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오랜만에 글을 써보내요 이것도 자랑할만한가 싶지만 한번 써봅니다 ^^;;
몇일후면 부모님의 44번째 결혼 기념일. . .
어제 저녁 퇴근후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서재에서 띵가띵가 부모님 기념일 선물을 고르고 있을때쯤
어머님이 잠깐와보라고 하셔 안방으로 가보니 무언갈 닦고계시길래 뭐하시냐고 여쭤보고 들여다보니 이거슨
아주 오래전 IMF의 엄청난 여파로 부모님께서 한참 힘드실때 결혼 기념 선물로 처음 돈이란걸 벌어 사드린 시계네요 사드린지가 언제건데 아직도 갖고 계시다니 참.. .시계가 왜요? 하니 초침이 안움직인다고 좀 봐달라고 뭐 쿼츠시계가 안움직인다면 배터리가 다된걸테니 내일 시계방 가지고 가볼게요 하고 오늘 일보러 나가는 김에 시계방에 들렀죠 시계방 어르신이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거 쿼츠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배터리 바꿔도 작동하지 안을거다 단종된지도 오래되서 부품이나 시계 자체를 구하기도 어려울듯이러네요 뭐 대충 예상하고 있던거라 알겠다고 다시 챙기려는데 시계방 어르신이 부모님 결혼 기념으로 사드린건가? 이렇게 물으시길래 어떻게 아셨냐고 하니 이 시계가 나올때 나름 고급진 컨셉이였어서 그 무렵 부모님 선물로 사간 사람이 종종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아~ 그랬구나 생각하는데 그 어르신께서 부모님이 그 시계를 많이 아끼신거 같다고 하시는데 그건 또 왜그런거냐 물어보니 시계수리만 거의 50년쯤 하다보니 들여다 보고있으면 시계가 지나온 세월같은게 느껴지신다네요 설마~ 하는데 딱 봐도 지나온 시간에 비해 흠집이 자체가 많이 없다는 겁니다 상태가 너무 좋은편이라고 하시는데 생각해 보니까 부모님께서 시계를 차시는걸 본적이 별로 없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어릴적엔 지금처럼 시간을 바로알수있는 휴대폰이나 오래전 삐삐가 나오기 한참 전일이라 그때만 해도 시간을 알수 있는 유일한게 시계였거든요 그래서 전 지금도 시계를 차고다녀요 굳이 시간 때문이 아니더라도 없으면 왠지 허전하기도 해서 ^^ 그런데 시계방 어르신이 부모님이 사이도 되게 좋으신거 같다그러시는데 그건 또 왜요? 하니 시계 시,분침을 좀 보라고 뭔지 아시겠나요? 두 시계가 시간이 거의 비슷하죠? 아까 수리하시려고 보실때 움직인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쿼츠에 문제가 있어서 시,분침 자체가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용두 돌려봤는데 진짜 안돌아가더라구요 그리고 하나는 용두만 헛바퀴 진짜 미스테리네요. . . 집에 들어와서 어머님께 상황 얘기드리고 사드린지가 언젠데 아직도 가지고 계시느냐 지금 차고 계시는 시계도 제가 사드린건데 이것보다 훨씬 값비싸고 좋은거 아닙니까 도대체 왜~ 이래버렸어요 솔직히 이 시계를 보면 너무 힘들기만 하던 그 때가 떠올라서 하루종일 너무 마음이 안좋았거든요 십수년이 지나서 다시 보게 될거라고도 생각못했지만 그랬는데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으시더랍니다. 선물 받으신 다음날 백화점 시계방에 가셔서 가격을 물어보셨다고 해요 당시만 하더라도 TV광고도 하던 브랜드였어서 생각보다 싼편은 아니였거든요 처음에는 너무 비싼거 같다고 환불을 하려고 하셨는데 아버님께서 말리셨다고 해요. 그래도 나름 장사한다고 어린나이에 고생해서 번돈으로 처음으로 사준 선물인데 그러면 되겠냐고 어린아들 고생만 시키는거 같아 미안하다고 그러시고는 여보! 난 금시계가 좋아. 진짜 이러셨다고 ㅋㅋ 뭐 지금이야 이후 기념일 선물로 사드린 진짜 R사 금장 시계를 차고 계시지만 크흡~ 지금껏 아까워서 모임 같은 장소에서만 차고 다니시다가 어느덧 보관함에 모셨놓으셨다네요. 뭐 시,분침의 미스테리는 도통 모르겠지만 시계방 어르신 짐작대로 부모님은 지금도 서로 애정하십니다 ㅎㅎㅎ 지금은 어느덧 머리위에 흰서리가 내려앉으신 나이가 되셨지만 두분 모두 언제까지나 큰병없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저 시계는 언제까지고 부모님의 기억에서 빛나길 바래봅니다 제 기억에서도 빛나고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다가오는 부모님 선물은 방금 결정했네요 모쪼록 편안한 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