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전자공학도가 생각하는 4차산업혁명
게시물ID : economy_230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표
추천 : 3
조회수 : 150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3/05 17:26:03
옵션
  • 창작글
  • 본인삭제금지
요새 경제게시판에서 저와 같은 30대 분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는 글을 쓰신게 베오베로 많이 오더군요. 저도 갓 결혼해 미래를 계획하는 시점에서 일자리에 대해 생각이 많습니다만 4차산업혁명, 한마디로 인공지능에 의한 경제구조 변화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 두려워만 하시는것 같아 글을 남겨봅니다.

컴퓨터의 기능이 무어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날이 발전해가는 상황에서 이미 19세기부터 두려워하던 인공지능의 출현이 머지않은듯 보입니다. 당장 학부생 정보만 해도 라인트레이서나 모션감지를 이용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등의 졸업작품을 손쉽게 민들 수 있으니 전문 연구소에서는 어떤 단계일지 짐작도 안되죠. 이런 뉴스를 보면 관련 분야의 연구 개발자가 아니면 금새 새로운 흐름을 못 따라가고 도태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반도체.. 말이 반도체 산업이지 쓰임새가 무궁무진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진입해서 정착하게 될 업무가 밖에서 보기와는 많이 다르다는거죠. 학부를 졸업하고 제가 가장 실망한점은 현 산업 구조에서 고작 학부생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정의 한 귀퉁이의 구석탱이를 붙잡고 끝없이 생기는 이슈를 밤낮없이 돌보는 인간기계가 되는 일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반도체는 공장에서 만들어야 하고, 설계와 디자인을 한다고 해도 이미 이 업종에서 십년이상 근무한 분들이 흐름을 이끌어가지 후발주자는 그냥 따라만 가야한다는거죠. 요점은, 기술이 부족한게 아니라 지금 양산하고 적용하는데 있어서 기존의 생산 환경과의 괴리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므로 후발주자로 진입해도 할 일은 없으며 전공 서적도아닌 일반 서적이나 많은 미디어가 말하는 최첨단의 개발은 저와같은 보통의 사람에게는 공부 할 길도 터무니없이 적다는겁니다. 3D프린터? 아두이노? 글쎄요. 주변에서 실제로 석사 혹은 박사 선후배들이 회사를 차려서 데이너마이닝 빅데이터 컨트롤, 3D프린터를 연구하는 경우를 봤습니다만 이걸 피똥싸며 박사까지 해도 밥벌어먹고 살기 험난합니다. 몇날 몇일을 밤새서 일하고 수입적인 측면은 수완 나름이지만 초기 몇년간은 정말 각오 단단히 해야 될 수준이구요. 

 이런 구질한 글을 쓴 이유는 개발 엔지니어가 얼마나 똥같은 일인지를 역설해서 '상경계도 똥이지만 여기도 똥밭이니 우리 둘 다 망했다'라는 얘기를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다만 막연히 생각해서 개발자가 된다라는, 관련학부를 4년 이수하고 엔지니어로 출발하는 진로의 종착지가 95%이상은 소모적 노예의 길이며 공장 친화적 업무환경으로 인해 인간이 살기 좋지 않은 근로환경을 갖게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책이 없을까요? 저는 애초에 왜 이런것에 불안감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첨단에 민감하고, IT관련 산업에 대한 체감이 쉬운 대한민국의 환경 (초고밀도 인구집적) 탓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공장을 통한 생산성의 향상이 제조직군 인력을 감소시키겠지만 모든 제조직군이 다 사라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저는 미래 예측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런 판단의 근거로 최근 베트남의 약동을 꼽고싶습니다. 산업은 아직까지 인간을 필요로 하고, 인간의 효율이 아직은 자동화의 효율을 이기고 이것은 향후 5년내지 10년간 자명하리라 생각합니다. 베트남에 자본이 모이고 반도체 공장이 세워지는 이유,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특유의 1등 아니면 안된다는, 최고가 아니면 불안하다는 혹은 유하게 표현해서 '그래도 1등이 좋지'라는 사고방식이 이런 불안감을 낳는 이유이기도 한것같습니다. 세계 자본 세계 경제의 흐름은 너무나 큽니다. 당장 한진해운이 최종부도처리가 됐고 시장에서 퇴출되었지만 동년도에 쿠팡은 대규모 물류센터를 신설하고 수많은 돈을 벌었죠. 내수경제가 힘들다 먹을것 없다 하지만 내 한몸 건사할 틈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국내 혹은 국외로 시야를 넓게 보면 할 일이 너무나도 많고 배울게 산더미인데, 왜들 이렇게 IT산업 이야기에만 덜덜 떠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길은 배우기도 어렵고 딱히 배울 이유도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기술이 신박하지만 안팔리면 못쓰니 우리 엔지니어들이 친절하게 제 몸을 불살라 세살부터 여든살까지 모두모두 쉽게 쓸 수 있게 UI에 얼마나 공을 들여서 만들어주는데, 굳이 마트에 안가고 집 베란다에서 쌀농사를 지어 드시겠다는 말로밖에 안들립니다. 

쓰다보니 벌써 저녁먹을 시간이네요.. 요점은 다 쓴것 같으니  낮잠자는 와이프 깨워서 밥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슬슬 날씨도 풀리는데 오징어분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