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렇게 두번의 게시물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던 절름발이 Toddle입니다.
모든분들께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읽어주신분들, 댓글남겨주신분들, 모두 다 같이 옆에서 저를 부축한 채 "괜찮아?" "조금만 더 힘내보자"...
라고 말해주면서 목적지까지 같이 가 주시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따뜻한 기분을 느꼈거든요.
그렇기에(?) 세번째 여행기를 쓰기 전에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혼자 돌아다니는데 제법 자신감이 붙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불편한 왼쪽다리를 지형에 맞춰 그때그때마다 잘 사용하는 법도 나날이 익혀가고있구요
그렇기에 제 6년에 걸친 사연을 배제하고 보자면 뚱뗑이 한명이 그냥 날씨좋은날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서울 안에서 왔다갔다하기만 하는 내용이라 컨텐츠로서의 질은 자신이 없네요...
그런이유로 이제 여행기는 그만할까? 하는 고민이 생겨버렸습니다.
하지만 다음도 기다리겠다는 분들의 목소리도 있었기에 응원과 요청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여행기와 후기를 써 보겠습니다.
우선 중고나라에서 꼬까신을 한켤레 장만했습니다.
일전에 이태원에서 산 운동화도 발이 편하고 잘 쓰고있지만 올블랙에 너무 칙칙한 것 같아
이번에도 흑백이지만... 그래두 꽃무늬가 조금 가미된 녀석을 입양했습니다ㅎㅎ
착샷입니다. 바지가 스티치까지도 시커먼 색이라 흑백의 꽃무늬가 그나마 도드라져보입니다.
오늘도 연신내를 가기위해 나섰습니다.
이유는 우선 성형외과와 치과에 들르기 위해서입니다.
집앞 버스정류장에서 1시간 20분에 한대 지나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구파발 역까지 왔습니다. 연신내가 지척이지만 제가 탄 버스는 여기서 회차하기에 한번 환승을 해야합니다.
연신내 도착!!
히잌 오크다!!! 병원이 있는 건물의 엘리베이터 앞에 설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ㅋㅋ
보스톤 유니온... 보스톤은 역사적으로도 홍차가 유명하죠, 저도 홍차를 좋아합니다만...
왜 치과 이름이 보스톤의 유니온인지 궁금하면서 동시에 좀 긴장도 했습니다.
보스톤에서 온 치과의사분이 계시는건지...
보스톤 분들은 홍차를 싫어하신다죠 아마...?
다행인지 의사선생님은 한국분이셨습니다.
스케일링 전에 파노라마같은 X레이를 찍었습니다,
입으로 고정부위를 앙 깨문 채 머리를 고정시키고있으면 촬영기가 360도 회전하며 제 치아를 찍습니다.
그런데 제 머리가 너무 커서 기계가 움직이다 머리에 걸렸습...니다
사진이 다소 흔들리게 나온 이유입니다ㅋㅋㅋ
느아아... 수술을 열다섯번 넘게 받으면서 늘 보아왔던 수술용 조명입니다.
치료의자위에 앉아 저 조명을 바라보니 절로 긴장이됩니다...
옆을 바라보니 이런게 놓여져있습니다...
저정도의 도구는 무슨 선반에서 금속을 절삭가공할 때 쓰는거 아닙니까?
6년동안 쌓여 온 치석을 다 긁어내려면 저런게 필요한가봅니다.
아,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제 입을 벌리십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괜찮은 인생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언을... "원피스는 실존한다!!!"
눈꺼풀의 실밥도 뽑고 이빨사이사이의 치석도 뽑아냈습니다.
"못생김"을 뽑아내는 치료만 받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현대의학으로는 무리데스네...
연신내 병원투어를 마친 뒤 705번인가 버스를타고 롯데백화점엘 갔습니다.
이번엔 그동안 고마웠던분께 선물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며칠전부터 어떤걸 선물해드려야 좋을까 고민하다 결정한게 매니큐어(?) 였습니다.
선물받으실분이 평소 네일아트같은걸 즐기셨거든요.
그래서 어떤걸 얼마만큼 사야하는지 도움을 받기위해서 처음으로 뷰게에 들어가
사정설명을 드리고 화장품에 대해 완전 모르는 사람임을 밝힌 뒤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지금은 글삭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큰 도움은 받지 못했습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모두들 친절하게 많은 도움글을 남겨주셨지만
전 들어도 무슨말씀이신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ㅠㅠ
비유를 하자면 초등학교 산수문제를 들고가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여쭤봤더니
친절하게 공식을 설명해 주셨지만 듣는놈이 아직 아라비아 숫자도 모르는 상태라는 정도?
