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밤만 되면 이유없이 가슴이 메어지며 눈물이 났다.
그런 이유없는 슬픔에 사무치는 밤들이 계속되니, 나 자신도 미칠 노릇이었다.
2013년 5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시작된 슬픔에
2014년 4월, 찬 바다에 가라앉아 죽어간 어린 아이들을 대하는 슬픔에,
아주 먼 1980년 5월 광주의 슬픔이 더해졌고,
그 이후에 계속 덧대져 온 나 스스로의 크고 작은 봄날의 이별,
그 이별에 필연적으로 따라온 슬픔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
그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야.
결국 우린 긴 겨울을 지나고 봄으로 갈거야.
늘 그런 말로 이겨왔던 인생의 겨울 끝에 맞이한 봄에 늘 이별이 머무르고 있었기에,
나는 봄만 되면 그리도 슬퍼졌던 것 같다.
행복하다는, 괜찮다는 거짓말로도 채워지지 않는 깊고 진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괴로움과 죄책감 속에서
나는 봄꽃 속에서도, 아찔한 봄 햇살 아래에서도 마냥 기쁠 수 없었고, 또 속 없이 웃을 수 없었다.
웃고, 행복해지자고 다짐할 때마다
매섭게도 가슴을 찔러오는, 꽃샘추위같은 슬픔들.
이제 나는 겨우 스물 아홉이기에,
앞으로 더 많은 겨울과 봄을 맞이할 것이다. 끝인 듯 끝이 아닌 것처럼.
그 끝없는 겨울과 봄의 반복이 제법 두려워질 즈음이었다.
늘 슬픔으로 맞이할 봄이 끊임없이 아팠다.
오늘, 역사에 새겨진 기록으로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을 것이다.
남편의 암 투병 속에서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이겨내고 악바리처럼 아파트 청소를 하며 버텨낸 우리 엄마도,
장남의 무게를 지고 일하다 손 끝이 잘려나간, 그러고도 괜찮다며 웃고있는 우리 오빠도,
1980년의, 2014년의, 또 그 이후와 그 훨씬 이전에 정부의 무능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견뎌내 온 그 누군가도,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짧은 인연들도,
이 땅에 묵묵히, 또 단단히 버텨내고 있는 그 누구라도
위로와 위안의 눈물을 흘리며 또 한숨 쉬어갈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나처럼 또 한 번 믿을 것이다.
이 땅에 내려앉은 오늘의 봄비.
희망이라는 새싹을 띄울 그 봄비를 함빡 맞고 또 한 번 믿을 것이다.
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구나.
기어이 그 날은 오고야 마는구나.
나의 삶을 살자.
부끄럽지 않은 단 한 번의 생애를 살자.
버티고 이겨내자.
그리하면 마침내 봄날은 오겠구나.
2017년 3월 10일.
몇 번이고 찾아올 봄은, 지치지도 않고 찾아올 그 겨울을 이겨낼 것이다.
올 봄에는, 조금 맘 편히 웃어도 될 것 같다.
하늘로 떠난 많은 사람들도, 올 봄에는 편히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2017년 맑았던 3월 10일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