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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도 거짓말을합니다.
게시물ID : gomin_16921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D4
추천 : 13
조회수 : 915회
댓글수 : 41개
등록시간 : 2017/03/03 13:03:12

주변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볼떄마다 저는 괜찮다고 거짓말을합니다.

힘들지않느냐고 피곤하지않냐고 물어볼때마다 저는 또 괜찮다고 거짓말을합니다.

내 자신에게 이상한점을 발견하고 병원 정신과에 찾아가서 정신과선생님과 상담을 할때에도 난 괜찮다고 거짓말을합니다.



꽤 오랜기간 다니던 직장에서 그만두었습니다.

사장님은 1년만 쉬다가 다시오라고 휴직으로 처리해주셨고 저는 감사하다는 말외에는 다른말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일을 왜 그만두었냐면요 우리 가족은 아주바빠요.

너무바빠서 병원에 들릴시간이 없대요.

그래서 아프신 할아버지를 제가 간병하고있어요.


할아버지는 연세가 아주많으십니다. 80이 넘으셨어요.

할아버지는 계단에서 떨어지신 충격으로 중한 타박상을 입으셧고 그 충격으로인해

치매에걸리셧습니다. 가족도 제대로 기억하지못하세요.

그래도 손자와 손녀인 저와 제누나 그리고 여동생은 기억을하고계셨습니다.

상대적으로 일이바쁜 누나와 여동생..

그래도 남자인 제가 할아버지를 모셔야겠다며 총대를지고 간병을 시작한지 이제 4개월째입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걷는걸 좋아하세요.

자꾸 밖에나가려하셔서 저는 할아버지에게 거짓말을해요.

여기 병원밖에 지금 홍수가나서 난리가났어요~ 보세요 사람들 다 안에있잖아요~

할아부지~ 이밤에 어디가시려구요~ 밖에 호랑이들이 득실거려요~

할아부지~ 할아버지~........

저는 그렇게 매일매일 거짓말을 해요.


아주 어릴적 할아버지손을잡고 손잡이가달린 바닥에끄는 나비모양 장난감을들고

서커스도 보러가고 놀이터도갔던 기억이 떠오를때면...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두고 잠깐 병원밖으로나가서 담배한대피며 숨죽여울곤합니다.

그것도 같은병실에있는 간병인아저씨가 잠깐 봐주셔서 가능한거지 꿈도못꿉니다..ㅎㅎ

한번은 할아버지가 제가 잠시 자릴비웠을때 밤에 혼자 나가시려다가 미끄러지셔서 다리를

다치신적이 있었어요. 저는 화장실이 급한대 간병인아저씨도 안보여서 잠시 할아버지 팔을

침대에서 벗어나지못하게 5분정도 묶어둔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자기 구박한다고 묶어두고 어디다가 팔려고한다고 하시며

화를내시는걸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것 같았어요.


그렇게 간병인아저씨가 오시고 저는 음료를건네며 잠시만 봐달라고 부탁드리고는

담배한대하러 병원밖을 나갑니다.. 간호사들이 제가 안쓰러웠는지 괜찮느냐고 물어보면

전 또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 혼자의시간을 피우러 갑니다.


간병을하며 오늘의유머에 들어와서 댓글도달고 시간을 많이보냈습니다.

SOD4 라는 변태적인 닉네임으로 컨셉을잡고 재미있는 댓글도보고 재미있게 댓글도달아보고..

어쩌면 제가 이 생활을 견디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거같아요.


이제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실수있게 되었습니다.

이모가 저와 교대로 할아버지를 간병하시는대 교대하고 집에오면 항상 우울한마음을 날리기위해

이곳에 들어온거같아요.


그리고 웹서핑을 하던도중 말로만들었던 이야기를 보게됩니다.

치매환자들은 가끔씩 제정신이 돌아올때가 있다고말이요.

그래서 저는 스프링노트 한장을 찢어서 적기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저에요, 병원에있느라 많이 갑갑하시고 힘드시죠?

죄송해요.. 더 편하게 계시게해드리지 못해서..

저요 가끔 할아버지가 제 손잡고 놀러다녀주신거 생각해요

그때 생각하면 정말 행복해요 할아버지.

앞으로 10년도 20년도 그 이상도 좋으니까 그냥 이렇게라도 같이

계셔주신다면 바랄게 없겠어요 할아버지..

제가 어릴떄 드린말씀 생각나세요? 100살넘게 사시라고 했잖아요

사랑해요 할아버지 나 힘들지않아요 그러니까 우리 힘내요.]


저렇게 적고 할아버지가 보실수있도록 병원침대 발끝족에 테이프로 붙여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모와 교대를하고 병원에 다시가보니 할아버지가 그 종이를 손에쥐고계셨어요.

물론... 밖에 나가서 놀고싶다고 하시면서 말이죠..

할아버지가 잠깐 원래상태로 돌아오셔서 읽으신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왈칵 눈물이나서

그자리에서 서있는상태로 펑펑울었습니다.

같은 병실에 계시는 보호자분들과 간병인분들이 단 한번도 무너진적없는 저를 보며 등을 토닥여주시고

머리 쓰다듬어주시고 같이 울어주셨고 저는 그렇게 할아버지앞에서 펑펑울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처음으로 할아버지앞에서 거짓말을 하지않았습니다.



이제 이모가 할아버지를 집에서 모시겠다고 하십니다.

저는 몇개월 더 백수로지내려구요.

할아버지가 어릴적의 저를 기억하시니까 혹시 그러실수도 있잖아요.


손주~ 우리 서커스보러가자~ 라고말이에요..

할아부지^-^.jpg





사랑해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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