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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열심히 했다.
게시물ID : wedlock_73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빠나빠
추천 : 46
조회수 : 2900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7/03/10 0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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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임신으로 아이를 품은 채 결혼 준비를 했다.
9개월까지 일을 하고 휴가 시작 3주만에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친정으로 도망친지 4개월 째.
나는 흔히 말하는 독박육아, 독박살림 신세였다.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 모두 내 몫이었다.
청소, 빨래, 설거지, 분리수거 등등 집안일도 나의 일이었다.
결혼 전부터 나는 참 일 복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딱 맞았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임신 전 보다 10키로도 더 빠졌다.
우리 아들은 영유아검진 몸무게가 96등이었을 정도로 우량아였다.
40키로도 겨우 넘는 내가 매일 10키로가 넘는 아이를 업고 티 안 나는 집안일을 했다.

어느 날 집에 남편의 손님이 오셨다.
남편이 손님에게 너무나도 당당히 얘기했다.
'형, 얘 진짜 더러워요.'
그 다음 날부터 병적으로 청소를 했던 것 같다.
난 진짜 열심히 했는데 더럽다니.. 속상한 마음만큼 더 열심히 치웠다.

한 여름에도 매일 아이를 안고 시장과 마트를 다녔다.
나름 열심히 저녁밥을 차렸다.
한 번은 참다참다 울분을 터트렸다.
나 진짜 너무 힘들다고, 조금은 도와줄 수 없냐고.
그리고 남편이 하는 커뮤니티에 올린 댓글을 우연히 봤다.
'아침밥도 안 먹는데 와이프가 저녁밥 한 끼 차리기도 힘들다네요. 인생에 회의감이 들어요.'

그 다음부턴 남들 점심 먹는 시간부터 저녁 준비를 했다.
아이를 돌보고 다른 집안일도 해야하는 나는 그래야만 그럴싸한 한 끼를 차릴 수 있었다.


이런 이유와 지속적인 폭언, 폭력적인 행동에 아기 짐만 챙겨서 뛰쳐 나왔다.
남편은 억울하다고 했다.
돈도 열심히 벌고 술도 잘 안 마시고 집에 일찍 오려고 하는데 왜 그러냐면서.
자기 회사 여직원들은 너보다 연봉도 높고 애도 둘셋씩 키우는데 신랑 밥만 잘 챙겨준단다.
이제 너가 해준 밥 더러워서 안 먹는다고 했다.
결혼해서 니가 한게 뭐야?라고 쏘아 붙였다.

왈칵 눈물이 났다.
나는 진짜 최선을 다했다.
단 하루도 후회하는 날이 없었을정도로 내 능력껏 열심히 했다.
내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나보다.

남편이 아이가 보고 싶다며 3달 만에 연락을 했다.
3시간 정도 외출 하고 돌아온 아이의 기저귀는 거꾸로 채워져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기저귀도 제대로 채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돌아오라고 했다.
거꾸로 된 기저귀를 보면서 다신 되돌아가지 말자고 다짐했다.
출처 속상한 의식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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