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학교에서는 공부잘하는 학생으로 집에서는 기대하는 장남으로 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불과 2~3년 사이에 상황이 너무
안 좋아졌네요. 수능이 끝나고 남는 시간에 열심히 놀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인터넷 스포츠 토토.. 어릴때부터 워낙 축구,야구를 좋아해서
이걸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다면 아르바이트같은 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에 처음으로 모아뒀던 10만원을 가지고 처음 시작을 했어요..
대학을 다니는 1년간은 그렇게 적은 돈으로 용돈 정도로 해서 잃어도 큰 부담없고 따도 친구들 밥 한 번 사주고 내 옷 하나 더 사는데 썼는데
온 정신이 그쪽에 가있으니 공부가 잘 될리가 없죠.. 겉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손 안에 꼽는 좋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지만 학점은 바닥을 찍고 군대가겠다는 마음에 휴학을 결심했는데 군대가기 전까지 일을 하게 됐어요.
월급으로 100만원 넘는 돈을 만지게 되다 보니까 용돈벌이 정도로 하던 토토라는게 욕심이 생기더군요.. 처음에는 평생 만져보지 못했던 많은 돈도 만져봤어요. 평소에 쓸 수 없는 돈을 써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선물도 하구요. 그런데 이게 잘 될리만은 없잖아요.. 올해 중반 즈음에 한달치 월급을 진짜 순식간에 말아먹고 그놈의 본전 생각에 진짜 뭣도 모르고 100만원을 대출을 받았아요.. 대출을 받아서 월급을 다 메꿨는데 욕심이 생겨서 그 돈을 가지고 계속하다가 다시 0이 되고 그러다 다음 월급을 받고 다시금 0이 되는 인생을 3달을 살았어요.. 물론 지출이 하나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게 중독이 무서운게
내가 밥 한끼 먹는 건 아끼면서도 정작 그 몇배의 돈이 왔다갔다하는 걸 무서워하지를 않네요..
그러다보니 돈이 부족하게 되고 이번엔 내구제라는 것을 하게 되었네요.. 휴대폰을 개통해서 팔면 돈을 받는 그런 형식으로 돈을 구하고 또 쓰고 뭐에 홀린 놈마냥 몇일 후에 0이 되고.. 그 당시에는 다음달 월급이 있으니까 한 달이면 메꾼다는 생각으로 하는데 악순환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금액들이 이제 제게
청구되기 시작하네요.. 진짜 미친놈이죠 제가.. 물론 중간 중간에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도박중독이란게 너무 무섭네요..
보안카드도 다 잘라서 버려보고 한 때는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스포츠가 이제는 순수하게 보이지 않아서 너무 좌절하고 스포츠를 아예 보지 않기도 해봤는데 너무 힘들어요.. 제가 원래 꿈이 스포츠 관련해서 마케팅이나 매니지먼트 쪽 일을 하는 거였거든요. 2년전만해도 스포츠가 그저 순수하게 꿈이었는데 ..
지금은 이제 휴대폰 요금 내야하는것만 200에 36개월 할부로 매달 7만원씩 청구되고 10월에 만기되는 100만원까지 거의 600만원에 육박하는 돈과
어머니한테 올해 1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용돈을 안받겠다고하고 조금조금씩 받았던 돈들과 여자친구에게 급하게 빌린 20만원까지..
당장 14일 새벽이면 폰 요금을 내지 못해 정지가 될텐데.. 여자친구돈도 바로 준다고 했는데 저번달에는 일을 그만두고 다시 구하는 기간이어서..
지금 하는일에 대한 월급이 다음달 10일인데...그때까지 어떻게 버티나 싶고.. 어머니한테도 매번 드린다 드린다하고 못드리는 게 너무 죄송스럽고
제가 이대로 군대에 가버리면 이 빚들을 처리 할 수도 없고 부모님께서 아실까봐서 군 연기하고 1년 학교를 다니기로 했거든요. 근데 마지막 학기 성적때문에 국가장학금 대상도 안되고 나름대로 학기시작전에 공부하려고 자투리시간에 공부를 하기도 하고 카투사에 지원하려고 마음먹고 토익시험봐서 자격은
맞췄어요 시험 한 번 보구요.. 어머니는 너가 원래 이렇게 잘하는 애라고 공부쫌만 열심히하면 이번학기에 잘할수 있다고 하시는데
근데 이제 3월이 되면 수입은 없어지고 지출만 생길텐데 너무 걱정이고.. 그 걱정과 돈 문제로 고민하면서 살면 성적이 잘 나올수가 없는데 이런 아들 믿고 등록금 내주시는 것도 너무 죄송하네요..
진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제 싹 다 끊고 머리 속에서 지우고 일단 학기 시작전까지 남은 두달 열심히 일해서 휴대폰 미납 요금이랑 여자친구 돈부터 먼저 정리하고 학기중에 과외나 간단한 아르바이트 같은 것 구해서 월 할부금 꾸준히 내가면서 다 청산하고 싶어요.
밤에 가끔씩 진짜 이 인생은 답이 없다는 생각에 솔직히 차라리 이대로 내가 죽어버리면 어떨까 생각도 몇 번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못해놓고 책임은 주변 사람들이 지게하는건 너무 비겁한 것 같아서 그리고 어머니에게 저는 아직 미래가 창창한 명문대 학생인데
제가 이런 자식이었다는 걸 아시면 죽어서도 죄송할 것 같았어요.
오늘은 원래 그냥 어머니께 다 말씀드리고 휴대폰 요금이라도 어떻게 먼저 어른들 도움 받아볼까 생각했는데 차마 말이 안떨어져서
그냥 뒀어요..
22살에 600이 넘는 돈 갚을 수 있겠죠? 내년에 군대를 갈텐데 꼭 다 처리하고 군대 제대하면 0에서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요.
제가 학업만 아니라면 꾸준히 돈 많이 받는 일을 하면서 6개월이면 갚을텐데 방학까지만 일을 할 수 있어서 저 돈이 너무나도 커보이기는
한데 할 수 있겠죠? 진짜 제가 너무 한심하네요.. 제가 저지른 잘못이니 제가 말끔히 처리하고 다음에는 성공했다는 글 쓰고싶어요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혹여 인터넷 스포츠 도박을 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꼭 그만두시길 바랄게요.
이상... 22살 빚쟁이의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