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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징병제에 대한 27살 여자사람의 생각
게시물ID : military_67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끼고기BBQ
추천 : 11
조회수 : 114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7/03/16 16:47:52
...음.. 오래 외국에 나와살다보니 헷갈리는데, 90년생이면 제가 27살인가요 28살인가요...?;;;;
만으로는 26살일텐데..?; 

어쨌거나 요 며칠간 군게에서 올라온 글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징병제 자체에 반대해요.
누군들 억지로 삶의 가장 황금기에 억지로 끌려가서 그런 진창에서 구르고 싶진 않을거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휴전국가고,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인구 때문에
군대에서 인원부족으로 업무에 지장이 있어서 여성징병제 또한 고려해야 한다면
국방의 의무를 여자라는 이유를 들어 피하려 하는 건 정말로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여성징병제에 반대하는 이유로 든 두 가지 주장들은............ 
제정신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1. 여자는 임신+출산이 이미 있는데 왜 군대까지 가야해?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은 본인이 여자를 싸잡아서 애낳는 기계 취급한다는 걸 아시려나 모르겠네요.
지금 우리 나라에서 임신과 출산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랑 여성으로서의 '의무'입니까? 
나라에서 일정 연령기의 여성이 임신하고 출산 안 하면 불법이라고 법으로 박았어요?
아니죠, 선택이잖아요.
당연히 내 몸에 관련한 사항이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잖아요.
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때 되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 마냥 말하세요?
물론 대다수의 여성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게 현실이고, 
임신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등은 현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불합리한 일이 맞아요.
그래서 그걸 해결하려고 여러가지 정책이 나왔고 사람들도 인식을 바꿔가려고 노력을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문제를 인식했고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있잖아요.

군대의 처우 문제 또한 한국의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이기에 이 또한 바꾸고 개선해야 합니다.
여성징병제가 이에 대한 해결책이라면, 당연히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자라서 이미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고 있는데 군대까지 가야되냐고 묻는 건,
상황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는 주장은 아닐거예요.


2. 여자는 남자에 비해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데 군대에 어떻게 가?
왜 여성들이 무조건 신체적 능력이 딸린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신체적 능력이 딸리는 건 안 쓰니까 그런 거예요.
사람의 몸이라는 게 정말 위대해서 쓰면 쓸수록 단련되게 되어 있는 구조예요.
왜 가끔 방송에도 나오곤 하시는 몸짱 근육빵빵한 언니들 보면서 우와.. 하잖아요?
그분들은 뭐 몸이 특별히 근육이 잘 만들어지는 체질이라서 숨만 쉬었는데 그렇게 된 거예요?
아니잖아요 그분들은 죽어라 노력해서 그렇게 몸을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만약 군대에 가게 되면 훌륭한 훈련관님들이 그렇게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거예요.

제발 여성들의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게 여자로서의 당연한 특징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속에서 열불이 끓어오를 정도로 화가 나요.
왜 스스로를 차별함으로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삼으려 하세요.
물론 선천적으로 진짜 연약한 여자분들도 계신 거 알아요.
그런데 그건 남자도 마찮가지잖아요.
저 아는 남자 동생은 무슨 마른꼬쟁이마냥 비실비실해서 저랑 팔씨름하면 맨날 저한테 졌어요.
그런 얘도 군대에 갔어요.

제 말은, 그런 약한 여자분들도 군대에 가야한다- 가 아니라,
징병제에 대한 방패로 신체적 능력의 미약함을 내세워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약점이라고 내세우면서 하기 싫은 일을 피하기 위한 핑계로 삼지 말아요.





물론 저도 당연히 군대 가기 싫어요.
군대의 처우나 뭐 그런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냥 숨이 차도록 몸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래요...ㅜ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만약 정말 여성징병제가 실천된다면, 
당장은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고 잡음이 많아도 멀게 내다 봤을 때
한국사회에서의 성차별을 없애는 데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남성의 신체적 우월함으로 섬겨온 국방의 의무'를 여성 또한 감당하게 될 때,
여성들이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얼마나 많을까요.
왜, 종종 듣잖아요.
건장한 남자 상대로는 찍소리도 못하다가 여자한테는 목소리 높이고 기고만장한 쓰레기가 있더라, 하는 얘기들요.
여성징병제가 완전히 자리잡히고, 여성 또한 군대를 가게 되는 게 당연시 될 때,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니까 약자다 라는 인식이 사라질 때,
여자라는 이유로 이유없이 당한 일들 또한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좋은 일이고 이게 차별에 대한 극복이 아니면 뭔가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들은 한 켠으로 밀어놓고 
내가 받는 부당함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 주장에 누가 동감할까요.

삶을 살아갈 때 하기 싫은 일은 정말 많잖아요.
저는 이 나이에 수의학 공부를 하려고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 진짜 하기 싫어요ㅠㅜㅜㅜ 공부 완전 하기 싫다고요!
수년전에 이 망할 대학과제에 시험 따위랑은 바이바이 한 줄 알았는데!!!!!!!
근데 어쨌거나 결국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죽도록 하기 싫을지라도 어떻게든 하고
힘든 시기를 뛰어넘어서 밝은 미래를 바라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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