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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지 29일째
게시물ID : baby_18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슬픈다람쥐
추천 : 26
조회수 : 3965회
댓글수 : 38개
등록시간 : 2017/03/08 21:59:44
담배는 끊었었습니다. 내 완벽한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
일찍 죽고 싶지 않아서 말입니다.
오래토록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부턴가 아내에게서 담배 냄새가 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끊었습니다. 계속해서 내가 담배를 끊은것을 아내에게 어필하였지만
아내에게 계속 담배 냄새가 났습니다. 
담배를 피우다 끊은 사람들은 담배를 피웠을때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압니다.
담배는 제겐 저주같은 일이 시작된 후로 다시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약도 담배도 끊기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이제 하나 남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곧 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의지해봅니다.

(정신과 약은 우울증치료제, 신경안정제, 수면제로 구성되어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먹으면 몽롱해지고 잠을 잘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식욕이 생깁니다.)

제 일기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일기가 행복한 일들로 가득되는 일기가 되가는것을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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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재웠는데도 아이가 아침에 잘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복직한다면 적어도 난 7시 30분엔 출근해야 하는데..
9시까지도 깨지 않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심란하다.

오늘은 휴직한지 한달여째 되는날이다.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노동보험 센터에 간다.
하지만 서류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한다.
역시나 한번에 되는것은 없다.
(육아휴직 신청서, 육아휴직 확인서(회사), 3개월치 급여 명세표가 있어야 합니다.)

부랴부랴 지부장님께 부탁해서 회사전산에 접속하여
서류를 떼는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아이가 가려워하기에 등을 봤더니
붉은 두드러기가 퍼져 있다는거다.

너무도 놀랐다.
그순간 모든걸 놓고 아이에게 달려갔다.
어린이 집에 도착했더니 아이가 날 보며 운다.

아이를 앉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은 별거아니라는 투로 알러지성 피부질환 같다며
약과 연고를 주신다.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부모에게 아이의 모든 질환이 별거아닌게 없는데..'

집에오는길에 아이가 말한다.
'엄마는 어디갔어?'
말문이 막힌다.
심리센터에서 들었던 아이를 위한 모든말들이 생각이 안난다.
'이제 곧 올거야'
라고 대답한다.
딸은
'엄마오면 마트에 곰젤리 사러가자..'
라고 말한다.

정오의 햇살이 따가워선지
또 눈물이 난다.
아이를 바라보지 않고 대답한다.
'그래 곰젤리 사러가자......'


아이를 다시 어린이 집에 맡긴다.
그리고 못다한 육아휴직수당 신청업무를 마친다.

그리곤 컴퓨터에 앉아 내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본다.
월급의 모든걸 아내가 관리했었기에
돈이 얼마가 있는지 조차 잘 모른다.
분명 내 월급통장에서 아내의 통장으로 돈이 나간 부분이 
많이 보이지만
그돈이 어디에 모여있는지는 알수가 없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현재가 중요하다.

10년간 부은 종신보험과 운전자 보험을 해지하고 나니
다행이 현금이 좀 있다.
살짝 안심한다.

그리곤 밥을 한다.
오늘 반찬은 돈까스와 새우볶음밥
오유님들이 가르쳐주신데로 만들어본다.
(굴소스가 짭잘한게 맛이 좋습니다.)

내가 먹기엔 맛있다.
역시나 아이도 평소보다 밥을 더먹는다.
이제 두어숟갈먹 더 먹으면 되는데..
그걸 안먹는다.

남은 두숟갈은 내 저녁이다.
맛있다. 난 요리에 소질이 있었나보다.

아이를 씻기고
9시에 잠자리에 든다.
아이는 이리저리 뒹굴뒹굴 하다 잠이든다.

작게 음악을 들으며
집을 청소하고 뒷배렌다에서 담배를 피고 들어와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내겐
가장 완벽한 딸이 있다.

이 괴로운 모든 기억이 번지고 흐려지면
난 완벽한 모든걸 갖게 될것이다.

20170308_1827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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