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만 해도 괜찮다, 증세가 잡혀가니 잘 치료해보자, 했던 내새끼가 오후에 갑자기 안좋아졌데서 급하게 갔어요
너무 불안하고 무서운데 전화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글을 썼어요 제발 누가 좀 기도해달라고, 한사람이라도 더 기도하면 신께 닿을 수 있을까봐
자가 호흡이 안되어서 호흡기를 썼는데 불편하다고 안 쓰겠다고 하는데 제가 머리를 밀어 넣었어요 심폐소생술 해도 된다고 했어요 무슨 시술을 해도 좋으니 살려만 달라고 했어요
내 새끼 아팠을텐데 힘들었을텐데
저는 못보낸다고 고집부렸어요 그래서 못난 주인 밑에 있지 말라고 데려가셨나봐요 의사 선생님이 그만하자 할때까지 계속 주사놓고 심폐소생술 했어요 남자 손 싫어하는데.. 담배냄새나는 손도 싫어하는데...
내 새끼 무지개 다리 건넌 걸 못 받아들여서 주의사항 잘 듣고 집에 데려와 하룻밤 재웠어요 딱 지가 늘 좋아하는 잠자는 자세로 누워서 반쯤 뜬 눈, 고이 모은 앞발, 마지막까지 어찌나 얌전한지 쓰다듬으면 그대로 잠에서 깰까봐 조심조심 쓰다듬어도 안 깨데요 발바닥 젤리를 아무리 만져도 안 깨요
침대에 둘이 누워 조곤조곤 인사하고 싶았는데 고맙다 내새끼여서 고맙다 하고 싶었는데 애 껴안고 을기만 해서 미안해요
장례업체에서 나이보다 어려보인다 잠자는 것처럼 잘 잤으니 안 아플거다 위로도 받고 고이고이 잘 보내줬어요 좋아하던 스크래쳐 박스에 담아 늘 자던 침대옆자리에 두었는데도 실감이 안 나네요
이틀만에 처음 자다가 손에 상자가 잡혀서 놀라서 깼어요 한참 울다 멍하다 이러지말자 자책하다 또 울다 감사한 분들께 고맙다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옛날에 길에사 어떤 분이 아가씨 키우는 고양이가 수호신이니까 잘 키워 했는데 제가 그 수호신 아픈 것도 모르다가 이렇게 보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