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막 1개월이 된 택시기사입니다
성추행범으로 오해받으신분 베오베글을 보고
생각나는 일화가 있어 적어볼까합니다
얼마전 2월23일 23시49분경
수원 인계동에서 동탄2신도시로 향하는 카카오 콜을 잡았고
출발지에 도착했지만 손님이 보이지않아 전화를 걸었죠
혀가 살짝 꼬인 여자분이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예 손님 저 도착했는데 어디에 계시죠?"
"저 사거리에 있는데요?"
(사실 사거리가 아님 인계동 영화관 맞은편이었고
그길 아래쪽으로는 홈플러스가 있는 큰사거리이고
그길 위쪽으로도 사거리가 있지만
손님의 위치는 인계동 영화관 맞은편 카페베네였음)
"아 저는 인계동CGV, 앤제리너스맞은편 카페베네쪽에
있는데 어디 사거리를 말씀하시는거죠?
제가 올라가야되나요? 유턴해서 내려가야되나요?"
"카.페.베.네.요? ..........................
아!! 제가 카페베네앞에 있는데요?"
"예 손님 제가 카페베네앞에 횡단보도쪽에 있으니까
타시면돼요"
"네"(전화끊음)
곧 택시를 기웃거리는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여자분이 보이는데 타질않고 다시 전화함
"횡단보도앞인데 어디세요?"
"예 손님 지금 손님앞에 주황색택시 있죠?
바로 뒤에 흰택시 타시면 됩니다"
(전화끊음)
이제는 타겠지 생각했는데 계속 택시들만 쳐다볼뿐
타질않음...
조수석 유리창을 열고 큰소리로
"이거 타시면돼요~!!!" 외쳤습니다
그제서야 택시 탄 손님 짜증을 한가득 담아 "이택시맞죠?"
저는 어이가 없었지만 취했으니까 그러겠거니 했습니다
손님을 태우고 뻥뚫린 길을 달려
동탄2신도시의 모아파트에 도달할 무렵
저는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택시탑승후 휴대폰을 만지던 손님이
어느샌가 잠이 든것 같았습니다
저는 침착하게 교통연수원에서 신규교육을 받은대로 행동하자고 생각했고
일부러 아파트입구의 경비실옆에 차를 정차시켰습니다
차량내부의 등을 켜고 큰목소리로 수차례 손님을 깨웠지만
손님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이때 미터요금이 1만6천원정도)
저는 차에서 내려 경비아저씨의 도움을 받아보려했으나
하필 경비아저씨는 부.재.중.
다시 차에 탄 저는 큰목소리로 손님을 깨웠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고 결국 저는 가까운 파출소로 택시를 몰았고
파출소에 50대로
보이는 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그경찰은 매우귀찮다는듯 옆에있는 여경을 시킵니다
"야 나가서 흔들어 깨워라"
여경은 택시 뒷자리에 잠든? 취한? 여자손님을
사정없이 흔들었지만 아무반응이 없었고
결국 최초에 자초지종을 들었던 경찰관도 나와서
손님의 전화기를 꺼내서 집에다 전화하고 주소를 물어봐서
택시태워 보내라고 여경에게 지시했고 여경은 손님의 전화기로
손님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한후
저를 바꿔줬습니다
그래서 죄송하다는 손님의 어머니와 막 통화를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아무리 여경이 흔들어 깨워도 미동도 없던 여자손님이
최순실급 태세전환을 선보이며 깨어났고
본인이 왜 여기와있는지 모르겠다
택시에서 내리겠다 횡설수설하였습니다
여경은 택시에서 내리려는 손님을 필사적으로 막았고
저한테 어차피 택시요금도 받아야되는거 아니냐며
아파트 동호수 알았으니까 손님을 태우고 집으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파출소에서 막 출발하는데
손님은 손님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것 같았고
"그게 아니라 내가 택시를 잡아탔는데 블라블라"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손님은 손님어머니한테 계속 변명을 하면서
본인이 왜 파출소에 갔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함
전화를 끊은 손님은 본인 집근처에서 그냥 내리겠다고 택시를 세우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택시를 세웠고 지갑을 뒤지던 손님은
카드한장을 제게 던지듯 건네주면서 한마디 합니다
"이걸로 결제할께요. 제가 왜이요금을 내야되는지 모르겠지만요"
왜이요금을 내야되는지 모르겠지만요
왜이요금을 내야되는지 모르겠지만요
왜이요금을 내야되는지 모르겠지만요????????????????
나는 왜 너를 손님으로 만나서 파출소까지 가야되는거냐...
빡돌았지만 침착하게 떨어진 카드를 주워 결제하면서
"손님, 손님이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니까 파출소까지 간거잖아요"
결제가 끝나고 카드를 돌려주었음에도
문을 열고 내린 손님은 문을 닫지않았습니다
한참을 쳐다보고있는 제게
"택시에 제물건 뭐떨어진거없나 확인하는거에요"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떨어진건 물건이 아니라 네정신이겠지...'
00시30분 손님하차후 심신이 피폐해진 저는
영업을 접고 저희집으로 향합니다
집으로 가는내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데
받으면 끊고 받으면 끊고 받으면 끊고
서너번 반복되자 저는 직감적으로 방금헤어진
진상손님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카카오택시는 안심번호를 사용하기때문에
택시기사가 손님번호를 알수가 없습니다
다만 손님이 먼저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한 경우에는
손님의 번호가 나오게됩니다
아무튼 저는 더이상 시달리고싶지 않아서
전화수신을 차단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또다시 다른 모르는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전화를 받았습니다 시간은 새벽1시가 다되어갑니다
진상손님의 어머니입니다
파출소에서 통화했을때는 분명 저한테 죄송하다고했던 그분이
이제는 저를 사기꾼 취급합니다
애가 택시를 탔으면 집으로 데려다줘야지
파출소를 왜갔냐고 따져묻습니다
저의 인내심도 이제는 바닥이 났습니다
아까 여경이랑 통화해서 자초지종 듣지않았냐
지금 새벽1시에 나한테 왜 전화를 했냐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큰소리로 깨워도
안일어나니까 파출소 간거 아니냐
도대체 뭘 물어보고싶다는거냐 이시간에
여경이랑 통화해라 그리고 블랙박스영상 다찍혀있으니까
확인해봐라
"아파트에 왔다가 파출소에 간거라구요?"
그제서야 꼬리를 내립니다 자초지종 설명한 여경얘기는 생각도 안나나봅니다
진상이 지네엄마한테 뭐라고 변명을 했길래 그랬을까요?
택시기사 시작전에 경기도 교통연수원에서
하루 8시간씩 이틀동안 교육을 받았습니다
술에 취했거나 잠든 여자손님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된다
경찰을 부르거나 경찰서에 가야한다
제가 그교육을 받지않았다면
성추행범으로 몰렸을수도 있겠지요...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글솜씨가 없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이 괜찮으면 택시기사를 하면서 겪는
소소한 썰들을 추후에 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