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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수 1000회를 달성하여 잡담 겸 책 추천─거대한 전환
게시물ID : readers_280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ushian
추천 : 10
조회수 : 735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7/03/21 03: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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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12년 2월에 가입한 이후로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오유에 왜 가입했는지 그 경위가 이제는 기억나질 않습니다.

원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웃긴대학을 눈팅해온 터라 눈팅 경력으로만 치면 웃대는 10년이 넘죠. 그런데 막상 가입은 여기에 했단 말이죠.(신기)
그나마 오유가 제 성향에 가장 들어맞는 곳인 것 같습니다. 뭐, 대형 커뮤니티는 아닙니다만, 노빈손 사이트란 곳에서도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거긴 무려 중학생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더랬죠.. 이건 정말이라니까요? 참고로 현재는 그 사이트는 사라지고, 카페로 바뀌었습니다. 유령 회원으로서 회원수에 보탬이 되는 것 이상의 역할은 안 하고 있습니다.
여기도 노빈손 사이트 유저분 계시면 반갑습니다,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여긴 친목 금지니까요..
어라... 그럼 제 닉네임의 유래도 설명해선 안 되는 건지 헷갈리네요.
해결책이 있군요. 댓글로 물어보면 알려드리면 되겠네요.(단순)

유머 사이트 활동이 꽤 순탄할 걸로 생각했지만, 2015년 8월에 사고(?)를 쳐서 닉네임을 한동안 반성중으로 바꾸고 글쓰기는 자제했습니다. 댓글은 꾸준히 단 편이지만요. 시간이 흘러 그분은 별개의 건으로 탈퇴해버렸더군요.
..제 탓은 아닙니다.
...진짜에요...

아무튼, 그래서 올해 초에 바로 본래의 닉네임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궁금하면 제 개인페이지 들어오시면 됩니다(...).
책게 평균 조회수가 그리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제 첫글이 기록한 약 1400 정도의 조회수는 누가 제 개인페이지를 그만큼, 혹은 그 이상 방문했다는 걸로도 볼 수 있겠군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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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고서 처음 글 쓴 곳이 책게라 1000회 기념글도 책게에 남깁니다. 2000회엔 쓸지 안 쓸지 모르겠네요.
1000회 기념글은 첫글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전환’이란 책 추천입니다. 가끔 책게에 책 추천해달라는 글에 댓글로 슬쩍 남겨놓기도 하는 바로 그 책인데요. 제 얕은 독서량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책이자 가장 충격적인 책이자 가장 환상적인 책이 바로 이 거대한 전환이었습니다. 제 얼마 안 되는 인생을 모조리 뒤흔들어놓은 대지진과도 같은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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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서적답지 않은 그로테스크함이 일품인 표지.
우리에게 절망을 선사하려는 것일까?
잘못 읽었다간 승천할 것만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칼 폴라니로, 아주 예전엔 국내에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이름을 잘못 알아들으시는 분은 칼 고라니로 들리나봅니다.

칼 고라니.png

칼 고라니가 아니다!

karlpolanyi.JPG

칼 폴라니다!

이 책의 역자이신 홍기빈씨가 이 책을 간략히 설명하면서, 순서대로 읽지 말고 3장부터인가? 여하튼 1, 2장은 나중에 읽는 것을 권하던데,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죽 읽어나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게, 요새 소설을 봐도 시간순대로 죽 나아가는 책은 그다지 많지 않은 걸로 알거든요. 과거편은 필수 아입니까! 그처럼 거대한 전환도 처음엔 20세기 초반(의심하고 분석하는 20세기 지성사 아닙니다)의 혼란기를 간략히 훑어준 다음에 그 혼란의 기원을 영국의 과거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우리 시대의 정치 · 경제적 기원인가봅니다.

이 책이 출판된 시절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참 벌어지고 있던 1944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출판된 아주 유명한 책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이죠. 저도 그 책을 읽어봤는데,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이에크는 경제학에서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을 설파했는데, 정작 현재 정보경제학의 거장은 스티글리츠 같은 사람이고, 그 스티글리츠는 ‘거대한 전환’의 서평을 썼는데, 무엇 하나 토를 달 수 없는 글이더군요.

마음 같아선 제가 요약한 내용을 전부 써내리고 싶으나.. 그렇게 하면 왠지 책을 안 읽을 것 같고..

