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가 너무 답답하고 풀리지 않는 상황이 있어 여러분들과 공감해보고 싶고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쓰다보니 긴 글이 되었어요, 금요일부터 오늘까지의 일을 시간에 따라 적다보니까요.. 양해부탁드립니다..)
제목처럼 저희 커플은 지난 금요일, 3월 10일이 300일 기념일이었어요
참고로 사귀기 시작할때부터 남자친구가 '나는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 그것때문에 서운할 수도 있을거 같아서 미리 이야기 한다'고 했었죠
저도 크게 기념일을 챙길 마음은 없었으나 그래도 기념은 기념이니 밥이라도 같이 먹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서로 그정도면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합의(?)했습니다.
예전부터3월 10일이 300일인게 숫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3.10, 300) 몇번 이야기도 했었고
봄도 되고 했으니 우리 사귀기 전에 가끔 다녔던 교외로 나가보자고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3.6)에 갑자기 남친이 그러더라구요,
"금욜에 약속있쪄용"
"우리 토욜이 300일이에요??"
그래.. 헷갈릴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잘 깜박깜박하니까 평소에도..
근데, 잘 모르면.. 물어보고 약속을 정할수도 있는거 아닌가요..?
그날 오전에도 분명 이번주 금요일이 300일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먼데서 오는 친구라고 하니까..
만나라고는 했어요.. 대신 금요일 술자리 얘기는 아예 없는 일처럼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어요.
시간이 흘러서 금요일 저녁.
준비한 선물이 있어서 퇴근 후 잠깐 그것만 전해주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고
남자친구는 약속장소로 갔겠죠.
12시가 다 돼서 완전 술냄새나고 들뜬 카톡들이 날아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잉 ㅎㅎ
아이 기분졓다
오랜만엨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니재밌어섴ㅋ
꾹꾹 눌렀던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죠..
그래도 어차피 술취한 사람이랑 무슨얘길 하겠나..
내일 술깨면 제정신 차리겠지 하고
조심히 들어가라고 톡 남기고 저는 먼저 잠들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남친톡:
우리..
미안하지만 내일...
볼수있으까요..
(나: ..오늘 푹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
정신이없오..
미안햅니다
넘나 ㅠㅠ
힘들다는 사람이랑 톡으로 할얘기도, 전화로 할얘기도 아니고..
내일 보자고 하니까 내일 얼굴보고 이야기 하자... 하는 마음으로 넘어갔습니다.
대신 기분 안좋은 티는 팍팍내면서 띄엄띄엄 카톡하고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그래도 전화는 한통도 없더라구요
일요일 낮.
참고로 토요일 저녁 남친은 남친 누나네 사돈가족들과 함께 저녁약속이 있었고,
2차로 술도 조금 마셨습니다.
남친은 두시쯤에나 일어나서는 오늘 언제보자는 이야기도 없이 가족들과 교외로 사우나를 간다고 합니다.
이 지점에서 정말 쌓여있던 화가 터지는 거 같았어요.
속으로 '이자식이 미쳤나?' 한 문장만 뱅뱅 돌고 금요일부터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뒤섞여서
그야말로 멘붕인 상태가 됐어요.
그래도 톡으로 화내고 싶지는 않아서 '개운하게 목욕다녀와' 하고는.. 이불펴고 누웠습니다.
깨어있으면 너무 괴로워서.. 속이 시끄럽고 답답해서요.
다녀오면 설마 저녁이라도 먹자고 하겠지... 하면서..
네, 제가 까놓고 어떻게 해달라 이야기를 하면 남자친구가 제말대로 해줬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쁜맘으로 남자친구를 테스트하는 감정도 없지 않았어요.
그리고 기다리고, 기대하고 싶었습니다.
6시쯤.
자느라 톡을 못하고 있다가 이때쯤이면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고
잘다녀왔느냐고 톡을 했어요.
그랬더니 왜이렇게 톡이 뜸하냐며 장난스럽게 이모티콘 더해서 물어봅니다.
그래서 솔직히 이야기 했어요. 하기 싫어서 안했다구..
