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 글은 잘 안쓰지만, 오늘 겪은 일들이 너무 멘붕이라 적어봅니다.
저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오늘도 운동하려고 체육관에 갔습니다.
동네가 번화가는 아니고 아파트나 주택이 대부분이라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다 이쪽 체육관 으로 몰려옵니다.
탈의실이 좁아서 아무리 숨어도 문 근처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밖에 없는데요.
오늘도 그랬습니다.
탈의실에 들어가니 작은 꼬마애가 짐을 챙기고 있더라고요.
그와중에 스타킹이랑 오버니삭스 벗는 저를 보고 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서 쏙 나갑니다.
꼬마애가 참 예쁘게 느껴져서 고맙다고 인사했죠.
그러고나서 코트를 걸고 블라우스 단추를 다 푼 상태에서 벗으려니 아주머니 두분이 들어오시더라고요.
근데 문을 안닫아줍니다.
기다렸습니다.
누가 더 들어오나 싶어서요.
벗지도 못하고 단추를 다시 잠그지도 않고 뒤돌아 기다렸는데도 안닫아주더라구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문 좀 닫아달라 말했습니다.
대답이 없더군요.
조금 더 기다렸습니다.
안닫아줍니다. 다시 얘기했습니다. 문 좀 닫아달라고.
뭐라뭐라 궁시렁 거립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자기 딸이 뭐 뛰어온다나 뭐라나.
또 기다립니다. 안들어옵니다.
이미 열은 받을대로 받았지만 그래도 꾹 참았습니다.
한참 뒤에서야 여자애가 쏙 들어왔다가 물건 들고 나가더라구요.
아까 스타킹이랑 오버니삭스 벗을때 본 그 예의바른 여자애더라고요.
제가 문 닫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딸가진 아줌마가 세월호 이야기를 합니다.
지겹답니다. 어차피 보상받을꺼 다 받지 않았냐고,
그런데도 시체 찾는다고 유가족들이 저러고 있다.
솔직히 시체 찾을수나 있겠냐? 절대 못찾을꺼다.
뭘 더 바라는거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 합니다.
여기서 2차 멘붕이 오더라고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도 아무말 안했습니다.
이미 옷갈아입으면서 열은 받을대로 받았지만 거기서 한마디 더하면 싸움이 날것 같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먼저 나갔으면서 사람 옷갈아입는거 뻔히 알면서 여러번을 더 들락날락 문을 활짝활짝 열고 닫고..
반복을 하더라고요.
참......황당해서....
매너는 둘째치고 막말로 자기 자식이 그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았으면 그런식으로 얘기 했을까요?
딸내미가 손이없나 발이없나 그 귀한 딸내미가 문여는것도 스스로 못할까봐 사람 옷갈아입고 있는데 문 한번 안닫아 주던 아줌마가
그런식으로 얘기나 했을까요?
다른 사람 슬픔에 꼭 공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기준에서 안슬프면 안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건 아닌것 같습니다.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아는 이런건 아닌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슬프네요. 화도 많이 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