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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없어졌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6949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위즙
추천 : 12
조회수 : 902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7/03/17 16:40:20
안녕하세요. 

마음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오늘 저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없어졌습니다.

저의 아빠라는 사람은, 좋은 아빠였을까요, 나쁜 아빠였을까요?


제가 5살 때, 아빠가 무언가에 화가 나서 엄마랑 싸우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실에 있던 저는 아빠의 주먹이 안방 문을 뚦고 나오는 것을 어제 일 처럼 기억합니다. 

문의 일부는 산산조각 부서졌고, 저는 공포에 질렸습니다. 

그리고 화풀이 대상이 저로 바뀌고, 방 구석에 몰린 저를 향해 제 몸만한 장난감 카트를 저에게 던졌습니다. 

이게 아빠에 대한 나쁜 기억의 시작점입니다. 

어렸을 시적 하나 더 기억나는 것은 엄마가 새벽에 저를 깨워서 할머니 집에 간다고 했습니다. 

옷을 입고 현관문으로 향하는 동안, 바닥에 핏자국 몇 방울이 보였습니다. 

너무 무서웠고 엄마가 걱정되었지만, 저는 그냥 엄마의 손을 잡고 안전한 집 밖으로 따라 나갔습니다. 


작은 싸움들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해외에 이민 오고 나서부터 다른 나라에 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큰 싸움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저는 항상 방에 숨어서 물건 던져지는 소리와 엄마의 비병소리, 

그리고 아빠의 욕들을 조용히 울면서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빠는 화날 때 마다 저를 불러서 엄마를 욕했고, 제가 똑같이 욕하지 않았으면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집안에서의 공포는 계속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사업을 같이 했기 때문에, 아빠가 술을 마신 날에는

엄마가 미리 전화하여 아빠가 화났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런 날들에 저는 아빠가 오기 전 부엌에 있는 칼들을 모조리 제 침대 밑으로 숨겼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저는 처음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며칠 후, 아빠는 엄마가 신고를 한 거라고 생각하여 저에게 엄마에 대한 욕을 했습니다.

어떤 놈이 자기 가족을 신고하냐며. 하지만 정작 신고한 것은 저이기에, 그 욕들은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저는 마지막 신고를 하였습니다. 

방 안에 있던 저는, 물건 깨지는 소리와 엄마가 우는 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아빠가 제 방쪽 가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경찰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 중, 아빠가 제 방으로 들어와서 저는 핸드폰을 바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주소는 이미 말해두었기 때문에, 이제 경찰이 오기를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 날, 죽을 줄 알았습니다. 

아빠가 더 가까이 올 수록, 저의 몸이 공포에 떨렸습니다. 

무서워서 몸이 떨리는 건, 만화에서나 나오는 코미컬 한 동작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온 몸이 진동하듯 떨리더군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껴본 공포였습니다. 

분명 전화한지 5분 정도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경찰이 벌써 왔더군요. 너무 기뻤습니다. 

바보같이 제가 경찰들에게 처음 한 말은 아빠를 병원에 데려달라고 했습니다.

엄마를 협박하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칼로 깊게 상처 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도 아빠를 걱정한 제가 웃기네요. 

경찰이 아빠를 붙잡고 있을 때, 저는 엄마를 찾으러 부엌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부엌 구석에서 울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신고였죠. 많은 일이 있었고 아빠는 한국으로 추방당했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처음으로 집이 포근했고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힐 존재가 없어져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추방된 지 1년 후, 제 이메일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하다, 보고싶다 등. 가끔은 자신은 죽을거라며 자살 암시 비슷한 이메일을 제게 보냈습니다. 

이럴 때는 정말 미안해서 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끔, 엄마 다른 남자 생겼냐 이런 소리를 메일에 썼습니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이 바람을 피우는거라고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아, 설마" 했죠. 

이게 3년 전 입니다. 그래도 이 후 이 사람은 꾸준히 저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며칠 전에도 자살 암시 메일을 보냈습니다.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이런 메일을 받을 때 마다 미안해서 울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게 무슨 일인지 트위터를 하다가 팔로우 추천 리스트 중 아빠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동명이인인가 생각 중, 트위터 아이디는 저의 이름이었습니다. 

트윗은 딱 2개. 섹파 구하는 여성한테 얼마에 만나줄거냐는 트윗이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이 '아빠'라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이 반말로 쓰겠습니다.


아빠, 내가 지금까지 이메일 차단 안하고 꾸준히 읽고 답 해준거는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였어. 난 항상 생각했어. 

아무리 우리한테 그런 쓰레기 짓을 했어도 그래도 가끔은 좋은 아빠였다고.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좋은 일 보다 나쁜 일이 더 많았네. 

내가 그냥 마음이 약해서 아빠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 한거야. 

근데 아빠 트위터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울기도 했어. 

그리고 마음 것 운 후, 난 정했어. 

아빠, 아빠는 이미 내 마음속에서 죽은 사람이야. 

엄마가 다른 남자 있냐고 물었지? 

아빠가 간 후, 엄마는 나랑 내 동생 학비 벌려고 일주일 내내 쉬지도 않고

새벽에 나가서 새벽에 돌아왔어. 엄마는 정말 우리를 사랑해서 자신을 너무 많이 희생하고, 그걸 

보는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 

그런데 아빠는 한국에서 쓰레기짓만 하고 다녔네? 

메일에는 가족이 그리웠다고 썼는데 그런 쓰레기짓 하는거 보니 아닌가 보네. 

이번 5월 달에 내 대학교 졸업식인데, 아빠가 있었으면 어떨까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엄마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나를 도와줄 때 아빠는 메일에 그 딴 개소리만 쓰면서 스트레스만 줬네.

아빠같은 사람 불쌍하다고 몇 년 동안 마음 고생 한 내가 한심해.

아빠가 항상 자기 죽을거라고, 죽은 사람처럼 생각하라고 그랬잖아?

이제 그럴게. 

그러니까 아빠, 어디에 있던간 편하게 쉴 생각 하지말고 아빠의 잘못을 뉘우치고 괴롭길 바랄게. 

아빠가 정말 미안했다면 그 딴 메일 보내지도 안았고, 그런 쓰레기짓도 안했겠지.

아빠가 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었던 '그리운 딸'은, 오늘로부터 없어.

23년간 지옥처럼 살게 해줘서 참 고마워.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았으니까. 






만약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정말 인생에서 잘라야 할 사람들은 영원히 자르는 것이 답입니다. 

이런 사람들한테 휘둘리면 괴로운 것은 자신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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