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와인 맛있게 먹기로 해놓구 자기 닮은 여아1호가 자는걸 봐야한다며 먼저들어간 남편을 뒤로 한 채 와인한잔하구 오유에 들어왔네요
아.. 정말 작년은 스펙타클해서 뭐가 휘리릭했어요.
잊어먹지 않게 출산후기를 남겨보려합니다.
저는 초반에 육아게에 하혈했다고 해서 글을 남긴적이 있어요. 그때 유산방지주사를 맞아서 3일은 누워만 있어야 한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글을 올리고 많은 위로를 받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후기를 남겨봅니다.
저는 9월 23일이 예정일이었어요.
그전엔 일을 하고 있어서 8월말까지 일을 했고 그때 막판에 마무리 짓던중에 사장이 제대로(워낙 조그마한 회사라) 인수인계 가이드라인이 없어 제가 알아서 하다가 날려먹어서 그 마지막날 밤을 세다시피해서 자료 남기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더니 하던말이 "뿅뿅씨는 왜 이건 안해놨어? 이런거까지 하는게 인수인계라는거야~"라는 말을 듣고 핸드폰 카톡의 사장사진을 주먹으로 두들겼던 날이 문득 생각 나네요.
여튼 저는 9월 1일부터 쉬었습니다. 그 전에 아~~~~~무것도 준비를 안해서 9월에 급하게 해야했거든요. 시어머님이 3일이 토요일이던가 그랬는데 애기 물건 사주신다고해서 좋다고 신랑이랑 가서 골랐지만 이미 나이 차 많은 큰언니의 물품을 물려봤기로 했고 마음만으로도 감사해서 기본적인걸로만 준비해서 결제 부탁드렸어요. (아마 그때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그 전에 맨날 나무라시던 시어머니의 눈빛이 고와지셨던거든요.)
거기서 얼마 이상이면 욕조를 준다고 해서 그것도 겟!!!
그 포인트에서 시어머니한테 엄청 칭찬들었습니다.(속닥속닥... 왜인지는 저도 모르겟어요.... 준다고 해서 받았는데 저보고 잘했대요...)
여튼 저는 그렇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애기 물품을 준비했고 날이면 날마다 눈만 뜨면 먹고 싶은게 생각나서 신랑을 닥달했습니다.
입덧을 해서 못 먹어서라면 이해되겠지만 남편표현으로 입덧이 스쳐 지나갔는데 넌 어찌 그렇게 음식에 입'덕'하냐고 하더라고요... 모르겠어요.... 저희 아가가 먹고 싶다는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짧은 시간동안에 이틀에 한번꼴로 외식을 열심히 했고 그 와중에 너무 먹어서 막판에 살이 찌면 애가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엄청 싸돌아 다니기 시작했어요. 동네에 그 유명하다는 바르다 *선생 김밥과 온면, 만두가 먹고 싶어 걸어서 30분은 족히 걸린다는 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애 낳기 전 주말엔 (여기는 대전이에요)계룡산 꼭대기를 다녀온다음 와이프가 애를 수월하게 낳았다는 세탁기청소 아저씨 말을 듣고 계룡산에가서 꼭대기를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저를 동학사 입구에서 파전으로 진정시키던 남편이 문득 생각납니다. 거기서도 엄청 먹어서 가게 사장님이 기특하다며 애 낳고 오면 기저귀를 한팩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못간건 게으름이 아니라 겨울이라 그런거에요)
그렇게 다녀오고 월요일(19일)에 다시 바르다 *선생에 다녀오고 그 와중에 시아버님께 전화와서.. 이거 먹으러 왔다고 자랑질까지 하던 며느리를 아버님은 본인도 모르게 칭찬하셨습니다...ㅋㅋㅋ
그리고 화욜엔 산부인과 정긴 검진이라 들렸더니 이미 20%가 진했돼다면 오늘 유도분만 하자고 하는 것을 '자연적으로 진통을 느끼고 오겠다며'마다하고 또 먹으러 갔다가 그 다음날 배가 싸르르하여 신랑한테 말하니 신랑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 빨리 애 낳자고 저를 설득해서 결국 유도분만 예약을 잡게 되었어요. 그게 오후 1시.
