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쥐가 오늘 새벽 세상을 떠났네요
갑자기 이사를 와서 적적하신 할머님 말동무나 해드리라고
한겨울 꼬물거리는 녀석을 행여나 추울까봐 꼭 품속에 안고
집으로 와서 그렇게 가족이 되었어요
이녀석은 고맙게도 14년간 잔병치례 없이 잘 지내왔었는데
언제부턴가 눈이 안보이기 시작하고
귀가 안들려서 고개를 자주 갸웃거리고
냄새도 맡지를 못해서 좋아하던걸 코앞까지 가져다줘야 먹을수 있었어요
근데 어느날 갑자기 강쥐는 뒷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심장에도 무리가 생겼는지 헐떡거리기만 하더라구요
그렇게 오랫만에 집에 가서 누워있는 녀석을 만났는데
제가 온것을 눈치챘는지 흥분을하며 앞다리를 움직이려 애쓰더라구요
이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서 열심히 머리를 돌려가며 저를 찾는 그 아이를 그날 꼭 껴안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랬던것이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어제 안락사를 생각해 보자는 어머님의 전화를 받고, 통화가 끝난후 한숨을 쉬는데 나도모르게 왈칵 터져나와서 한참을 집안을 서성거리며 아이처럼 엉엉 울었어요
그리고 강쥐는 거짓말처럼 오늘 새벽에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한번 바라보고 고개를 떨궜다고 해요
이제는 더이상 아프지도 않고 네발로 힘차게 뛰어서 먼저가신 할머님 옆에서 부비적거리며 반갑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슬프다가도 미소를 짓게되는 신기한 기분이 드네요
노견과의 이별은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 처럼 힘들고 괴롭지만
반려동물이 평생을 바쳐 주는 기쁨은 분명 그보다는 큰것은 분명해요
참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한 하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