아무래도 어느정도 기본지식은 가지고 있겠다는걸 전제로 생각하셨겠지만
전 아는 화장품 이름이라곤 립스틱이랑 매니큐어가 끝...ㅋㅋㅋㅠㅠ
들어도 모르겠으니 걍 화장품가게로 찾아가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닼ㅋㅋ
선물로 드릴 화장품이니 동네에있는 올리브뭐뭐나 미샤? 이런데보다는 조금 더 비싼데로 가야할 것 같아서
무작정 찾아간 곳이 백화점에 있다는 샤넬이었습니다.
저같은 무지렁이도 어디서 한번 들어는 본 브랜드니 선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매장엘 찾아가니 되게 이쁜 직원분이 친절히 응대해 주시네요...헤엫ㅎ
일단 사진을 좀 찍고 싶었는데 매장에서는 촬영금지라고 저지를 당했습니다.
사진이 금지인 곳은 무슨 군사지역과 박물관 이후 처음입니다.
(그래서 잠시동안 사진 없이 글만 있는겁니다)
전 화장품에 대해 1g도 모른다는걸 미리 밝힌 뒤 추천을 부탁드려 선물상자를 꾸몄습니다.
매니큐어를 색깔별로 몇개 골라넣고 서페이서인가? 그거랑 겉에 코팅하는거, 뭐 지우는거, 얼굴에 바른다는거
향기가 난다는거 등등등을 상자에 꽉 채워넣고 계산을 했습니다.
눈이 튀어나오는 금액이 찍히더군요...
저런 금액이면 스쿠터살때 써 본 이후로 처음입니다만
어차피 고마운 마음을 담아 드릴 선물인데 금액에 휘둘리기는 싫었습니다.
많이 사서인지 회원가입도 시켜주고 전화번호도 물어보고 샘플도 많이 주셔서 감사히 받아왔습니다.
여성분들 화장품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이렇게나 비싼건지 그동안은 몰랐는데
이번에 알고보니 허리가 휘시겠다 생각이듭니다. 쩝...
이번엔 백화점에서 후다닥 나와 지하철을 타러갑니다.
여자사람친구 하나가 카페에서 일을하고 있는데 한번 찾아가보기 위해서입니다.
백화점 바로앞에 을지로 3가역인가? 2호선 지하철이 있어서 그걸 타러갑니다 고고
뚜벅뚜벅 사람들을 조심하면서 걸어갑니다.
이젠 평지에서는 제법 잘 걷습니다 ㅎㅎㅎ
지하철에 올라타니 다행히 빈 의자가 있습니다.
5급 장애인이라 장애인석에 앉을 수 있지만 웬지 죄송한 기분이 들어서 걍 일반석에
앉는게 맘이 편하더군요.
건대입구에 내렸습니다.
신기한게 한가지 있는데... 6년전 다치기 전까지는 지하철을 타면 엄청나게 지루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고 목적지까지 열정거장 이상 남아있으면
여기서 영영 내리지 못할것같은 기분도 들곤했는데 이젠 그런게 없어졋더군요...
6년간의 침대생활이 제 체내시계를 많이도 바꿔놓은 것 같네요.
발목을 사용할 수 없으니 올라가는 계단보다 내려가는 계단이 더 고역입니다.
난간손잡이를 부여잡고 오른발을 먼저 아랫계단에 디딘 뒤 점프하듯 한칸씩 뛰어내립니다.
롯데백화점 앞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내려보니 또 롯데백화점이...
신ㅇㅇ씨네 가족들이 서울을 다 점령했나보군요ㅋ
친구네 카페는 뚝섬유원지 역에서 더 가깝지만 한정거장을 위해 환승하기는 싫으니 일단 그냥 걷습니다...
재활을 위해서도 걷지만 요새 걷는데 자신감이 부쩍 붙어서 길 위의 풍경들도 감상할 여유가 생겼기에
그냥 걷는게 즐겁네요ㅎㅎ
걷다보니 뜬금없이 태권V도 만나보고 말이죠.
출발하기 전 미리 인터넷으로 주소와 주변 지리를 숙지한 뒤 찾아간건데 결국 길을 잃고 해매었습니다ㅋ
이 앞을 바이크를 타고 바람처럼 스쳐지나가기만 했었지 안쪽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봅니다.
물어물어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가게이름이 곧 지번주소인데 전 핸폰으로 검색할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외출도 못하고 누워만 지내는데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비싼 요금제가 필요없어
월 1만원 조금 넘는 최소금액의 요금제를 사용했었거든요.
이젠 밖으로도 쏘다니기 시작했지만 어차피 곧 출국을 해야할 몸이라 뭘 바꾸기도 그렇습니다.
결코 시대에 뒤쳐진 꼰대라서 그러는거 아닙니다!!!
