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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어진지 벌써 9개월이 되었다.
나는 매번 네가 꿈에 나올때마다 아, 이번엔 너를 정말 놓을수 있겠거니 했지만
오늘 역시 나온 내용을 보니 아직 나는 너를 놓지 못하는것 같다.
꿈에선 우리는 이미 다시 사귀고 있었다.
내가 여행에서 돌아왔을때였다.
너는 내 아버지가 사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우리는 만나자 마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다툼은 그저 오래된 커플, 그저 결혼한 사이에서나 볼법한 다툼이었다.
마치 ' 내 이럴줄 알았지' 하는 그런 자조가 섞인 일상적인 다툼이었다.
다툼의 이유는 누군가에게 내가 더 괜찮은 선물을 주었나 보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가 준 선물이 마음에 안들어 조금 투덜대던것이었다.
이렇다 하지 못할 선물을 준 나는 쪼그라든다. 살짝 둘다 다투다가 이내 포기한듯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번엔 그 아이가 직장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축하는 못할망정(하긴 했지만 형식적으로) 장단점을 따지고 있다.
그 아이가 말한다. "기대한 내가 바보지. 그냥 한번쯤은 좋은 말 해주면 안돼?"
그 말은 나의 마음에 비수를 꽃은 격이다. 아니, 비수가 꽃혔다.
우리가 헤어질수 밖에 없었던 그 성격 차이이다.
난 그 아이를 붙잡으려고 했을때 그녀를 이해했고 고칠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몇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성격이다.
나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 나는 내 스스로 나를 실수에서 배우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는 이제 그냥 그만 짐을 옮기고 집에 그냥 가란다.
기분이 상한 나는 가란다고 또 그냥 간다.
나는 엘레베이터에 타버린다.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그 아이가 잡으며 그만 만나는게 좋겠다고 한다.
어차피 우린 결혼할게 아니니까. 라는 사족을 달며.
내가 대답한다.
'그럼 나랑 결혼하자'
그녀는 당황하며 주춤한다. 이내 뭐라고 말을 한다.
자신은 비혼주의자였지만 나로 인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생겼단다.
하지만 그 상대로 나는 안될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가 헤어졌던 그 이유가 바로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그 이유가 아니냐며 설명한다.
나는 이내 웃음이 새나온다. 하지만 그 미소는 씁쓸한 미소이다.
'나도 알아, 네가 그렇게 생각 하고 있을거란거. 난 여전히 너와 결혼하고 싶지만 우린 아마 안되겠지. 내려갈게'
곧 문이 닫히고 1층으로 내려간다. 꽤 시간이 걸린다. 나는 여전히 그 웃음을 얼굴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 씁쓸함은 마치 담배를 태울때의 그 씁쓸함이다.
1층에 도착함과 동시에 나는 잠에서 깨고 말았다.
난 정말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뻔했다. 정말 터질것 같았다.
하지만 난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괜찮아 그저 꿈이야. 괜찮아'
하지만 나는 너무 절실히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과 단 하나도 틀리지 않은 그런 사실에 기초한 꿈인것을.
너를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아마 이것과 다를게 하나 없음을.
2017/03/05 아침에 꿈을 깨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