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동민 등 의원 3명 安 지지 선언 박영선 '의원 멘토단장' 가능성… 의원 20여명 추가 지지 이어질 듯 安, 탄핵심판 후 대통합委 제안 "대선후보들 모여 분열 수습하자" 일부 의원, 김종인과 동반 탈당說… 文측 "동반 탈당자 1명도 없을 것"
더불어민주당 비주류들이 대통령 탄핵 결정 날짜가 다가오면서 조기 대선에 대비해 세력화에 나섰다. 일부 비문(非文) 의원은 공개적으로 안희정 후보를 지지했고, 개헌파들은 자체 개헌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主流) 측은 "당내 경선이나 개헌 모두에서 대세에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비문 성향 86그룹(80년대 학번, 1960년대 생)인 기동민·어기구·이철희 의원은 5일 안희정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꿈 없는 보수도 수구이지만 품 없는 진보 역시 수구"라며 "안 후보는 품이 넓고 싸가지가 있는 진보이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갈등하고 대립할 뿐 타협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지 않았다"며 "이런 '제로섬'의 진영 대결 때문에 국민이 더 힘들어졌는데 비상한 결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도왔던 기 의원은 안 후보 비서실장, 정치 토론 방송으로 유명해진 이 의원은 전략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비문 의원 20여명이 다음 주까지 차례로 안 후보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 합류 여부도 거론된다. 최근 안 후보로부터 '의원 멘토단장'을 요청받은 박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안 후보의 포용력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생각 중"이라며 "탈당을 고심 중인 김종인 의원 거취 문제가 마무리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탈당설이 돌고 있는 김종인 의원도 당내 상황의 변수다. 김 의원이 탄핵 심판 이후 실제로 탈당할 경우, 동반 탈당을 언급하는 의원들도 있다. 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달 말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몇몇 의원은 친문이 완벽하게 장악한 당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며 "나도 탈당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김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같이 나갈 사람은 1명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안 후보는 지난 4일 MBN 인터뷰에서는 "정의의 출발은 분노지만 정의의 실현과 실천은 사랑"이라며 "문재인 후보의 비전과 현재 리더십으로는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안 후보는 헌재의 탄핵 심판 직후 대선 후보들과 각계 지도자급 인사가 참여하는 사회대통합위원회 구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탄핵에 대한 결론이 나온 이후에는 분열된 사회를 수습하고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사회대통합위원회를 통해 협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 개헌특위 소속인 이종걸·이언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개헌파 의원은 최근 분권형 개헌안 초안을 마련해 회람(回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원집정부제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한 개헌안 초안을 마련해 6일과 7일 뜻을 같이하는 당내 개헌파 의원들과 모여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헌재의 탄핵 선고 직후 친문과 친박(親朴)을 제외한 여야(與野) 의원 150여명을 모아 공동으로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개헌파 의원들이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면서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친문 성향 네티즌들의 개헌파 의원들에 대한 '문자 폭탄'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2일 회동을 갖고 당 지도부에 이런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개헌파 의원은 "외부의 압력이 거세질수록 개헌에 대한 소신을 지켜야한다는 강단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