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에 노인정이나 차려서 내 동지들과 고스톱이나 치고 프리스타일 랩배틀 하면서 늙어갈거라는 내 계획이랑 다르게 네 계획은 차갑기 그지 없더라.
30년 후엔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깔끔하게 죽었으면 좋겠어 라고 항상 대답하는 널 바라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너의 가치, 나의 가치, 타인의 가치들은 모두 다르기에 대답 또한 다르리라. 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 때가 되면 더이상 젊지도 않을 거고, 아프고 싶지 않아도 계속 아프고 더 나이 먹을 수록 골골 대고 아프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거고..자식이라도 있으면 걔네 자라는 재미나 보면서 살겠지...근데 그게 아니면 혼자서 꾸역꾸역 살아갈 바에 차라리 빨리 죽을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그치만 그렇게 생각하는 널 바라만 보고 싶지는 않았다.
너는 항상 불안했겠지. 누구에게 말은 못해도 아주 오래 전 부터 풀 수 없을 만큼 단단히 엉켜버려 커진 그 외로움 앞에서 나는 그저 같이 있어주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곧 정말 혼자가 될 거라고 불안해 하고, 무서워하고, 초조해하는 그 마음은 나조차도 겪기가 무서우니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들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너를, 혼자 남을 때 마다 울어버리면서 괴로워하는 너를 마주할 때마다 나 또한 굉장히 괴로웠다.
내 소중하고 오랜 벗이기에,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벗이기에 그냥 볼 수는 없었다. 너는 외로워하는 너의 소리를 외면한다. 외면하지 말고 마주한 채 들어보라고 해도 아마 너는 너의 소리를 끝까지 피할 것 같다.
그래도 난 네가 마주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너를 끔찍이 아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고 한들, 네 허전함은 채워줄 수가 없을 거다. 사랑하고 있음에도 외로움에 몸서리 치는 너를, 그 어떤 타인이 오더라도 채워줄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마주했으면 좋겠다. 너가 어떻게든 외면하고 있는 곪은 상처들과, 비참한 그 마음의 소리를 마주했으면 좋겠다.
네 애인이 힘들 때 힘이 되어주려 노력하듯, 네가 힘들 때도 그렇게 스스로에게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왜 외롭니, 왜 무섭니, 왜 두렵니, 물어본 후에 어떻게 해주면 좋을 지, 아이 어르고 달래듯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단단해져서 올곧게 설 수 있도록 나이테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에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말할 거다. 내가 사랑하는 벗이자, 계속 함께 할 참벗이기에 나는 너를 30년 후 그렇게 쉽게 잃고 싶지는 않다.
시간이 흘러 나이테가 생기고, 단단한 나무가 되고, 주위를 보니 어느새 함께 단단해진 다른 나무들과 숲을 이루며 살 듯 네가 그렇게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완전하지 않다. 나 또한 불완전하며, 나 또한 무섭고, 불안하다. 내가 너보다 지금은 단단할 순 있겠지만, 아직은 불완전하다. 같이 단단해지자. 같이 단단해지고, 올곧아지자. 그렇게 우리 숲을 이루고 살자.
지금은 심장이 찢길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힘들겠지만, 네가 잘 견디고 이기고 널 완전히 마주하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내가 사는 의미이자, 내가 얻는 행복이다.
너도 얻게 되었으면 좋겠다. 네가 내린 네 삶의 의미와, 너만의 행복이 어떤 건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