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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오독/감상문] 데미안
게시물ID : readers_279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황야의하리
추천 : 11
조회수 : 55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3/08 0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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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싱클레어가 부러웠다. 그는 어린 나이에 데미안을 통해 구원받았고
 
 자신에게 카인의 표식이 있음을 일찌감치 알아차렸으며
 
 베아트리체를 만나 열망과 열정에 휩싸인 예술활동을 하고 종국에는 이상형에 가까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싱클레어의 삶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나는 무엇하나에 열중했던 적이 있었나?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 사랑하는 이를 불러보았나?
 
 읽는 동안 무기력한 나 자신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질 때. 나는 깨달았다.
 
 데미안을 만나면 된다.
 
 아니, 만나야만 했다. 그러면 뭐든지 다 술술 해결될 것만 같았다. 구원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나는 나만의 데미안을 찾으려 노력했다.
 
 남녀 불문, 나이 불문. 아름다운 사람만 만난다면 그 사람이 내 곁에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부채질 해주면 나는 훨훨 날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카인의 표식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었고 모두 날 떠나갔다.
 
 그렇게 왜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거냐며 떼를 쓴게 10년 전이었다. 
 
 그 후 10년동안 <데미안>은 내 책장에 꽂혀있었다.  
 
 간간히 마음이 헛헛 할 때마다 모서리 끝을 접어둔 페이지를 펼쳐 읽었다.
  내 마음을 관통한 문장들을 되뇌이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전체를 다시 읽는 것은 매우 오래간만의 일이어서 설레었다.
 
 한 챕터를 넘어갈 때마다 나는 과거의 내가 너무 우스웠고 부끄러웠다.
 
 나는 내 인생을 망치러올 나의 구원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니까.
 
 
 데미안과 닮아있는 모습을 발견한 싱클레어를 바라보며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본다.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압락사스가 나 자신이며, 데미안 또한 내 안에 있음을 느낀다.
 
 나는 무엇도 될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되기까지 필요한 노력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떨쳐내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헤르만 헤세가 전하고 싶었던 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은 혹시 데미안을 만났거나 느낀 경험이 있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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