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게시물ID : gomin_1695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매애애
추천 : 2
조회수 : 37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3/20 21:55:18
나도, 그리고 너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말이야.

30년 후에 노인정이나 차려서 내 동지들과 고스톱이나 치고 프리스타일 랩배틀 하면서 늙어갈거라는 내 계획이랑 다르게 네 계획은 차갑기 그지 없더라.

30년 후엔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깔끔하게 죽었으면 좋겠어 라고 항상 대답하는 널 바라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너의 가치, 나의 가치, 타인의 가치들은 모두 다르기에 대답 또한 다르리라. 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 때가 되면 더이상 젊지도 않을 거고, 아프고 싶지 않아도 계속 아프고 더 나이 먹을 수록 골골 대고 아프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거고..자식이라도 있으면 걔네 자라는 재미나 보면서 살겠지...근데 그게 아니면 혼자서 꾸역꾸역 살아갈 바에 차라리 빨리 죽을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그치만 그렇게 생각하는 널 바라만 보고 싶지는 않았다.

너는 항상 불안했겠지.
누구에게 말은 못해도 아주 오래 전 부터 풀 수 없을 만큼 단단히 엉켜버려 커진 그 외로움 앞에서 나는 그저 같이 있어주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곧 정말 혼자가 될 거라고 불안해 하고, 무서워하고, 초조해하는 그 마음은 나조차도 겪기가 무서우니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들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너를,
혼자 남을 때 마다 울어버리면서 괴로워하는 너를 마주할 때마다 나 또한 굉장히 괴로웠다.

내 소중하고 오랜 벗이기에,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벗이기에 그냥 볼 수는 없었다.
너는 외로워하는 너의 소리를 외면한다.
외면하지 말고 마주한 채 들어보라고 해도 아마 너는 너의 소리를 끝까지 피할 것 같다.

그래도 난 네가 마주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너를 끔찍이 아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고 한들,
네 허전함은 채워줄 수가 없을 거다.
사랑하고 있음에도 외로움에 몸서리 치는 너를, 
그 어떤 타인이 오더라도 채워줄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마주했으면 좋겠다.
너가 어떻게든 외면하고 있는 곪은 상처들과, 비참한 그 마음의 소리를 마주했으면 좋겠다.

네 애인이 힘들 때 힘이 되어주려 노력하듯,
네가 힘들 때도 그렇게 스스로에게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왜 외롭니, 왜 무섭니, 왜 두렵니,
물어본 후에
어떻게 해주면 좋을 지, 아이 어르고 달래듯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단단해져서 올곧게 설 수 있도록 나이테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에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말할 거다.
내가 사랑하는 벗이자, 계속 함께 할 참벗이기에 나는 너를 30년 후 그렇게 쉽게 잃고 싶지는 않다.

시간이 흘러 나이테가 생기고, 단단한 나무가 되고, 주위를 보니 어느새 함께 단단해진 다른 나무들과 숲을 이루며 살 듯 네가 그렇게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완전하지 않다.
나 또한 불완전하며, 나 또한 무섭고, 불안하다.
내가 너보다 지금은 단단할 순 있겠지만, 아직은 불완전하다.
같이 단단해지자.
같이 단단해지고, 올곧아지자.
그렇게 우리 숲을 이루고 살자.

지금은 심장이 찢길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힘들겠지만,
네가 잘 견디고 이기고 널 완전히 마주하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내가 사는 의미이자, 내가 얻는 행복이다.

너도 얻게 되었으면 좋겠다.
네가 내린 네 삶의 의미와, 너만의 행복이 어떤 건지 말이야.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