그래서 저는 이렇게는 못가겠다고 그 동네에 맛난 피자와 파스타집이 있으니 그거 점심으로 먹고 낳겠다고 해서 결국 11시 반에 그 집을 방문 했습니다.
먹는 도중 진통이 오면 멈칫하며 얼굴이 긴장되어 인중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다가 없어지면 열심히 먹는 저를 보고 지금까지도 '넌 그때 정말 최고였어'라고 치켜세워주는데 비꼬는 것인줄도 알면서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푼수끼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친정엄마께도 열심히, 저희 외갓집에 가서도 열심히, 시댁에서도 열심히 하는 남편을 보면... 어느 순간 위인이 된거 같습니다..-_-;;;;
여튼 12시 반까지 열심히 먹고 1시에 병원에 도착해 수속을 했어요. 간호사 분들이 점심은 드셨냐고 해서 신랑이 신나서 제가 먹은 모습을 묘사했더니 수간호사님이 그러다 토한 산모가 있으니 유의해야겠다고 그러시더라구요...하하하;;;;;
그때만 해도 신랑이랑 저는 아가를 볼 수 있다는 설렘에 그저 둘이서 꺄르르~(참.. 순진무구한 당시의 저를 줘패고 싶습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가족분만실로 옮겨져 링겔을 맞고 거기에 촉진제도 같이 맞았습니다. 초반에 그 방안에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짐볼이 있다면 둘이서 꺄르르~ 분만복 입었다며 사진찍고 꺄르르~ 관장하고 와서 부끄럽다고 꺄르르~심지어 이렇게 애 낳는 날에 창밖에 도로에 차가 많다고 꺄르르~ (저희 연애만 8년...결혼기간 2년.. 총 10년짜리 커플이에요.....)
이때만 해도 진통이 정말 가진통이였는데 이게 진통이라면 애를 10명은 낳겠다고 한 제 입을 꼬메고 싶네요..
그런데 링겔을 맞기 시작한게 1시 30분 이었는데 2시부터 이게 장난이 아닌거에요. 어느순간 배가 조여지면서 너무 아파서...남편이랑 호흡을 같이 했어요. 그런데 이놈의 남편이 긴장해서 길게 쉬고 길게 들이셔야하는데 완전 짧게 하는거에요.. 그래서 짜증이 너무나서 '저리가'라고 했다고 지금까지도 애 낳는 이야기 하면 그 이야기를 합니다.. 누가 잘못한건데~~~~!
여튼 저는 남편은 구석에 쭈구리로 앉히고 혼자 호흡하는데 2시 반쯤됐나?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해서 그냥 울었는데, 그때 딱 한번 운건데... 여태꺼 안들어오다가 들어온 수간호사가 저보고 "엄마, 이렇게 운다고 도움되는거 없어요. 울지마요." 그러는데 와... 정말.. 나 이때까지 안 울었는데.. 싶은게 너무 서러운거에요...ㅠㅠㅠㅠㅠ 나 담에 낳을때는 절대 안울거라고 신랑한테 막 다짐했어요.(그 와중에 둘째 낳겟다고 한거보니 정신이 있었네요..)
