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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 첫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게시물ID : love_240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말정산노놉
추천 : 1
조회수 : 5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05 20: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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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첫사랑에 대한 허지웅씨 글을 읽고 지금 이 순간까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첫사랑, 그리고 그 모습들.

처음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이다, 처음 사귄 사람이다 많은 분들도 생각하시는게 다를 것 같은데 전 아직까진 처음 정식으로 사귀었던 사람이 첫사랑이란 이름으로 떠올라요.

8년 전 대학 새내기 시절 동아리 선후배로 만났던 우리는 학기 내 썸을 타다 제 종강일에 그의 고백으로 사귀게 되었어요.

그걸 사랑이라 말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사랑을 받는 법도, 주는 법도 잘 모르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리고 건강한 사랑을 잘 몰랐어요.

그 사람을 좋아했기에 그저 모든 순간 그가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억지를 부렸어요. 항상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는 말 대신 그가 이유를 모를 짜증을, 화를 내며 그 사람이 내 맘을 알아주길 바랬었죠.

내가 가난하고 작아지는 순간마다 피하고 싶어했고, 그런 모습을 들키면 화를 내고... 전 지금도 그 사람이 뭘 좋아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사귀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전 사랑받을 자격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적어도 그 사람 입장에선 힘들고 버거웠을 것 같아요.

결국 제풀에 화만 내던 저와 그 사람은 저 때문에 헤어졌어요.

괜찮을 줄 알았어요. 관계에 있어 내가 나빴고, 이대로는 내가 버림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에 제가 헤어지자고 했으니까요.

전 속상해해서도, 아파해서도 안 될 것 같았어요. 잘못은 전부 내가 했으니까 아파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무말도 못하고 혼자 감정을 삼키면서 시간이 잘도 가더군요. 1년이 지났고 2년이 지나면서는 서서히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도 생각이 났어요. 꿈 같은 거 꾸지도 않는 내가 일년에 한두번은 꼭 그 사람 꿈을 꿨어요. 헤어지던 순간이라든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그 사람 모습 같은 거.

미련인가 생각했어요. 아직 내가 그를 잊지 못해서 자꾸 생각이 나는 거라고.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사람을 못 잊은게 아니라 그때의 나 자신에 대한 미련이란걸 알게 됐어요.

그 사람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표현하지 못했고, 최선을 다해 잘해주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미련.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이젠 그럴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고통스러움 같은 감정이요.

저는 좋은 연인이 못되었어요. 그걸 미화하고 싶지도, 변명하고 싶지도 않아요. 전 최악의 상대였어요.

시간이 더 지나서는 그 나 자신에 대한 미련도 조금 희미해지는 이 순간에 그냥 난 그 사람에게 좋았던 기억으로도 기억될 수 없겠지 라는 생각에 슬퍼지네요.

내가 스무살에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좀 더 나이가 든 다음에, 생각에 철이 더 든 다음에, 화내고 회피하는 대신에 내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된 다음에 우리가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당신이 내 첫사람이었던 거 미안해요.

어설픈 첫사랑을 예뻤던 기억으로도 기억할 수 없는 저는 다신 미련이라는 말로도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게 당신한테 더 좋은 일이겠죠.

제 첫사랑은 그저 미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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