그제서야 왜.. 왜때문에..? 왜그래요...? 하며 물어봅니다.
(나: 주말내내 너는 내가 괜찮아 보이니???) ... 로 시작에 '금요일부터 니 행동과 말때문에 내가 이렇게 화가 나있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내용 캡쳐한 것도 첨부하면서요.
그랬더니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대요..
그러면서도 톡은 10분에 한번, 30분에 한번, 한시간, 세시간에 한번..
도대체 이 사람이 어디서 뭘하고 있길래 이 와중에도 전화 한번 안하고 톡도 이렇게 불성실하게 하는지
참다 못해 남친의 동생한테 전화를 했어요.
조심스럽게 안부 물어가면서..
남친동생은 집에 있다길래,
아~ 그래? 오빠도 집에 있어?? 사실은 오빠랑 연락이 잘 안돼서 너한테 물어보려구 전화했어~ 하니까
6시쯤에 밥먹는다고 나갔다고 하네요...?
밖에 있느라 톡도 뜸했던 거였어요 결국.
밤 11시 28분이 되어서야.
아버지, 누나, 동생, 매형이랑 자주 가는 가맥집에 있대요..
제가 동생이랑 통화한게 9시 30분경이었는데요..
(+ 오늘 남친이랑 통화한바로는 6시쯤부터 가족들과 가맥집에 있었고,
9시 30분경 동생이 집에서 제 전화를 받았을때는 친구들과 만나서 한잔 했다고 하네요)
그 후로도 저 혼자만 따다다다 떠들어대고,
남친은 또 20분에 한번씩 뜨문뜨문 톡하길래
됐다고 그만하자고 하고는 먼저 자버렸어요.
그리고 오늘, 월요일아침
어제 술마시고는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네요..
아침에 피씨톡으로 톡하나 남기고, 점심에 동료 폰 빌려서 전화가 왔습니다.
(※ 남친은 건축시행사에서 근무하는 지라 평일은 내내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다른 지역에 출장나가 있습니다.)
지금 출발하려고 하는데 올라가면 연락 잘 못할 거 같아서 전화했다구요
남의 폰 빌려 통화하는 상황이라 길게는 못했지만..
정말 미안하다고 합니다.
또, 제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잘 몰랐다고 합니다.
본인은 미안하다고 여러번 이야기 했기때문에 이렇게까지 화났는 지 몰랐다구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주말내내 제대로 된 대화 한번 한 적이 없으니, 제 기분이 정확이 어떤지
뭐때문에 화가 나 있는지 알 수가 없었겠죠..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저희커플은 평일에는 남자친구의 출장으로 인해서 만날수 없고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사이인데 기념일 식사는 고사하고 2박3일 중 잠깐 얼굴 보고 제가 준비한 선물 전달한게 다 입니다.
남자친구가 먼저 좋아해서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저를 많이 좋아하고 가족보다 제가 1순위라고 하면서
그에 비해 제 마음이, 제 표현이 부족하다며 투정하던 남자친구였는데,
3일 밤 내내 술마실 시간은 있으면서 저를 만나 이야기 할 시간,, 하다못해 전화 한 통 해줄 시간이 없었다는게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아요.
이동하는 사이에라도 전화 한번 하지 그랬냐는 물음에,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못했다고 하네요..
(제가 할말이 많을 거란 걸 알고는 있었다는 말이 되는건가요..?)
어젯밤부터는 화가 난다기 보다 당황스러워요..
제가 어떻게 남자친구를 이해하면 좋을까요?
예전에는 주말에 저희 가족 약속때문에 몇시간 못보게 되는것도 너무 서운해하고 뾰루퉁했던 남친인데
입장이 바뀐 이 상황을 남친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황당해요.
전에 자신이 했던 행동은 아예 새까맣게 잊은 듯 하고 있어서요..
기념일로 인해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상해있는 제 감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남친의 태도,
주말 내내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이 아무렇지 않은 듯 한 남친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혼란스럽습니다.
정말 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흔들림 없이 믿음직스러웠던 남친이에요..
그래서 더더욱..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남자분들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남자친구는 전혀 포인트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미안하다고만 하는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