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왕카스테라를 운영한지 이제 한 세달쯤 되는 가맹점 사장입니다.
어제 먹거리 X파일에서 대왕 카스테라를 모두 쓰레기로 보도하더군요.
원래부터 유행이 오래 갈거라고 생각하고 카스테라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에
늘 유행이 꺾일 것에 대한 대비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런식으로 불량식품 제조업자 취급당하는 것은 억울하기에 한자 적어봅니다.
일단 모든 대왕카스테라가 기름과 분유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식용유와 분유를 한번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어제 저도 카스테라에 기름을 넣는 것을 보고 경쟁사들의 카스테라가 왜 느끼했는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버터를 넣어서 만들었다면 그보다는 덜 느끼할텐데 버터느낌이 아닌 곳이 여럿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유지를 쓰는 카스테라집들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으로 빵반죽에는 약간의 식용유가 들어갑니다.
인터넷의 수많은 홈베이킹 레시피를 보시면 다 식용유를 첨가하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다만 대왕카스테라는 반죽 무게만 보통 7~8kg에 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름이 많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 수 있는데
그건 한번에 만드는 양이 많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보통 한번 만들 때 계란도 3kg, 설탕도 1.5kg 이상 들어갑니다. 홈베이킹에서는 상상못할 양이죠..
다른데야 어찌되었건 저희 레시피에는 유지가 거의 안들어갑니다.(이게 정통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이 가맹점을 선택했었습니다.)
저는 제빵을 배운 경험이 있고 제가 전수받은 레시피로 만들어진 대왕 카스테라는 다른 카스테라보다 좀 덜 촉촉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기술전수 창업이라 처음에 전수비 내고 배우면 그 다음부터는 모든게 제 맘대로 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만드는 방법을 접목하여 물엿을 사용하여 촉촉한 식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 카스테라의 본고장인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유지를 거의 쓰지 않기에 처음부터 버터 등의 유지는 생각도 안해봤습니다.
그리고 원가가 얼마나 떨어진다고 분유를 쓰는지 모르겠는데 저희는 멸균우유를 받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간 먹거리 X파일을 보면서 그들의 방송행태와 정의의 사도노릇 하는 꼴을 욕해왔습니다만
제가 직접 그 피해자가 되보니 많이 황당하네요.
AI로 계란 도매값이 한판에 9500원까지 가고 구할 수도 없던 시절에도 저는 가격을 지켰습니다.
대신 전라도며 경상도며 발품을 팔러 돌아다니며 계란을 1000판씩 몇번 올리며 장사했습니다.
손님들이 카스테라를 사가시면서 계란값이 이렇게 비싼데 카스테라가격은 왜 안올리냐고 했을 때도
원재료 오른다고 늘 가격을 올리면 되나요. 그간 큰 빵집들처럼은 안할려고요 하면서 가격을 지켰습니다.
사실 카스테라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모든 케이크류의 빵이 다 그렇지만요.
하얀 밀가루, 하얀 설탕이 들아가는데 건강에 좋은 영양간식이라고 생각은 안합니다.
하지만 그건 모든 케이크가 공통으로 진 운명같은 것이잖아요.
제가 대왕카스테라를 만들며 가졌던 목표는 파리바게트에서 만드는 것보다는 저렴하면서도 그에 뒤지지 않는 맛을 만드는 것이였습니다.
애당초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만들려면 원가가 안되니까요.
하지만 본사가 왕창 이득을 취하는 대기업 카스테라라면 충분히 연구개발을 통해 그정도 퀄리티는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불량식품 업자로 매도되어 음... 오늘부터 매출이 참 걱정됩니다.
가게 위에 우리는 기름과 분유 안쓴다고 현수막 하나 걸고 장사하려 합니다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그간 저희 카스테라 드셔보신 분들은 느끼한 맛은 없었으니 거기는 다르다고 이해해 주실지 어떨지 착잡하네요.
카스테라 유행이 지나서 다 문을 닫아도 저는 연구개발을 계속해서 동네 주민들이 꾸준히 찾아주시는 동네빵집으로 남고 싶었는데...
가능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소자본 창업이라 유행타고 영세하신 분들이 많이 하셨던데.. 저 포함해서 다같이 훅 갈 수도 있겠네요..
애휴..
넉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