴근할 때 맞아주는게 정말정말 오랜만이어서
꼭 안고 고맙다고 얘기하며 쓰다듬어줬습니다
그 땐 몰랐어요
그게 마지막 인사였다는걸
나중에 물어보니 저희 형한테도 웬일로 인사하러 왔었다더라구요..
다음날 알바를 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했고
마지막 인사를 했어요
형아랑 약속 하나만 하자고
인터넷에 보니까 주인이 나중에 하늘나라 가면
강아지가 마중나온다던데
다른 강아지 안키울거니까 질투하지말고
꼭 나오라고
안나오면 찾아내서 혼낼거라고..
그날은 울면서 출근했네요..
일하는 도중에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당장 집으로 갔습니다
계속 옆에서 손잡고 말걸고 계시다가
잠깐 이불 정리하시는 사이에 갔대요..
살면서 그렇게 큰 슬픔을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그 날 집에 도착했을 때의 향기와 장면들은 아직도 트라우마에요
가족들과는 화장을 시켜주자고 얘기를 해놨었고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보내주고싶어서
이미 떠난 친구를 따뜻한 물에 씻겨줬어요..
화장은 화장터에 직접 가서 과정 다 지켜봤구요
유골함은 아직 제 방에 있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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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갑자기 슬퍼서 그만ㅎㅎ
아직까지 강아지를 잊지못해서
매일 생각하면서 지내는데요
오늘 어쩌다 인터넷에서 강아지 인형을 봤는데
이 친구가 생전에 젊을때도 맨날맨날 잠탱이었는데
자고있는게 너무 닮아서요ㅋㅋ
근데 '요쿠셔테리아' 모델 인형이 안보이네요ㅜㅜ
혹시 판매처 아시는 분 있으시면 말씀부탁드릴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