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 만나서 4일간 생각해왔던 거 차분히 이야기하고 술한잔 하고 웃고 털어내고 왔어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지만.
그사람은 저에게 예의가 없었어요 마지막까지 예의 없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더 빨리 정리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론 그냥 데면데면한 친구사이로 지내기로... 어쩌다 마주치면 그냥 안부인사 하는 사이로 지내기로 했어요
오늘 참 신기했어요 예쁘게만 보이던 그 사람이 오늘은 되게 못생겨보이더라구요
그사람 얼굴이 원래 되게 못생겼거든요 피부도 까맣고 거칠거칠하고 눈도 작고 얼굴도 크고 울퉁불퉁하고 이도 들쑥날쑥하고 키도 별로 크지도 않고
콩깍지가 벗겨졌나봐요. 뭘 해도 이쁘고 귀엽고 기특했는데 이젠 그 사람이 하는 짓 하나하나가 징그럽네요
그 사람이 웃을 때 감기는 눈이 좋았고 커다란 손으로 내 손을 폭 감싸줄 때가 좋았고 그 사람 어깨 안쪽의 움푹한 곳에 기댈 때가 좋았고 군대 휴가 나올 때마다 보여줬었던 꿀떨어지는 눈빛이 좋았고 손수건을 들고다니며 내 손땀 신경 써줬던 게 좋았고 함께했던 잠자리가 좋았고 키스할 때 느껴졌던 뜨끈한 숨결이 좋았고 그 사람 손가락에 배어있던 옅은 담배냄새가 좋았고 술먹으면 헤헤 웃던 술버릇이 좋았고
이젠 다 싫고 밉지만.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간직되었으면 좋겠다는 형식적인 인사로 1209일간의 연애를 마칩니다.
행복하지 마세요 후회하세요 날 많이 보고싶어해주세요 자신을 많이 탓하고 미워하세요 많이 힘들어하세요