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메모를 남깁니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각은 한 오후 4시반쯤이었습니다.
주로 촛불집회 같은 큰 행사가 있기 이전의 세월호 천막, 그리고 곳곳의 경찰 배치 풍경이 보이더군요.
박근혜를 탄핵시켰지만 세월호 천막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아직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죠.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의 부활을 적극 지지합니다.
시청 쪽으로 배치된 경찰버스와 병력들이 말해주듯, 광기의 친박단체 모임은 저 건너편에서 계속 발악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저 군가나 부르는 등 그 힘은 참 형편없어졌더군요. 예전부터 꾸준히 선거무효소송 팻말을 내걸고 계신 어르신이 더 돋보일 뿐이었습니다.
햇빛이 잘 비춰주어서 조금씩 훈훈해지는 봄날씨.
많은 분들이 모여서 남녀노소가 모여서 노란리본을 만드는 자리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는 토요 촛불문화제의 자리가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동안의 촛불집회에 쓰였던 조형물들이 널려 있더군요.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들이 있었고, 더러는 녹이 슬어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박근혜 조형물에는 <파면>, 김기춘과 이재용에는 <구속> 딱지가 강시 부적처럼 붙어 있더군요.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 있던 문화예술인들의 블랙텐트는 18일(토) 오전 중에 철거되고 빈 자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대신 굳건히 서 있던 희망촛불을 비롯해 그동안 쓰인 많은 조형물들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문화예술활동을 찾기 위한 그 시간들을 증명해주듯이요.
하얀 천막 <궁핍현대미술광장>에선 촛불역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역사 상 유례없는 새 역사를 쓴 촛불집회의 수많은 풍경들이 압축되어 걸려 있었지요.
수많은 분들이 바로 저 자리에 함께 해주셨음을 기억했습니다.
<궁핍현대미술광장> 천막 저 건너편에는 교보빌딩의 문구가 걸려 있었습니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한 우리에게도 저 문구가 의미 있게 적용되길.
광장 중앙, 세종대왕상, 세종문화회관 앞 등...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과 조형물과 무대가 함께 했던 공간들입니다.
그런 공간들이 어느덧 원래의 빈 공간과 광장으로 마주하니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음 3/25에 또 집회가 열리면 다시 그 모습을 볼 수도 있겠지요.
건너편에 있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아직도 <창조경제를 향한 당신만의 꿈을 펼쳐보세요!>라는 간판을 걸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창조경제라는 간판으로 저지른 나쁜 짓들을 떠올리니 씁쓸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돌아가신 정원스님의 분향소는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스님 같은 분도 끝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우리의 승리와 앞으로의 희망을 함께 나누었을 거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원스님 외에 앞서 먼저 간 수많은 사람들의 뒷일, 더욱 잘 해낼 것을 다짐합니다.
세월호 분향소는 오늘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분향소에 진상규명의 소식을 알리기 전까지도, 절대 외롭지 않게 해야할 것입니다.
5시가 가까워서 돌아가려 하니 문화제가 준비되고 있던 풍경입니다.
광기의 친박단체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이 슬픔과 희망의 자리.
우리의 뒷일을 반드시 완수해야만 할 것입니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길에 소풍을 나온 듯한 한 무리의 어린 학생들을 보았습니다.
촛불집회가 끝나니 어느덧 이런 풍경을 광화문 광장에서도 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촛불의 진격은 아직 끝난 건 아니고, 이 아이들에게 바른 민주주의를 계속 보여주어야겠지요.
마무리는 아직 해가 지지 않는 때의, 잊혀지지 않는 희망촛불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닙니다.
#어둠은빛을이길수없다
#거짓은참을이길수없다
#진실은침몰하지않는다
#우리는포기하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