진통중에 간호사가 대변느낌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서 솔직히 지금 계속 그렇다고 했더니 피식 웃으며 정말 그때가 되면 알거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나가더라구요. 그때는 뭐야~ 이러고 말았는데.. 와.. 4시쯤 되니 그걸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남편한테 간호사한테 나 화장실 가야한다고 말해달라고 했더니 간호사들이 급하게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분만실로 들어가라고 하길래 저는 호기롭게 "아니에요, 저 그냥 응아가 마려워요 화장실 다녀올래요" 간호사가 웃으며 아니라고 그게 애가 나오는거라고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고집을 부리며 "내 몸은 내가 알아요. 지금은 똥이 마려워요"라고 말했고 나중엔 간호사 언니가 뭐 이런 진상이 다 있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제 의사는 묻지않고 휠체어에 저를 태우고 들어 가더라구요. 그때는 거기가 화장실인줄알고 들어 갔어요.(지금 생각하니 참...^^;;)
그러다 분만 침대에 누웠고 저는 그때야 화장실이 갈 일이 아닌걸 알았어요(얼마나 둔해야 그걸 아느냐고~~~~~)
그리고 힘주라고 의사샘이 그래서 힘을 주고 다리를 잘 해보라고 했지만 워낙 몸이 굳으걸로는 최고라 더이상 안된다고 그 와중에 소리쳤고, 의사샘은 왜 안돼냐며 저를 혼냈어요..ㅠㅠㅠㅠㅠ 신랑이 그걸 밖에서 다 듣고 나중에 꼭 요가를 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대요.
그렇게 힘쓰던중에 의사샘이 뭐가를 저한테 보여줬어요. 왠 애였는데.. 왜 지금 그 애를 보여주지?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저희 아가 였던거에요!!!!
제말이 안 믿기죠? 저도 그래요 왜냐면 우리 첫 만남이었거든요.. 물에 불은 저희 아가는 좀 못생겨서 제가 못 알아봤던거에요. 신랑은 덜덜 떨며 탯줄을 잘랐는데 그 와중에 천천히 자르라고 엄청 세뇌시켰던 마누라의 말을 실천하고자 애 얼굴은 안중에도 없었답니다..
그렇게 저희 아가는 21일 오후에 태어났고 저는 바로 신랑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로 들어갔습니다.
신랑은 연신 너무 고생했고 고맙다고 그랬고 저는 본능적으로 이때가 내가 이 친구의 머리위에서 놀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정색해며 너는 나중에 나한테 잘하라고 소리쳤어요..ㅋㅋㅋㅋ
그리고 저희 친정엄마, 시어머니, 시아버님 오셨는데 그저 잘했다고만 하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애 낳는 고통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어요... 그 뒤에 훗배앓이라고 자궁이 줄어드는 시간이 있는데 ㅠㅠㅠㅠㅠ
와... 그거 하느니 애를 하나 더 낳고 말겠더라구요..밤새 끙끙 앓으니 남편은 이러다 홀애비로 늙는거 아닌가 싶은 표정으로 간호는 하는데 뭐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그저 그 미안한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하라고 말해줫어요..ㅋㅋㅋ
저희 아가는 선생님이 장담하신 3키로가 넘어서 빨리 낳아야한다고 했더거와는 다르게 2.45키로, 미숙아를 간신히 벗어난 아가로 태어나서 케어를 더 받아야 했어요.ㅠㅠㅠㅠ
그리고 애를 보던 날, 저는 속으로 감탄했어요. "씨도둑은 못하는구나!"라고요.
어떻게 신랑이랑 빼닮았는지.. 신랑은 좋아하면서도 '여자앤데 나를 닮아서 어떻하지?'하고 하면서 시집 못가면 본인이 끼고 살겠다고 하더라구요.
ㅎㅎㅎㅎ
여튼 저의 허접하지만 남들 다하는 출산후기를 마무리짓습니다.
그 와중에 배앓이가 심해 태어난지 한달도 안돼 MRI 찍은 이야기는 마음이 너무 아파 하고 싶지 않고 지금은 건강해서 아빠만 보면 좋아죽고 엄마 보면 밥달라는 저희 아가가 그저 기특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출산은 힘들지 않아요. 단지 억울함만 생길뿐이에요.ㅋㅋㅋ
저는 남편한테 그랫어요. 저는 지금도 무지 남편은 좋아라 하거든요. 나중에 다시 태어나도 남편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는데 대신 우리 해마로 태어나자고 했어요. 출산은 니가 하라고..ㅋㅋㅋㅋㅋ
곧 출산이신 분들 화이팅!!! 그리고 임신하신분들께도 용기를 드립니다!
으아~~ 어떻게 끝을 맺을지 모르겠으니 그냥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