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수완나품 공항 벤치 옆자리에서 처음 만난 아재, 그분.
10살의 차이가 무색하리만큼 그분과 나는 여전히 잘 만나오고 있다.
서로에게 욕심없이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서였을까.
그분과 내가 함께한지 어느 덧 100일이었고, 그날이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그분과 나는 그 때에 맞춰서 일본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첫 여행이라 그런지 조금은 불편했지만, 그분도 나도 서로 많이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분은 준비성이 있고, 꼼꼼하고, 부지런하지만 그에 비해 나는 털털하고, 또 털털하다.
부모님은 그분과 나와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시면서도,
당신 딸에게 그저 잘해주고, 당신 딸 역시도 많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흡족해 하시는 듯 하다.
그분은 내 부모님으로부터 본인의 존재를 좀 더 확고히 하고자해서 였을까,
지난 설에 한우세트와 정관장세트를 보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번주 주말,
처음으로 그분을 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결혼할 사람 이외에는 남자를 소개시켜주지 않겠다고 말했던 딸이 처음으로 남자를 소개한다고 하니,
부모님은 무척이나 궁금해하면서도 나름 긴장을 하고 계신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지, 어떤 가방을 들어야 할지...
당신 딸 체면 깎이지 않게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분도 내 부모님과의 첫 만남에 대해서 매우 걱정을 하며, 불안하기도 하고, 그런가보다.
나로 인해 그분이 매우 긴장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며, 재미있기도 한다.
나 역시도 이러한 상황이 처음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무사히 주말이 지나가고,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온다면, 나 역시도 그분의 가족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분과 나는 차근차근 '결혼'이라는 준비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그로인해 어쩌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분과 내가 이제까지 서로 배려를 했던 것처럼 그리고 순리대로 밟아 나간다면,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우리'도 그렇게 한 곳을 향해 흘러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