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대학교 3학년, 벚꽃이 만개하던 3월의 어느 오후, 친구의 소개로 너를 처음 만났다.
사소한 것에도 웃어주고, 첫만남에 과방에 들러 같이 교구도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정확히 세 번째 만남때, 홀어머니 속에서 자라와서 애정을 많이 필요로 하고, 외로움을 잘 느낀다는 나에게 너는 그렇게 달빛처럼 밤새 나를 지켜줄 것처럼
다가왔다.
학과일이 바쁘던 너와 연애 초기에도 연락이 잦진 않았지만, 그냥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너를 마중나가 집으로 가는 통근버스가 도착하기 전
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보고 그러는 것조차 소중했다.
통학하는 사정 때문에 대부분 당일 데이트나, 근처 도시로 가서 노는 당일 여행도 많이 해봤고, 그때마다 남는건 사진뿐이야 하며 서로 사진찍었던 추억들
이 아직도 머릿속에, 핸드폰에, 그리고 액자로 남겨져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너는 수험생이 되고, 나는 휴학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소위 콩깍지라는 것이 벗겨지면서 너와 나의 '다름'에 대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속으로는 나아지겠지, 시간이 지나면, 시험이 지나
면,,, 애써 마주하지 않으려 했지. 아마 내가 더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이해한다는 이쁜 포장을 씌우고 덮씌웠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사랑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점점 맞지 않는 점들이 구멍이 되어 커져만 갔다.
그러면서 이해하던 것들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근 2년동안 애정표현의 최대는 키스, 그것 마저도 내가 원하고 원해서 두세번, 물론 깊은 관계는 가지지 않았다.
이 건에 대해선 한번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 보았던 적도 있다. 그녀는 짐짓 쉽사리 말은 못했고 난, 무언가에 트라우마가 있는 거라 이해하기로 하였
다. 하지만 서운함이 생길수록 그게 힘들어졌다.
시험에 합격된 뒤에도, 수험 생활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냥 애초에 정 반대의 가치관과 성격을 지닌 것 마냥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연애가 계속되며
시간만 흘러갔다.
나는 애정표현을 서로 나누고, 사랑받음을 느끼며, 일상다반사를 같이 공유하는 그런 연애가 하고 싶었고, 그런 연애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돌이켜보니 벽과 마주하며 사랑을 외치고 있는 나만 있을 뿐이었다.
너의 세계에 '나'는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취준생이고, 너는 사회 초년생이다. 모두 힘든 시기이다.
나도 안다. 너만한 여자는 놓치면 후회할 거 라는걸. 연애 초기의 그 관계와 추억들을 생각해보면 도저히 끝낼 수가 없다.
그러나 난 모른다. 지금의 너는 ...변했다. 마찬가지로 나도 변했다.
이런 식이라면, 나는 널 평생 이해만 하고, 내가 어떤 표현을 해도 너는 묵인할 것이고, 너의 세계에 오로지 모든 신경을 투자한 다음, 정말 아무 간섭이나
방해가 없을 때에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하염없이 기다리게 될 것이다. 먼 미래에도 지금처럼 일방적인 관계가 되어야 된다는 것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내마음속 2번 방에서는 너에게 신경을 끄고 내할일을 잘 챙겨라고 외친다.
다른 한켠에서는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며 오히려 이해해주고 힘이 되라고 아우성 치기도 한다.
그런 모든 말들이 합쳐져 못해먹겠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만하자는 카톡을 보냈다. 후회한다. 한편으로는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신경을 써달라는 신호탄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연애는 참 어렵다.
그저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내가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