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카페...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국내 최다 중고거래 사이트라는건 의심의 여지가 없을겁니다.
저도 팔기도 여러번 팔고 구입도 여러번 해왔습니다.
구입이나 판매하면서 사기를 당하거나 번거로운 일에 휘말린적이 있는 분도 많았을텐데요.
저 역시 그래왔고 많은 분들이 어느 정도 경험치(?)를 쌓아오면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사기꾼을 걸러내고
좋은 거래 많이 해오셨을걸로 생각합니다.
이번에 제가 사기를 당하게 되면서 세상 사기꾼 참 대단하다 느껴서 제가 당한 사기를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경찰에 진정서 접수를 했지만 금액이 소액이라 (물론 저에겐 한없이 아깝고 피눈물나는 돈입니다...) 큰 기대는 안하고 있습니다.
우선 말하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가끔 소홀히 하는 대전제...
중고나라 거래는 무조건 직거래나 안전거래만 하십시오.
저는 항상 팔때도 직거래만 했는데 안전거래는 파는 입장이나 사는 입장이나 번거로운 점이 있어 기피하시는 경향이 많죠.
그래도 항상 주의하시고 주의하시라고 멍청하게도 사기당한 제 얘기를 써봅니다.
제가 당한 사기는 이렇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저는 CPU 업글에 목이말라 퇴근전에 중고나라를 훓어보다가 한 글을 발견합니다.
' i7 7700K i5 7600 미개봉 34만원, 20만원에 팝니다.'
솔직히 엄청나게 싼건 아닙니다. 신품 대략 38만 정도이고 매물이 35~37 사이에 올라오는 수준이니까요.
이런 글이었습니다.
저는 '오 좀 싸다' 라는 생각과 함께 글쓴이의 게시글 검색을 합니다.
여기서 하나의 포인트는 이 사기꾼은 해킹한 네이버 아이디를 쓰고 있습니다.
해킹한 아이디도 보통 아이디가 아니라 중고나라 거래 이력이 어느 정도 있는 아이디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게시글 검색결과 모든 글들에 위 사진과 같이 직거래는 강원도 고성에서 하며 택배거래 가능 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고
딱히 나쁜 리플없이 전부 거래완료된 게시글들이었습니다.
그 다음 확인할 일은? 네 바로 중고나라 PC버젼 메인화면에 있는 더치트, 사이버 경찰청에 전화번호나 계좌 검색을 합니다.
위에 노란 동그라미 부분에 사기피해사례 조회가 있습니다.
우선 판매자의 핸드폰 번호를 검색해봅니다.
더치트, 경찰청 둘다 피해사례가 존재하지 않는군요.
이제 문자를 보내 계좌번호를 물은 후 계좌번호로 다시 조회해봅니다.
이번에도 역시 더치트, 경찰청 둘다 피해사례가 존재하지 않는군요.
그러면 다음으로 실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자를 보내봅니다.
포스트잇에 판매자와 구매자의 연락처를 적어서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합성으로 의심되는 부분은 없네요.
실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제 입금을 하고 주소를 알려주니 내일 잘 부쳐 드린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좋아 이제 주말에 즐거운 컴업글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다림에 즐거워집니다.
그리고...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하다가 문득 그 판매글이 생각나 검색을 해봅니다.
그런데 글이 없습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뭔가 느낌 쎄~해지고...
판매자 아이디 다른 판매글은 다 있는데 제가 본 글과 그 전에 올린 다른 부품 판매글 두개만 삭제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더치트에 다시 검색을 해보니 아뿔싸...
피해사례가 제가 입금을 하고 집에 온 두시간사이에 한개 등록되었습니다.
그 분도 저와 같은 글을 보고 같은 제품 구입을 위해 입금을 했다가 구입을 철회하려 환불을 요구했지만
환불을 해주지 않아 더치트에 피해사례를 등록하셨더군요.
그리고 엄청난 한숨과 함께 저도 우선 피해사례를 등록합니다.
물론 판매자는 이제 전화 문자 일체 응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더치트에 사기꾼의 폰번호와 계좌번호로 계속 피해글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품목은 다 다르게 CPU, PS4, 렌즈, 자전거...
저는 우선 더치트에 나와있는 피해 시 우선 해야할 행동을 참고하여 제가 이체에 사용한 계좌의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하러 갑니다.
이 지급정지 신청이란 제가 보낸 이체금액에 대해서만 상대방이 출금하지 못하도록 신청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은행원의 재량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사정을 설명한다고 무조건적으로 해주지 않으며
대부분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경찰서에서 받아와야 지급정지 신청을 받아준다는 점입니다.
은행에서 보이스 피싱 사기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긴급히 처리를 해주지만 중고거래와 같은 제품거래에 대해서는
그런 긴급처리가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서를 작성하여 가까운 경찰서로 갑니다.
사이버 범죄팀으로 가게 되는데 대부분 중고나라 사기를 신고하러 오는 듯 합니다.
제가 진술서 작성하는 동안 3명이 중고나라 사기 신고를 하러 오더군요.
경찰서에서는 설명을 해줍니다.
기본적으로 어디서 진정서를 접수하던 수사는 피신고인(사기꾼)의 계좌가 개설된 지역의 관할 경찰서로 이관되고 거기서 진행 됩니다.
신고인 모두의 바램처럼 바로 수사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저는 그저 애가 탑니다.
그리고 저는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부받아 가까운 XX은행(제 계좌의 은행)으로 지급정지 신청을 하러 갑니다.
지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사정을 설명하니 사기꾼의 계좌 은행과 통화하여 사기꾼의 계좌 개설은행과 대략적인 잔액을 알려주었습니다.
개설은행은 경기도 광명에 잔액은 7만원 남짓...
네 이 시점에서 지급정지는 적용되었지만 돈 찾기는 틀렸다 보시면 됩니다.
이미 다 빼버린 돈은 경찰도 찾아주지 못합니다.
유일한 회수방법은 민사소송인데...경찰에 잡혀도 배째라며 들어가면 끝인거죠.
이제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신고를 하고 다른 더치트에 등록된 피해자분들과 정보를 공유하는데...
파면 팔수록 거의 직업적인 중고 사기란걸 알게 됩니다.
이미 같은 계좌와 폰번호로 올린 글쓴이(해킹한 아이디)가 3개에
또 다른 해킹한 아이디로 똑같은 글과 사진으로 다른 폰번호와 계좌를 사용하여 글을 올리고 있으며
아마 지금도 올리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사기꾼이 무서운 점은 여러 판매글 올린 제품들 모두 실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입니다.
제각각 다른 제품들로 피해를 당했음에도 요청한 메모내용을 제품과 함께 사진찍어 보내줍니다.
물론 지금 글에 쓰는 계좌와 폰 번호는 다르니 더 치트에 아직 피해등록이 안되어 있습니다.
계좌 명의가 같지만 은행이 다른 계좌로 피해사례도 등록되는걸 보니 대포폰/대포통장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경찰에 같은 사기꾼이 계속 글을 올리는 듯 하다고 얘기해보았지만...수사가 진행되며 확인할 부분이고 당장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합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런 종류의 피해자가 한둘이 아닐테고 워낙 일이 많으실테니...
여기까지가 제가 당한 사기의 진행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글 보시고 바보같다 생각하실거 같습니다.
왜 좀 더 주의하지 않았나...
왜 직거래나 안전거래를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제가 너무 안일한 생각에 이제까지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거래하려 했나봅니다.
혹시라도 다른 분들도 그런 안일한 생각 가지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더더 주의하시라고 글 올려봅니다.
긴 넋두리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조심 또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