뭐, 그래도 주요한 개념 몇 가지 알려드리자면..

①원래 경제는 사회에 묻어들어가(embedded) 있었다. 이는 단순히 시장 거래가 신뢰, 상호 이해, 계약의 법적 강제 등에 의존한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의미이다.
자기조정적인 성격을 갖는 시장경제를 달성한다는 목표가 유토피아와 같은 기획, 즉 현실에 아예 존재할 수 없다. 자기조정적 시장경제를 창출하려면 인간 존재와 자연 환경이 순수한 상품으로 전환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렇게 되면 사회, 자연 환경이 확실하게 파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지, 노동, 화폐, 이것들은 시장에서 판매되라고 생산된 것이 아니다. 이 허구 상품의 개념은 사회에서 경제를 뽑아내는 일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④사회에서 경제를 뽑아내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저항을 만나게 되므로, 시장 사회란 반대방향의 두 운동, 즉 이중운동으로 구성된다. 시장의 지평을 확장하려는 자유방임 운동, 경제를 뽑아내는 것에 저항하면서 출현하게 되는 사회 보호의 반대 운동. 양쪽 운동 모두가 기대한 각자의 해결책을 강제할 수 있는 상태라면 긴장만 증가하여 마침내 파시즘이 권력을 잡게 되고 자유방임과 민주주의 양쪽 모두와 단절하게 된다.
사회 전체가 마비될 사태에서 파시즘의 해결책은 이렇게 묘사될 수 있다. 산업 영역과 정치 영역을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적 제도들을 깡그리 뿌리뽑아버려, 그것을 대가로 삼아 시장경제를 개혁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그 본질에서 자기조정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그것을 민주적 사회의 명령 아래에 의식적으로 복종시키고자 하는 것으로서, 이는 산업 문명에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경향”이며, 이는 사회주의 사회 안에서도 시장이 계속 일정한 역할을 맡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결론에 이르면,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잊는 단계에 접어듭니다. 단순한 자본주의 비판서는 아닌 듯한데,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무렵에는 모호한 결론 때문에 되레 사회주의가 뭔지 아리송해지게 되었습니다. 엉뚱하게도, 사회주의가 뭔지 감이나마 잡게 된 것은 이 책이 아니라 하일브로너의 책을 통해서입니다. 유난히 ‘거대한 전환’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책은 이때 처음 접해봤고, ‘사회’란 것에 대한 자각이 거의 없던 상태였기 때문이겠죠.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의 정치적 원리를 강력하게 지지했고, 혁명과 강압이 아닌 교육과 설득을 통한 “권력의 인수”를 꿈꾸는 운동이었고, 이들은 생산의 전략적 중심부만 공기업으로 전환하길 추구했지 모든 산업의 사회화를 추구한 건 아니죠. 사회주의는 공산주의보다 훨씬 더 진화 과정에 의존하였으며 두 진영은 원수지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수주의자에겐 그놈이 그놈이겠죠.)

이 책은 어렵진 않은 듯 느껴지는데 왠지 휘발성이 강한 책입니다. 그래서 몇 번 반복해서 읽어보고 곱씹어야하죠. 솔직히 3번으로도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소설도 아닌데, 스피넘랜드 법이 초래한 개막장 상황과, 사회를 발견한 로버트 오언이 자신의 신념에 몸을 내던져 분투하는 과정을 보면 울컥할 때도 있습니다.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로버트 오언 개인의 생애는 실패로 종결된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뿌린 씨앗은 아동노동 철폐, 보편적 교육의 확대, 보편선거권의 확대 등 그의 사후에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회를 전면적으로 재조직해야 한다는 말은 망상이 아니었죠.
저는 현 시국이 이 나라의 회생과 패망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라 여깁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탄핵이 헌재에 인용된 이후 대선 정국에 이르러 여기저기 난리가 난 상황에서 차분하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는 사회와 경제를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죠. 그리고 이 책의 진가는 일견 절망적인 역사적 흐름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하며 그 미래를 우리 힘으로 쟁취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죠. 저는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칼 폴라니의 명언이 있습니다.



진정한 진리는 만유인력 법칙이 아니라,
중력을 뿌리치고 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제가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2012년에도, 2017년에도 같습니다.
‘사회’를 발견해서 전면적으로 개혁할 사람입니다.
띠용?
딱 한 명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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