아, 잴 좋아하는 영화주인공은 존 맥클레인입니다.ㅋ
Take out... 호주에서는 Take away라고 부르더군요. 뭐 그렇다구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반갑게 반겨주며 커피 한잔을 대접해 줬습니다.
전 커피에도 무지렁이라 그때 저 커피의 이름을 들었음에도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ㅋ
호주에서 만난 친구라고 호주식 커피를 만들어 준거라던데 그런건 잘 모르겠지만 마셔보니 맛있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홍차파인 저는 커피를 그닥 선호하지 않는데 이녀석은 좀 놀랄만큼 맛있었어요!
향기가 아주 진하면서도 우유맛이 감싸고도는게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수다를 떨다보니 맛있는 커피가 바닥을 보이네요, 친구가 커피에 이어서 홍차를 대접해 줍니다.
카모마일에 얼 그레이를 블랜딩한 생소한 맛의 티백입니다.
전 얼그레이를 타닌이 진하게 우려나오도록 기다린 뒤 덥힌 우유를 타 마시는, 뭐랄까 좀 변태취향입니다만
이런 가향홍차도 그리 나쁘진 않더군요.
방앗간 기계처럼 생긴 콩볶이입니다.
요건 더치커피드립이라고 하네요. 차가운 물을 한방울씩 천천히 떨어뜨려 오랜시간동안
기다려야 만들 수 있는 커피라던데 저걸 보고있자니 한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꼭 링거병 같아서
괜히 우울해 졌습니다.
가게 전경입니다. 작지만 이쁜 가게다 싶네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래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어 다른 친구녀석에게 연락을 한번 해봤더니
곧 퇴근을 할 예정이니 같이 저녁이나 먹자며 제가있던 카페까지 절 픽업하러 와 줬습니다.
어쩌다보니 돌아가는길은 편하게 가게되었네요. 럭키!!ㅎㅎㅎ
건대앞을 가득매운 젊은이들...
부럽군요, 저 시절이 부럽고 저 밝은표정이 부럽습니다.
(학벌이 부러운건 결코 아닙니다)ㅋ
저녁은 왕십리역에 있는 오래된 곱창집으로 정했습니다.
이 곱창집이 원래 맛있기로도 유명했지만 사실 이 가게의 바로 건너편에있던
수입바이크센터에서 일을 했던적이 있어서 추억도 되새겨볼 겸 해서 찾아가봤습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찾아가봤는데 곱창집도 그대로고 곱창맛도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주인 아주머니도 그대로이시네요.
심지어 절 기억도 하십니다.
"아, 그때 오토바이가게 일하던 그 덩치크고 머리 희한하게 묶고다녔던 그 총각이지!?"
이러십니다ㅋㅋㅋ
절 알아봐주시는게 너무 감사하더군요. 그때 그모습 그대로인 가게도 괜히 고맙구요.
근데 길건너 제가 일했던 가게터는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 커다란 아파트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6년만의 서울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저 족발집이 있는 가게 어디쯤이 제가 청춘을 불태웠던 바이크가게가 있던 곳입니다...
옛것이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른게 괜히 아쉽습니다.
곱창을 먹고나오니 어둠이 깔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시간을 잘 맞춰야합니다.
한번 놓치면 두시간 가까이 정류장에서 기다려야하거든요.
친구가 운전하는 차는 정류장이 있는 연신내로 서둘러 달려갑니다.
근데 가던도중 친구녀석이 차나 한잔 마시고 가잡니다.
집까지는 태워다 줄테니 여유롭게 차나 한잔 마시자는 제의에 응해 커피전문점에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카페만 두번째 가네요.
주문을 하는데 뭘 올려드릴까요 뭘 뿌려드릴까요 물어보시기에 잘 몰라서 다 얹어주세요... 했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ㅋ
아까 샤넬에서 받은 화장품 샘플은 친구에게 나눠줬습니다.
카페에서 나온 뒤 연신내의 오래된 양평해장국집엘 들렀습니다.
너무 늦게 들어가게 되 아버지 저녁상을 차려드리지 못했거든요.(어머니는 장기 출타중이십니다)
급히 해장국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갑니다.
또 이렇게 나름 바뻤던 하루가 끝났네요.
돌아오는길에 차 안에서 뉴스를 봤는데 드디어 세월호가 인양되고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반갑고 기쁘기도 했지만 왜 이렇게 늦게서야 이럴 수 있던건지...
복잡한 기분의 귀갓길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PS.
위시리스트 진행상황입니다.
체크한 것도 몇개 늘었고 새로 적힌것도 몇개 더 생겼습니다ㅎㅎ
그림 다시그리기는 아직 모티베이션이 생기지않아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두 가장 최근에 그렸던 제 자화상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